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픈 테니스2023년 1월 16일 월요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의 권순우가 미국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에게 백핸드 리턴을 하고 있다.
AP Photo/ 연합뉴스
토요일 애들레이드에서 힘겹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쓴 체력이 이틀 만에 돌아오기를 바란 것은 역시 무리였다. 새로 발표된 ATP(세계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랭킹만 놓고 볼 때 이기고 2라운드에 올라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자기보다 21cm나 큰 키의 강서버가 뿌려대는 서브를 받아넘기지 못한 것이다. 2년 연속 호주 오픈 단식 2라운드 진출을 노렸지만 권순우의 뒷심은 거기까지였다.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52위 권순우(당진시청)가 우리 시각으로 16일(월) 오후 2시 30분 호주 멜버른 파크 15번 코트에서 벌어진 2023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라운드에서 미국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116위)에게 2-3(3-6, 7-6, 3-6, 6-4, 4-6)으로 패하고 말았다. 권순우는 이제 미오미르 케츠마노비치(세르비아)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에 전념하게 됐다.
유뱅크스의 놀라운 '서브 에이스' 42
이틀 전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대회 우승으로 무려 32계단이나 뛰어오른 52위의 권순우가 116위의 유뱅크스를 쉽게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랭킹 숫자만 바라본 어설픈 전망일 뿐이었다. 유뱅크스가 이번 대회 와일드 카드로 추천받은 미국의 기대주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201cm나 되는 키다리 유뱅크스의 시원한 서브와 한손 백핸드 스윙은 권순우가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었다. 테니스에서 첫 서브 적중률(유뱅크스 70%, 권순우 61%)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서브 에이스(유뱅크스 42개, 권순우 10개)가 얼마나 중요한 순간에 내리꽂히는 것이 필요한지를 잘 알려준 게임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애들레이드에서 빠른 서브와 재치 넘치는 서브 리턴 실력을 자랑했던 권순우는 이틀 전의 그가 아닌 것처럼 유뱅크스의 강서브에 힘겨워했다. 1세트 여덟 번째 게임에서 더블 폴트로 0:40 위기에 몰린 권순우는 유뱅크스의 포핸드 크로스를 받아내지 못하고 게임 스코어 3-5가 되었고, 이어진 게임에서 유뱅크스가 세컨드 서브 에이스까지 뽑아내며 1세트를 31분 만에 6-3으로 가져갔다.
2세트는 서로 자기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키면서 6-6 타이 브레이크가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빅 게임 경험이 많은 권순우가 7-1 압도적인 점수로 2세트를 따냈다. 하지만 3세트에서 다시 유뱅크스의 서브가 빛났고, 권순우는 여섯 번째 게임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유뱅크스의 날카로운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따라가지 못했다.
권순우가 4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네트 앞 과감한 백핸드 발리로 세트 포인트를 따내며 6-4를 만들었지만 이 기세가 파이널 세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메이저 대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모자란 110위권 밖의 선수가 파이널 세트에 이르렀어도 서브 위력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웠다.
파이널 세트 세 번째 게임 권순우는 서브도 불안했지만 포핸드 스트로크까지 흔들려 유뱅크스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내주고 말았다. 여기가 결정적인 갈림길이 된 셈이다. 유뱅크스는 곧바로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에서 정확한 서브 에이스를 2개나 꽂아내며 3-1로 달아난 것이다.
권순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여섯 번째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노린 권순우가 놀라운 코트 커버 능력을 보여주며 백핸드 크로스 앵글샷 위너를 뿌렸다. 15:30으로 압박하는 흐름이 권순우 쪽으로 넘어오는 듯 보였지만 유뱅크스는 거기서도 놀라운 서브 에이스로 위기를 빠져나온 것이다.
파이널 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권순우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두 번이나 길게 떨어지며 유뱅크스의 3-2 승리가 결정났다. 2021년 롤랑 가로스 3라운드 그 이상의 메이저 대회 기록을 노리며 야심차게 도전한 권순우는 복식 게임 일정만 남겨놓게 되었다.
2022년 US 오픈 2라운드 진출에 이어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 2라운드를 경험하게 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는 체코에서 온 어린 선수 레헤츠카(71위)를 만나게 됐다.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과(1월 16일 2시 30분, 멜버른 파크 15번 코트)
★ 권순우 2-3(3-6, 7-6{7TB1}, 3-6, 6-4, 4-6)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권순우 10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42개
더블 폴트 : 권순우 6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5개
첫 서브 적중률 : 권순우 61%(84/138),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70%(109/155)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권순우 79%(66/84),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76%(83/109)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권순우 57%(31/54),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54%(25/46)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권순우 25%(1/4),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50%(3/6)
네트 포인트 성공률 : 권순우 89%(16/18),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58%(11/19)
위너 : 권순우 32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83개
언포스드 에러 : 권순우 22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49개
서브 최고 속도 : 권순우 195km/h,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208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권순우 185km/h,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189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권순우 153km/h, 크리스토퍼 유뱅크스 165km/h☞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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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