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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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고등학생 문동은(아역 정지소 분). 어느 날, 동은은 체육관에서 박연진(아역 신예은 분)과 그의 친구들인 이사라(아역 배강희 분), 최혜정(아역 송지우 분), 전재준(아역 송병근), 손명오(아역 서우혁)를 만난다. 자기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해달라는 연진의 부탁을 동은이 거절하자, 그들은 온갖 방식으로 동은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학교와 경찰마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자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참다못한 동은은 자퇴를 선택하며 한 가지 결심을 품는다. 그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교사가 된 문동은(송혜교 분). 그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강현남(염혜란 분)과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향한 복수심을 품고 있던 바둑 선배 주여정(이도현 분)의 도움을 받아 오랫동안 갈고닦은 계획을 마침내 실행에 옮긴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뉴스에서는 잊을만하면 학교 폭력 소식이 등장한다. 나날이 잔혹해지는 학교폭력 방법과 수위는 과연 한국 사회가 학교 폭력을 제대로 예방하고 처벌하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근래에 많은 대중은 학교 폭력 이후 가해자의 삶에 주목한다.
2021년,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뒤흔든 학교 폭력 고발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인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는 인기 연예인과 유명 선수 중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들은 큰 논란에 휩싸인 채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사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에게 합당한 고통을 안기고 피해자에게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아주는 것은 마땅히 이뤄져야 할 당연한 일이다. 단지 현실에서 정의가 바로 서지 못했을 뿐이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 <더 글로리>는 바로 이 뒤엉킨 정의를 바로잡으려는 사투를 그려낸다.
흡인력의 원천, 구조적으로 묘사된 학교 폭력
그래서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을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동은이 복수를 결심한 이유에 공감할수록 이 복수극에 빠져드는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는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 내용대로 학교 폭력이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으로 인해 기인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동은이 무의식 중에 화상 흉터를 긁는 장면을 클로즈업하며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부각하거나, 학교 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묘사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실제로 학교 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플래시백 장면을 통해 동은이 입은 피해의 여러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데, 그때마다 다른 맥락의 문제를 지적하는 식이다. 약국에서 동은이 윤소희(이소이 분)를 만난 후, 체육관에 불려 가 연진에게 화장실 청소를 대신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장면은 방관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학교 폭력의 악순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약국에서 화상 흉터를 긁으며 약을 받는 소희를 목격하고도 동은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희가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자 동은은 체육관에서 그녀의 대체재가 된다. 그로 인해 복수를 다짐한 동은도 결국 착실히 계획을 실행하면서 또 다른 폭력의 당사자이자 가해자로 변한다.
학교폭력을 키우는 주변 환경 역시 고발 대상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는 교사 김종문(박윤희 분)이다. 그는 경찰서까지 불려 간 상황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먼저 챙기고, 각종 가혹 행위가 피해자의 행실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한다. 동은이 자퇴서를 내자 근무평가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그녀를 구타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행실의 기저에는 학교 내에서 사고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깔린 듯 보인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하려는 데 그치는 것이다. 이는 가해 학생 부모의 태도를 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자녀의 가혹 행위를 훈육하지 않는다. 그저 일을 키워서 시끄럽게 만들었다고 질책한다. 조용히 합의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빈부격차 문제가 끼어드는 건 덤이다.
장르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