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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이 담긴 오보에 음악으로 힐링하세요"

[인터뷰]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에서 공연하는 우미현 작곡가

23.01.25 17:45최종업데이트23.01.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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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의 잔소리가 떠올랐어요. 결과가 중요했던 엄격한 엄마의 첫 딸이었던 저는 엄마가 기뻐하는 얼굴을 생각하며 제 능력보다 더 높이 있는 기대에 도전하며 살아왔어요. 누구나 가슴에 큰 사랑으로 기억될 엄마를 코믹하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는 2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에 참여하는 우미현(42) 작곡가는 자신의 곡 <오보에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오, 마미'(Oh, Mommy for Oboe and Orchestra)>를 이렇게 소개했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오보에가 지닌 아름다운 음색을 통해 사랑하는 엄마의 잔소리, 고함, 자장가 등을 차례로 표현한 것이다. 4년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해온 우 작곡가는 지난해 정식으로 위촉받아 이 작품을 완성했다. 원래는 20분 길이인데 '아창제'의 작품 공모기준이 15분 이내에 맞춰 4악장 중 3악장까지만 선보이게 됐다
 
 우미현 작곡가
우미현 작곡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보에에 엄마의 사랑을 오롯이 담아내

그가 일 년 반 가까이 매달린 이 곡은 지난해 7월 15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으로 연주한 바 있다. 1986년에 개봉한 영화 미션(Mission)의 사운드트랙으로, 초반부에 가브리엘 신부(제러미 아이언스)가 원주민 앞에서 연주했던 악기로 잘 알려진 오보에가 엄마의 잔소리와 어떻게 연관이 있을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한국 엄마는 자식에게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특히 저희 세대가 그렇지 않나요? 이제는 제가 당시의 엄마 나이가 됐네요. 자식들을 위해서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제게 도움이 되긴 했어요. 그러나 엄마라는 존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다 맞을 수는 없는거 같아요. 우리도 옳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살지만, 살아가다보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저는 그것을 다 사랑이라고 믿어요."
 
이를 위해 우 작곡가는 엄마가 자신을 혼내려고 했을 때, 도망다니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을 오보에 '멀티포닉 트레몰로'라는 현대주법으로 표현했는데, 기존에 나와있는 멀티포닉 기법을 한층 심화시켜 만든 방법이다. 그의 설명을 들을수록 악기와 잔소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싶었다.
 
"원래 오보에는 화음이 나오지 않아요. 우리 목소리처럼 한 음밖에 못 내죠. 그런데 호흡을 조절해서 평상시에 안쓰는 구멍의 조합을 만들면 '꽥'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화음도 아닌 이유가 음이 6~10개가 나오면 모든 음의 강도가 전부 달라요. 그래서 사람들이 들을 때는 '떼엑'하는 소리로 들려요. 약간 엄마가 꽥꽥 거리는 소리로 말이죠.(하하)"
 
실제로 이번 연주회에서 협연자로 나서는 홍수은씨와 함께 지난 몇 달간 새로운 음악적 발견에 힘을 쏟았다. 그래서 이들이 확보한 샘플만 해도 8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 고민을 거듭한 이유는 오보에가 한 번 부는데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한 1악장으로 이후엔 어떤 흐름으로 이어가는지 들려줬다.
 
"코믹하게 풀어내려고 했지만, 사실 각 악장마다 현대주법을 활용했어요. 2악장은 오보에 하모닉스라는 주법인데, 그 소리는 어렵지 않게 들려요. 브람스 자장가의 장3도 음정이 나오는데, 그것을 주제로 해서 듣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들리게 하고 싶었어요. 초연 당시에 관객들은 그 소리가 포근하게 들렸대요."
 
그는 덧붙여 연주자나 청중들이 원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서 대회에 나갔는데, 그때 느낀 것이 대회의 수상곡들이 대부분 어렵고 학문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대전 시립교향악단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면서부터는 그렇게 작곡을 하지 않게 됐단다. 여전히 학구적 연구를 하고는 있지만, '재료를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까, 대중들에게 어떻게 힐링이 될까'가 자신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3장은 '대지의 어머니'가 부제입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자연 안에서 품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전시향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들었어요.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 곡을 쓰려다보니 '사랑'에 관한 곡을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이유가 학구적인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적인 힐링을 위해서 잖아요."
 
 대전시향 롯데콘서트홀 연주
대전시향 롯데콘서트홀 연주 우미현
 
10년 만에 재당선, 그동안 어떻게 활동했나
 
우 작곡가는 선화예고와 연세대학교를 거쳐 영국 왕립음악원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2016년에 박사를 마친 그는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써왔다. 이후 2019년부터는 대전시향의 전속 작곡가로 4년간 활동했으며, 지난 7월부터는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 교수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직장을 따라 대전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그는 대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전시향에서 작곡할 때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신기했어요. 여기에서 공연을 하면 공연장의 3층까지 관객들이 꽉 들어차요. 그런데 일반 관객들이 이렇게까지 클래식과 현대음악에 관심을 둔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일반 사람들이 힐링하러 오기 때문에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선에서 작곡하려고 합니다. 이 곡도 원래는 협주곡으로 의뢰받았는데, 관객에게 친숙한 소재를 찾다보니 엄마라는 주제를 정했고요."
 
학생들에게 새 길을 열어주는 영국의 교육 환경
 
 이탈리아 작곡 국제콩쿠르 리허설 사진
이탈리아 작곡 국제콩쿠르 리허설 사진우미현
 
자연스럽게 대전의 이야기를 하면서 영국과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하던 기억도 들려줬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교육에 적극적이던 영국의 얘기를 꺼냈다. 런던 심포니(2012)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11)의 젊은 작곡가로 선정되어 그가 만든 작품이 위촉 연주된 것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얘기도 들려줬다.
 
"영국은 명성이 있는 오케스트라가 학생에게 기회를 줘요. 학생이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대가를 붙여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영국에서 10년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비엔나와 달라요. 비엔나가 오히려 예전에는 음악의 강국이었는데, 요새는 폐쇄된 느낌이 들어요."
 
비엔나에서는 연주회장에 가도 모자를 쓴 귀족 할머니들만 있는 모양이 그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그곳엔 젊은 사람들은 적었다. 반면에 영국은 새롭게 시도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초연하고 연주하려는 분위기가 활발하다. 학생들에게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열려있어 그들에게 기회를 줘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제가 2011~2012년에 영국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젊은 작곡가로 뽑혀서 전문가들과 멘토(대가)와 연주자들과 네 번의 미팅을 가졌어요. 그때 멘토는 ' 현대음악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그라베마이어(Grawemeyer)을 수상한 '줄리안 앤더슨' 이라는 분입니다. 이런 기회가 영국에서는 많아요. 심지어 교수님 작품도 연주를 안 해주는데, 심지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거든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곡도 할까말까인데 학생들에게 기회를 줍니다."
 
다양한 작곡을 위해 건축을 공부한 이유는?
 
 건축 디자인 스케치
건축 디자인 스케치 우미현
 
우 작곡가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학교를 대표해 선수로 선발되었을 정도로, 논리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그는 작곡은 건축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작곡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예요. 저는 한 곡을 만들기 위해서 거의 열 번 넘게 다시 쓰는데, 하루종일 작업을 하면 그 모든 자료가 휴지통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연주자를 만나지 못하면 실제 결과물을 들을 기회가 없어요. 그런데 건축은 창작한 결과물이 언제나 땅에 있어서 보고 싶을 때 보러갈 수 있는 유형의 창작물이잖아요. 이런 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실생활에서 활용해볼 수 있고, 내가 원할 때마다 언제나 보러갈 수 있는 작품.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업이 거의 논리적이었으니 그런 것들이 건축이라 느꼈어요. 그래서 실제로 건축을 배워보면 나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우물만 파는데, 세계적인 작곡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음악만을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단순히 관심을 갖고 책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한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면 일반 음악가들이 발견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도전을 한 것이다.
 
"내가 집을 지을 수 있는 덩어리를 먼저 생각하고 분할로 들어가서 구조를 정하면서 세부적인 미를 추구하는데 음악도 마찬가지예. 오케스트라에서 15분의 곡을 의뢰하면 저는 그 시간만큼 공간을 갖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분할해서 부분적으로 어떤 음악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이것이 완전 똑같아요."
 
음악을 만들어온 배경도,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애정도, 앞으로 펼쳐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단 하나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번 연주회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 대학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학구적인 연구도 필요하고 책을 악기별로 쓸 생각이에요. 연주자와 현대 연주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찾고 싶어요. 그렇지만 작품을 의뢰받을 때, 청중이 이해할 수 있고 청중에게 시간을 들여 제 음악을 들었을 때 힐링이나 재밋거리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우미현 아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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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예술만 씁니다." 20년 넘게 문화예술계 현장에 몸담고 있으며, 문화예술 종합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년)과 한겨레신문(2016~2023년)에서 매주 문화예술 행사를 전하는 '주간추천 공연·전시' 소식과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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