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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쓸쓸한 전성현, 혼자서는 외롭다

맹활약에도 불구 팀은 5연패 수렁... 생애 첫 MVP 가능할까

23.01.04 11:39최종업데이트23.01.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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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점 맹활약 전성현 12월 22일 오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프로농구' 고양 캐롯과 서울 삼성의 경기. 고양 캐롯 전성현이 팀 동료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전성현은 전성현은 팀 내 최다인 31점을 기록해 팀의 93-72 승리를 이끌었다. (KBL 제공)

▲ 31점 맹활약 전성현 12월 22일 오후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KBL 프로농구' 고양 캐롯과 서울 삼성의 경기. 고양 캐롯 전성현이 팀 동료와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전성현은 전성현은 팀 내 최다인 31점을 기록해 팀의 93-72 승리를 이끌었다. (KBL 제공) ⓒ 연합뉴스

 
2023년 현재 KBL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전성현(고양 캐롯 점퍼스)이다. 1월 4일 현재 전성현은 28경기 전 게임에 출장하며 경기당 20.2점, 3어시스트, 1.2스틸, 3점슛 4.1개, 성공률 43.5%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득점은 자밀 워니(서울 SK, 23.9점)에 이어 전체 2위, 국내 선수 중 단연 1위이며 올시즌 경기당 평균 20점을 넘긴 선수는 이 두 명 뿐이다. 각 팀의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까지 제치고 국내 선수가 에이스급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기인 3점슛은 전성현을 제외하고 평균 3개 이상을 성공시킨 선수가 전무하다. 이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연속경기 3점슛 기록을 69경기째로 매 경기 경신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3점슛 114개를 성공시킨 전성현은 지금의 페이스라면 종전 기록인 197개(2004년 우지원)를 뛰어넘어 KBL 역대 한 시즌 최다 3점슛 신기록과 최초의 200개 고지 돌파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라운드 활약은 역대급이었다. 전성현은 3라운드 9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33분 58초 동안 25.7점 1.3리바운드 2.8어시스트, 3점슛은 경기당 5.4개, 성공률 50.5%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생애 첫 라운드 MVP를 수상했던 1라운드(9경기 31분 29초 평균 17.1점 3.4어시스트 1.8스틸, 3점슛 3.3개)를 훨씬 뛰어넘는 활약이었다.
 
지난달 4일 창원 LG와 경기에서부터 31일 가스공사전까지는 무려 10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KBL 역사상 국내 선수로는 서장훈, 문경은, 현주엽, 김영만 등 단 4명만 보유한 기록이다. 사실상 올시즌 정규리그 MVP 경쟁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독보적 0순위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뜨겁고 찬란한 시즌 전성현

이처럼 농구인생에서 가장 뜨겁고 찬란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성현이지만, 정작 최근 본인은 마음 편하게 웃고 있지는 못 하고 있다. 전성현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역주행하고 있는 팀성적 때문이다.
 
캐롯은 시즌 초반 한때 선두권인 2위까지 치고 올라갈 만큼 선전했으나 최근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주 KCC에 패배(83-90)한 뒤 3일 군산에서의 리턴매치(72-79)까지 올시즌 내리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올시즌 팀 최다연패 기록이다. 5할 승률마저 무너진 캐롯은 13승 15패로 6위까지 추락했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7위 수원 KT(12승 15패)에게도 반게임 차이로 추격당하고 있다.
 
사실 이런 고비가 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캐롯은 전신인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여 올해 새롭게 창단한 신생팀이다. 전성현과 김승기 감독을 영입하며 선수단 구성이 오리온 시절에 비하여 크게 물갈이됐다. 전력 면에서 중하위권 정도로 평가받았고 김승기 감독도 '올해는 성적보다 팀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전망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현의 역대급 활약과 김승기 감독 특유의 '뺏고 달리는 농구'가 초반 위력을 발휘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선수층이 얇고 전성현을 받쳐줄 2옵션이 부족하다보니 자연히 에이스에게 과부하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캐롯은 최근 데이비드 사이먼, 한호빈, 최현민, 김진유까지 줄줄이 이탈했다. 특히 노련한 사이먼이 8주 진단을 받아 완전히 이탈한 것은 가뜩이나 득점원이 부족한 캐롯에 치명적이었다.
 
3일 KCC전에서 캐롯은 전성현이 팀내 최다인 20점에 3점슛 4개를 넣으며 분전했으나 상대의 집중수비에 막혀 야투율이 27.8%(5/18)에 그쳤다. 평소와 달리 실책도 4개나 범하는 등 체력 저하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전성현은 올시즌 경기당 32분 27초를 소화하며 최다 출장 시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성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이정현(17점 3점슛 4개 3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과 디드릭 로슨(12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마저 야투 난조로 고전했다. 대체선수인 드미트리우스 트레드웰은 고작 2분 29초를 출장하여 무득점에 그쳤다. KCC 선수들이 벤치 득점만 31점이나 뽑아낸 것에 비하여 캐롯은 그 절반 정도인 17점에 머무른 것이 양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 같은 선수가 더 필요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잘해주고 있지만, 전성현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못 받쳐주면 경기가 안 된다. 전성현도 지금쯤이면 체력이 떨어질 시기가 됐다"고 팀의 현 주소를 냉철하게 평가하며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승기 감독이 전성현의 파트너로 기대하고 있는 두 번째 에이스는 이정현이다. 2년차인 이정현은 올시즌 경기당 15.5점, 3.9 어시스트, 2.6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다. 출장시간은 34분 31초로 전성현보다도 더 많이 뛰고 있으며 국내-외국인 선수를 통틀어 전체 1위다.

예년같았으면 MVP 후보로도 거론될 만한 훌륭한 성적이지만 김승기 감독은 아직 이정현이 더 성장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김승기 감독은 최근 이정현도 체력부담 때문인지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작전타임마다 강하게 질타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사실 캐롯은 지금까지 상대 팀과 대등하게 정면승부를 펼친 경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변칙적인 라인업이나 함정수비로 맞춤형 전술을 구사하며 버텨왔다. 하지만 팀당 한 시즌 54경기를 치르고 같은 팀과 6번씩 맞붙는 리그에서 변칙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진정한 최고의 선수라면 이런 어려운 상황도 극복하고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성현의 생애 첫 MVP 도전에 있어서도 최대의 변수는 경쟁자보다도, 바로 캐롯의 올시즌 팀성적에 달려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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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캐롯점퍼스 이정현 3점슛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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