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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염원을 담은 '샤먼' 곡을 발표합니다"

[인터뷰]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강솔잎 작곡가

22.12.26 18:01최종업데이트22.12.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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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아창제에 선정된 전주시립국악단원 강솔잎 작곡가 ⓒ 아창제


"염원을 통한 자기통찰은 모든 삶이 아름답고 숭고하게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생황과 소아쟁 2중 협주곡 '샤먼(Shaman)'은 모두의 염원과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생황의 관대가 하늘로 솟아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고, 땅을 울릴듯한 아쟁의 짙은 명주실의 배음이 땅을 울리는 동안 저의 음악은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하나의 샤먼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오는 1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4회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의 출품작을 설명하는 소개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전통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샤먼', '염원', '무당'을 소개하는 설명에서 또다른 사연이 숨겨있을지 궁금하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음악과를 졸업하였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뮤지컬학과 뮤지컬작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전주시립 국악단의 상임단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강솔잎(35) 작곡가로부터 음악에 관한, 작품에 관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지난 22일 그를 유선 상으로 만났다. 

10년 넘게 이어온 '염원'의 연속
 

공연을 앞두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전주시립국악단에서 시청에 대형 현수막을 붙여 그의 당선 소식을 알렸다. ⓒ 강솔잎

 
"최근에 축구를 했던 것처럼 다른 분들은 문화생활로 인식하지만, 한국음악을 전공한 제가 대회를 나가면, 저와  가족 입장에서는 속타는 일이에요. 10년 넘게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아창제를 끝으로 한국에서는 더이상 나갈 대회가 없게 됐어요. 그동안 국악과 관련된 공모전은 다 나갔기 때문에 종지부를 찍은 느낌이죠. 물론, 아창제가 공모전은 아니지만, 그 사이에 여러 대회를 나가면서 부모님께서 마음 졸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 또한 이 곡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염원을 담았고요."

그가 처음 대회를 나가게 된 것은 22살이었다. '대한민국 대학국악제'(2010)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단다. 작곡가는 보통 관 단체랑 협연을 하거나 발표하는 것을 데뷔한다고 말하는데, 그의 데뷔 무대는 합창단이었다. 이후에는 국악과 필하모니까지 장르를 넓혀나갔다. 서울에서 경연대회를 하니까 부모님은 직접 와보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봤는데, 그때도 떨려서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란다. 10여 년간 대략 10번 정도 수상한 듯싶다. 일년에 한 번씩은 꼭 해야한다고 마음 먹고 도전했다. 전주시립 국악단은 지난 2015년에 입사했다. 직장에 들어온 이후 '대한민국 작곡상'을 수상했고 이후에도 도전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그 나이 대에 맞는 대회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대회가 나이제한이 풀렸지만, 당시에는 있었거든요. 직장에 들어온 이후론 적응할 시간도 필요했고요. 초창기 아창제 작품에는 주로 교수님들이 많았어요. 제가 함부로 도전하기보다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창제'는 수많은 작곡가들에겐 꿈의 무대로 통한다. 왜 그런지 사연을 물어보니 여기서 하면 인정을 받는다기 보다는 '특별한 제약이 없는 것'이 매력적이란다. 작곡가가 알아서 그려낸 판타지를 블라인드로 작품만 심사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여기서는 이런 악기를 쓰면 안된다는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곡가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모두 담아낼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할 수 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선이 된 사실조차 몰랐고 주변에서 연락이 왔어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정말로 내가 됐다고? 대학에 합격한 느낌이었어요." 

11분 곡을 위해서 거의 6개월 동안 손을 놓지 못했다. 곡을 쓰는 처음에는 빨랐는데, 나중에는 디테일을 손볼 땐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여기는 부드럽게 넘어가고 싶다든지, 다듬는 과정이 생겼다. 

"창극이라는 장르는 지나가다가 보거나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뮤지컬은 마음 먹고 비싼 가격에 예매를 하고 가야하는 차이점이 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창극은 대중들이 과거게 머물러 있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공부해서 좋은 점을 가져오면 낫겠단 기대를 했어요."

서로 다른 장르를 배우면서 그는 무엇을 배웠을까. 이 질문에 그는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단다. '우리 원래 이렇게 안하잖아?'라는 생각이 있으면 결국 안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뮤지컬을 공부했던 기간에도 한국음악을 놓지 않았고,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시도를 한 것이다. 결국에는 창극을 젊은 사람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작곡 전공이어서 음악적으로만 봤어요. 캐릭터에는 테마가 있어야 하는데, 저희는 모든 곳이 다 새로운 곡처럼 느껴져요. 뭐 하나 기억에 남기길 쉽지 않아요. 뮤지컬에서는 여주인공이 나오면 밝은 테마의 곡이 연주되지만, 저희는 계속 새로운 느낌으로만 나가니까 음악이 스토리에 묻혀갈 수가 없어요. 음악은 결국에 배경일뿐이죠. 그래서 '넘버'라는 개념이 상실됐어요. 애초에 한국음악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하는 모든 음악을 지칭해요. 저희가 음악이 새로운 것에 맞춰서 새로운 모양도 구상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전통을 하는 분은 계속 지켜줘야 저희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지만 말이죠." 

하늘의 음악과 땅의 음악이 닿길 바라며
 

강솔잎 작곡가가 소속된 전주시립국악단의 연주회 장면 ⓒ 전주시립예술단

 
골목 다니다보면 무당집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곳엔 대나무에 흰색을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 의미는 하늘에서 신이 잘 내려오기 위한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신을 잘 받으려는 기운이 숨겨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을 솟은 악기는 무엇을까?" 고민하다가 생황을 생각해 협연 악기로 선택했다. 그는 무속과 관련된 책도 계속 읽었다. 무속음악도 학교에서도 공부했고, 스스로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 나섰다. 생황은 화음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이며, 비주얼적으로도 하늘의 느낌을 전달하는 악기란다. 소아쟁은 민속악에서 반주를 많이하는데 소리가 맞다는 것이다. 하늘의 소리와 땅의 소리가 만난 것. 그 만나게 된 매체가 강 작곡가의 음악이다.  

공연을 앞두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전주시립국악단에서 시청에 대형 현수막을 붙였단 얘기들었다. 당선 이후 악단에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해 그의 수상 소식을 알렸다. 게다가 이번 공연에서는 전 단원들이 함께 버스를 대절해서 예술의전당에 와서 공연을 관람한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저희 국악단만 50명 정도 돼요. 모두 축하해주고 감사하죠. 예전에 대한민국 작곡상 탄 이후론 처음이에요. 버스를 타고 공연을 보러가는 이유는 모두 궁금해하고 우리 악단뿐 아니라 다른 악단과 작곡가의 음악도 궁금해서 그래요. 솔직히 결혼 전에 버스를 대절해본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됐네요.(하하)" 

세 번째 도전만에 당선됐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써서 잘 몰랐단다. 하지만 그는 너무 옛날부터 대회를 나가다 보니까 열 번 도전해서 한 번 당선하면 잘 된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며 정신이 버틸 수가 없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실망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양 악기가 많이 들어간 대편성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뮤지컬을 전공인 석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국악이 아닌데 작은 뮤지컬이나 서양 음악을 하기도 합니다. 현악4중주 곡을 쓰기도 하고요. 여러 소리를 접하다보니까 좋은 소리를 뽑아서 모았어요." 

그가 최근에 관심을 둔 것은 소리극이나 뮤지컬이다. 제일 기본으로 돌아간거 같다고 한다. 남의 음악도 자주 듣고 고전 클래식과 현대 음악도 자주 듣는단다. 감을 따라가는 것을 유지하고 싶다며, 상황이나 흐름을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저는 리듬에서 신경써서 들어주면 좋겠어요. 샤먼이다보니 굿장단이 들어가요. 굿장단이 타악기도 연주를 하기도 했지만, 거문고와 가야금 같이 뜯어서 내는 연주도 많아요. 서양 악기에는 호른, 클라리넷, 바순, 첼로, 더블베이스 등도 많이 들어가고요."  

어느 인터뷰에서 작품은 작곡가의 드라마를 표현한 것이라 소개했다. 그가 생각하는 드라마는 무엇이며, 앞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세계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드러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라는 거예요. 물론 연주자가 연주를 통해 희열에 차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음악은 듣는 사람이 즐거워야 해요. 나만 알아듣는 음악보다는 누구나 들어도 편안하고 따라갈 수 있는 음악이 제가 추구하는 음악입니다." 
아창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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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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