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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싸움하다 실제로 사고까지... 그래서 태어난 이 영화

[미리보는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22.12.30 17:21최종업데이트22.12.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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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관련 이미지. ⓒ 왓챠


때론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일로도 예술이 탄생하는 법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듯 그것과 닮아 있는 예술에도 흥미로운 이야기와 배경이 존재하곤 한다.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은 자수성가한 거대 자본가가 자신의 80세 생일을 기념하며 뭔가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돈은 많지만 아무도 그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는 자본가 움베르트 수아레스는 노벨문학상 소설 판권을 거액을 들여 사오고,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롤라 쿠에바스(페넬로페 크루즈)를 섭외해 영화 제작을 의뢰한다.
 
문제는 이 감독이 괴짜로 알려져 있고, 돈으로도 통제가 안 된다는 데 있다. 소설 원작과는 전혀 다르게 시나리오를 만들고 본인이 원하는 두 배우를 고집하는 과정, 막상 섭외된 두 배우 또한 자신의 강한 자아를 뽐내며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 한다.
 
투자 결정과 제작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해당 영화는 현대 영화 산업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작 소설을 보지도 않고 판권을 구매한 자본가는 예술에는 전혀 관심 없고, 명성만을 원한다. 감독은 자기 작품을 위해 두 배우를 마치 소품처럼 대하거나 정서적으로 철저히 하대하기도 한다.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관련 이미지. ⓒ 왓챠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관련 이미지. ⓒ 왓챠


영화 중반 이후부턴 감독의 도발에 자극받은 두 배우마저 서로를 겨냥해 자존심 싸움을 시작하는 과정이 나온다. 명배우 펠릭스 리베로(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배우 이반 토레스(오스카 마르티네즈)는 거짓으로 췌장암에 걸렸다고 하거나 상대의 연기력을 극찬하는 척하며 타인을 당황케 한다. 이들을 두고 롤라 감독 또한 거짓으로 리허설 날짜를 잡아놓고 배우들에게 허탕을 치게 하는 등으로 골탕 먹인다. 이 모든 과정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 위한 일종의 연기 훈련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서로 농락하고, 신경을 건드리는 사이 촬영날짜는 다가온다. 또다시 티격태격하던 두 배우는 결국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해를 입히게 되는 사고로까지 발전한다. 과연 이 위험한 영화는 제대로 완성이나 될 수 있을까.
 
영화 말미, 한 유명 영화제에 초청받은 감독과 출연진의 모습이 등장하는 걸 봐서 완성은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작품을 둘러싼 각종 루머를 묻는 기자들 모습과 답하는 감독의 태도를 보면 이 또한 놀라운 통찰 내지는 풍자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자칫 무거워 보이기도 하지만, 주제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제법 경쾌하다. 각 배우들이 서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과정이 영화 전반에 잘 드러나 있다.
 
한줄평: 폭소를 자아내다가도 등골 서늘하게 하는 감독의 통찰력
평점: ★★★☆(3.5/5
)

 
영화 <크레이지 컴페티션> 관련 정보

원제: Competencia Oficial(Official Competition)
감독: 가스톤 두프라트, 마리아노 콘
각본: 앙드레 두프라트, 가스톤 두프라트, 마리아노 콘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오스카 마르티네즈
러닝타임: 115분(114분 40초)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및 공동배급: ㈜왓챠
배급: ㈜영화사 진진
개봉: 2022년 12월 28일
 
크레이지 컴페티션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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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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