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회적 구조 안에서 작동함을 매우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랑의 이해> 포스터
JTBC
서로 다른 '내면화된 계급'의 영향
수영은 은행에서 노란색 신분증 줄을 목에 걸고 있는 서비스직 직군이다. 실적은 제일 좋지만, 고졸 학력에 서비스 직군이라는 자리는 늘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수영은 대졸 출신의 정규직군 동료들에게 종종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매번 굳은 일에 앞장서는데 그게 바로 '자신의 자리'라고 받아들인다. 이런 수영은 상수를 사랑하지만, 쉽게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다 망설이는 상수의 모습에 마음을 접어 버린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종현을 택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 없다는 거' (5회)
즉, 수영은 자신의 감정마저 자신이 지닌 사회계급 세계관 안에서 통제한다.
한편, 중간 계급에 속하는 상수의 계급 인식은 꽤나 복잡하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랐다는 면에서 그는 수영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고 명문대를 졸업한 그를 사람들은 그를 '금수저'라 부른다. 정작 자신은 부자인 친구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 속에 살아왔음에도 말이다. 그는 이렇게 여러 계급의 감정들을 동시에 느끼지만 어느 한 계급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늘 머뭇거리고, 동시에 그 어느 계급에도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
미경은 최상층의 계급에 속한다. 은행의 VIP 고객인 아버지를 두었고, 은행원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집과 차, 가방과 옷을 지니며, 문화적으로 상류층의 생활을 즐긴다. 동시에 은행에서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특유의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수영을 돕기도 한다. 이런 미경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데도 스스럼이 없다.
상수에 대한 감정도, 수영에 대한 마음도, 자신이 가진 것들도 모두 솔직하게 표현하고 드러낸다. 하지만, 때로는 미경의 이런 모습은 그녀의 선한 의도와는 별개로 다른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선사한다. 이는 미경이 자신의 사회계급에 대한 인식을 거의 하지 않은 채 행동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의 정체감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자리 그 자체가 특권임을 미경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들 모두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능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