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이>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의 배경 설명은 매우 간략하게 전달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지구는 거의 사람들이 살지 못하는 곳이 되었고, 우주에 쉘터라는 이주지를 만들었지만 각 쉘터끼리 다른 의견으로 서로 싸우게 된다. 그래서 좀 더 나은 전투 실력을 가진 로봇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인 윤정이 팀장을 모델로 한 AI로봇 개발을 시도하게 되었다. 사실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와 이 배경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굳이 이렇게 큰 배경과 환경을 제시하지 않아도 될 작은 중심 이야기에 너무 거대한 배경을 제시하고 있어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배경을 간략히 제시한 영화는 윤서현 팀장이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을 한 AI로봇을 개발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AI로봇이 깨어나 시뮬레이션 전투를 하는 모습을 보는 윤서현 팀장의 모습은 복잡해 보인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가 다시 전투에서 고통을 받는 모습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개선점을 반영하여 다시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어머니를 계속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머니 모습의 AI를 바라보는 딸의 심경
그래서 영화 내내 윤서현 팀장은 조용하고 어두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어머니와 비슷한 로봇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계속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봐야만 하는 윤서현 팀장의 마음은 무척 복잡해 보인다. 그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의 고민은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나기 때문에 중반까지 관객의 입장에서 그가 보여주는 태도를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가 본격적으로 다른 행동을 보이는 건, AI로봇이 전투 중 딸인 윤서현 팀장을 떠올리는 듯한 상황 이후다.
AI로봇의 뇌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패턴은 딸을 생각하면서 나오는 반응이다. 그건 계속되는 전투 과정에서 그를 강하게 만들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는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뇌를 복제해 AI로 옮겼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딸에 대한 애착까지 그대로 옮겨졌다. 그래서 로봇의 시뮬레이션 과정에서도 그 애착은 큰 힘을 만들어준다. 그 애착은 모든 부모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부모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아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준다. 하지만 때로는 그 애착 때문에 자신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 애착의 마음을 윤서현 팀장은 정확히 파악하고 AI로봇의 모습을 한 자신의 어머니를 그 애착에서 해방시키려 한다. 자신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어머니를 그리워했고 똑같은 모습을 한 AI로봇 연구를 하게 되었지만 그가 계속 확인한 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떠올리며 힘내려 노력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영화는 영화의 배경을 완전한 뒷배경으로 빼놓고 어머니와 자식이 가지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꺼내어 보여준다. 영화가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국 모든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마음은 똑같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