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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득점 폭발' 박경현, 그가 부활해야 페퍼도 산다

[여자배구] 23일 GS칼텍스전 48.48%의 성공률로 17득점, 페퍼저축은행 3-1 승리

23.01.24 09:40최종업데이트23.01.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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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이 13번의 도전 끝에 시즌 처음으로 홈경기 승리를 따냈다.

이경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24-26, 25-23, 25-23)로 승리했다. 앞선 12번의 홈경기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하며 홈팬들을 실망시켰던 페퍼저축은행은 13번의 도전 끝에 안방에서 감격적인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2승21패).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38.67%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2개를 포함해 29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주장 이한비도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면서 13득점, 미들블로커 최가은은 블로킹 5개로 9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날 발목부상을 당한 박은서 대신 풀타임을 소화한 아웃사이드 히터 박경현은 48.48%의 공격성공률로 17득점을 올리며 페퍼저축은행의 홈 첫 승을 견인했다.

실업무대 거쳐 다시 프로로 돌아온 선수들
 
 현대건설 출신의 박경현은 실업배구를 거쳐 3년 만에 다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복귀했다.

현대건설 출신의 박경현은 실업배구를 거쳐 3년 만에 다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복귀했다. ⓒ 한국배구연맹

 
야구에서는 현재 실업야구가 명맥이 끊어졌지만 배구에서는 프로 19년째가 된 지금도 여전히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실업배구단이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여자부에는 총 4개의 실업팀이 있는데 실업배구의 선수단은 대부분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때로는 실업배구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이 프로무대로 다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GS칼텍스에서 활약하다가 2007년 이숙자 세터(KGC인삼공사 코치)의 영입과 함께 프로무대를 떠났던 정지윤 세터는 수원시청과 양산시청 등 프로무대에서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2013-2014 시즌 GS칼텍스가 이숙자의 부상과 이나연(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임의탈퇴로 세터난을 겪자 정지윤을 급히 영입했고 정지윤은 2013-2014 시즌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GS칼텍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2017년부터 GS칼텍스에서 7년째 활약하고 있는 미들블로커 김유리 역시 실업배구를 거친 대표적인 선수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했지만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 시즌 만에 은퇴한 김유리는 실업무대에서 2년간 활약하다가 2014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입단하며 프로에 컴백했다. 김유리는 복귀 후 세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에서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인삼공사 시절 팀의 토종에이스로 활약하면서 2013-2014 시즌 득점 10위(362점)를 기록했던 백목화(대구시청)는 2015-2016 시즌이 끝난 후 FA협상이 불발돼 실업팀으로 이적했다. 그렇게 2년 동안 프로무대를 떠나 있었던 백목화는 2018년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기업은행에 입단하면서 프로무대로 컴백했다. 하지만 백목화는 전성기 시절의 공격력을 회복하지 못했고 두 시즌 만에 다시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했던 변지수는 미들블로커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김희진과 김수지 등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2020년 실업배구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하지만 2021년 김세영이 은퇴하며 중앙에 큰 구멍이 뚫린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다시 프로무대를 밟았고 이번 시즌 새해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베테랑 김나희 대신 주전으로 나서며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경현이 폭발하면 페퍼도 함께 살아난다
 
 박경현은 23일 GS칼텍스전에서 팀 내 토종 선수 최다득점을 올리며 페퍼의 홈경기 시즌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박경현은 23일 GS칼텍스전에서 팀 내 토종 선수 최다득점을 올리며 페퍼의 홈경기 시즌 첫 승에 크게 기여했다. ⓒ 한국배구연맹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부터 팀을 이끌던 에이스였던 박경현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GS칼텍스의 토종거포 강소휘와 현재 페퍼저축은행에서 함께 뛰고 있는 이한비 등이 박경현의 드래프트 동기였다. 하지만 박경현은 현대건설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5경기에서 단 5득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결국 2018년 현대건설을 떠나 실업팀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대구시청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던 박경현은 2021년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의 눈에 들어 3년 만에 다시 프로무대로 돌아왔다.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 출전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았던 현대건설 시절과 달리 박경현은 창단팀 페퍼저축은행에서 첫 시즌부터 많은 경기에 중용됐다. 실제로 지난 시즌 31경기에 출전한 박경현은 35.57%의 성공률로 242득점을 올리며 이한비와 함께 팀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박경현은 옵션 4000만원을 포함해 총액 1억3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22경기를 치르는 동안 19경기에 출전해 86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공수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장점이 없는 박경현 입장에서는 경기력에 기복이 심해지면 그만큼 경기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 신예 박은서가 발목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박경현이 꾸준히 주전으로 나설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상대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무릎부상으로 결장한 GS칼텍스를 상대로 한 경기였다. 22%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박경현은 48.48%의 성공률과 함께 블로킹 1개를 곁들이며 17득점으로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58.33%의 리시브 효율과 12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사실 박경현은 이번 시즌 공격 성공률 31.01%와 리시브 효율 28.8%로 기대만큼 좋은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1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는 동안 25개의 범실을 저질렀을 정도로 서브 안정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GS칼텍스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박경현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 페퍼저축은행의 전력도 그만큼 향상될 수 있다. 여전히 박경현이 팀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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