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현 작곡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보에에 엄마의 사랑을 오롯이 담아내
그가 일 년 반 가까이 매달린 이 곡은 지난해 7월 15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으로 연주한 바 있다. 1986년에 개봉한 영화 미션(Mission)의 사운드트랙으로, 초반부에 가브리엘 신부(제러미 아이언스)가 원주민 앞에서 연주했던 악기로 잘 알려진 오보에가 엄마의 잔소리와 어떻게 연관이 있을지 궁금했다.
"대부분의 한국 엄마는 자식에게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특히 저희 세대가 그렇지 않나요? 이제는 제가 당시의 엄마 나이가 됐네요. 자식들을 위해서 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제게 도움이 되긴 했어요. 그러나 엄마라는 존재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다 맞을 수는 없는거 같아요. 우리도 옳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살지만, 살아가다보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저는 그것을 다 사랑이라고 믿어요."
이를 위해 우 작곡가는 엄마가 자신을 혼내려고 했을 때, 도망다니는 장면을 떠올렸다. 그것을 오보에 '멀티포닉 트레몰로'라는 현대주법으로 표현했는데, 기존에 나와있는 멀티포닉 기법을 한층 심화시켜 만든 방법이다. 그의 설명을 들을수록 악기와 잔소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싶었다.
"원래 오보에는 화음이 나오지 않아요. 우리 목소리처럼 한 음밖에 못 내죠. 그런데 호흡을 조절해서 평상시에 안쓰는 구멍의 조합을 만들면 '꽥'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화음도 아닌 이유가 음이 6~10개가 나오면 모든 음의 강도가 전부 달라요. 그래서 사람들이 들을 때는 '떼엑'하는 소리로 들려요. 약간 엄마가 꽥꽥 거리는 소리로 말이죠.(하하)"
실제로 이번 연주회에서 협연자로 나서는 홍수은씨와 함께 지난 몇 달간 새로운 음악적 발견에 힘을 쏟았다. 그래서 이들이 확보한 샘플만 해도 8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 고민을 거듭한 이유는 오보에가 한 번 부는데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엄마의 잔소리로 시작한 1악장으로 이후엔 어떤 흐름으로 이어가는지 들려줬다.
"코믹하게 풀어내려고 했지만, 사실 각 악장마다 현대주법을 활용했어요. 2악장은 오보에 하모닉스라는 주법인데, 그 소리는 어렵지 않게 들려요. 브람스 자장가의 장3도 음정이 나오는데, 그것을 주제로 해서 듣는 사람들이 친숙하게 들리게 하고 싶었어요. 초연 당시에 관객들은 그 소리가 포근하게 들렸대요."
그는 덧붙여 연주자나 청중들이 원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서 대회에 나갔는데, 그때 느낀 것이 대회의 수상곡들이 대부분 어렵고 학문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대전 시립교향악단의 전속 작곡가로 활동하면서부터는 그렇게 작곡을 하지 않게 됐단다. 여전히 학구적 연구를 하고는 있지만, '재료를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까, 대중들에게 어떻게 힐링이 될까'가 자신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3장은 '대지의 어머니'가 부제입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자연 안에서 품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전시향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들었어요.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 곡을 쓰려다보니 '사랑'에 관한 곡을 들려주고 싶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이유가 학구적인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적인 힐링을 위해서 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