▲아메리칸 컴포저 오케스트라(버팔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방안의무당벌레' 리허설
엄시현 제공
- 엄 작곡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있다면 어떤 음악인가요?
"이스트만 대학교 3학년 때에 쓴 '방 안의 무당벌레(Ladybug in the Room)'라는 오케스트라 곡입니다. 실제로 이 곡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수상되었을 뿐 아니라 연주할 기회도 많았어요."
- 무당벌레를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특이하네요.
"실제로 무당벌레가 제 방 안에 들어와 5달 넘게 직접 키웠어요. 방 안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다가 바닥에 기어 다니는 무당벌레의 움직임과 날갯짓을 표현했어요. 그리고 그 무당벌레를 잡으려는 제 모습도 곡 안에 담았고요. 특히 마지막에는 통 안에 갇히게 되는 무당벌레의 모습을 떠올리고 곡을 썼습니다."
- 이 곡은 작곡하는 데 얼마나 걸렸고, 주로 어디에서 연주가 되었나요?
"2주 만에 집중해서 완성했어요. 이후에 내슈빌 심포니, 리버사이드 심포니, 대구 MBC 오케스트라, 벨기에 JMI, 아메리칸 컴포저 오케스트라 (버펄로 심포니) 등에 선정되어 수많은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기회를 갖기도 했어요."
- 이번에 '아창제'에서 소개하는 곡은 어떤 음악인가요?
"<열대 우림 속 앵무새>라는 곡인데, 어느 주인공이 앵무새를 마법에서 풀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는 열대 우림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화성과 리듬으로 표현했습니다."
-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오랜 유학생활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외로운 앵무새의 처지와 10년간 낯선 환경에서 작곡에 몰두해온 엄 작곡가님의 환경을 빗대어 열대우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앵무새를 저에게 빗댄다고 생각해 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그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하하). 하지만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흡수하려는 점이 맞는 거 같아요. 앵무새도 고유한 소리가 있지만 진정한 목소리를 찾기까지 다른 새들을 따라해 보는 거예요. 중간에 방황도 하지만, 결국엔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 같은 음악입니다."
- 이밖에 기억에 남는 곡과 작곡의 배경이 되는 특이한 점이 있나요?
"Sammy&Remmy라는 One Act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The Witch of Coos 라는 내레이션이 들어간 큰 편성의 체임버, Phone Call이라는 윈드 앙상블 곡 등을 썼어요. 특히, Phone Call은 코리안윈드앙상블 컴페티션(경연대회)에 뽑혀 2년 전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그 곡도 무당벌레 곡과 같이 비슷한 점이 있어요, 실제로 일어나는 일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는 것이죠."
-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을 하나의 음악으로 표현한 것인가요?
"네. 맞아요. 예를 들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전화로 문제점을 말했는데, 계속해서 다른 부서로 연결하고, 결국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화가 나는 심정을 담았어요."
- 그동안 꾸준하게 미국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해왔습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첫 무대인 아창제를 앞두고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요?
"앞에서 소개했지만, 2021년에 코리안윈드앙상블에서 'Phone Call' 작품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되었습니다. 이밖에도 클라루비노 앙상블, 대구 MBC 오케스트라, 그리고 솔로 리사이틀을 하면서 한국 무대에 여러 번 연주했지만, 이번 아창제 공연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풀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첫 번째 공연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무대가 될 것 같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귀국했어요
- 아창제에 출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2년 4월에 2주 동안 갑작스럽게 곡을 썼는데 아창제에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릿 속에 있었어요. 그래서 완성된 후 여름에 제출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하고 많은 작곡 대회를 거쳐 왔는데요, 큰 편성의 곡들이 연주되는 것이 저희 같은 작곡가에게 흔한 기회가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경험은 저에게 늘 영광입니다."
- 클래식 작곡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영화, 게임 음악, 오디오 엔지니어링 등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이 있어 스스로 학습하다가 로체스터 대학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링 학위를 부전공으로 따게 되었어요.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많은 소프트웨어를 익혀나갔고 몇 년 전부터는 전문적으로 기관과 단체들로부터 의뢰받아 작곡을 했어요."
- 이번 공연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갈 텐데 이후 계획은 어떤가요?
"일단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어디서 활동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곳이 어디가 되든지 계속해서 저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작곡하며 현대음악의 경계를 넓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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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