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KBS
"옛날에는 둥이를 제압 못 한 부모님께 화가 났는데, 지금은 오히려 둥이에게 화가 나는 것 같아요." (딸 보호자)
둥이가 예민해지면 보호자 가족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하루에 네 번씩 안약을 넣어야 하는 둥이를 케어하지 못해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둥이는 치료 중에도 공격성을 보였는데, 잠시 후 바닥에 내려놓자 충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제자리에서 계속 돌며 자신의 꼬리를 물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것이 보호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둥이의 꼬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보호자들은 11월 18일 새벽 2시의 악몽 같았던 밤을 떠올렸다. 당시 집 안은 피범벅이 된 상태였는데, 둥이가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어 생긴 상처 때문이었다. 방문 훈련사를 초빙하고, 위탁 훈련소에 맡기기도 했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혹시 꼬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병원에서도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피부 질병이나 골격 문제는 아니라는 소견이었다.
이유를 모르니 보호자들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집에 돌아온 둥이는 붕대가 풀린 꼬리가 신경쓰였는지 다시 꼬리 물기를 시작했다. 겁에 질려 붕대를 갈아줄 여력이 없는 보호자들은 황급히 응급실로 향했다. 딸 보호자는 부모님 걱정에 눈물을 흘렸다. 독립을 하면서 허전해 하는 부모님을 위해 둥이를 데려왔는데, 부모님이 물림 사고를 당하니 죄책감이 밀려온 것이다.
"꼬리 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어딘가 무는 거예요. 저것 때문에 꼬리가 절단되는 애들이 있어요. (...) 꼬리를 바짝 절단하면 (증상이) 없어질 거 같잖아요. 뒷다리를 물어요."(강형욱)
강형욱은 꼬기 물기와 관련해 겪었던 충격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꼬리가 문제라고 생각해 꼬리를 잘랐더니 뒷다리를 물더라는 그의 얘기에서 꼬리 물기가 단순히 꼬리에 대한 집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공중 보건 연구센터의 카트리나 티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개들이 꼬리 무는 행동은 인간의 강박장애와 닮아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꼬리 무는 행동은 손톱을 뜯는 것과 비슷하다. 강형욱은 어미 강아지와 일찍 분리될수록 꼬리 물기 행동을 보일 확률이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둥이는 생후 2개월 무렵 집으로 왔는데, 그 말은 생후 3~4주 때 어미와 떨어졌다는 얘기였다. 강형욱은 둥이가 꼬리를 물다 보니 스트레스가 완화되어 습관이 된 것으로 추측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처음 접해 보는 사례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고 조용한 둥이를 기특하게 여겼다. 둥이는 강형욱의 냄새를 하고, 발치에 누워 쉬기도 했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다만, 위협적이지는 않아도 거리를 두고 살핀다는 느낌이었다. 강형욱은 둥이가 꼬리를 무는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어도 언제 꼬리를 무는지 짐작은 가능하다며 '건들지만 않으면' 대체로 얌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형욱은 둥이에게 꼬리 물기는 '싫다'는 표현이자 협박성 저항이라며, 문제는 보호자들이 둥이가 싫다고 할 때마다 불편함을 즉각 해결해 준 것이라 설명했다. 앞서 제자 방문에서 이경규가 둥이를 안아 들었을 때 몸부림을 쳤지만, 침착하게 대응하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빗질을 할 때 으르렁해도 무시하니 결국 얌전해졌다. 거절을 무시하다 바로 순응한 것이다.
지나친 통제와 교육의 역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