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재벌집>의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26.9%, 수도권 30.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했다. 타깃 2049 시청률 역시 11.9%로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전 채널 1위 및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송중기가 연기한 진도준/윤현우보다는 오히려 이성민이 연기한 진양철이었다. 여러 재벌들의 사례를 인용했지만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가받는 진양철은, 부와 권력에 집착하는 비정한 면모에서부터 시대를 앞서가는 통찰력과 혈육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선과 악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인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견배우 이성민은 남다른 아우라와 포스로 화면을 장악하며 생생한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이끌었다. 실제로 진양철의 퇴장 이후 극의 긴장감이 크게 느슨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높은 인기와는 별개로, 원작과 전혀 달라진 결말과 개연성은 아쉬움을 남긴다. 온갖 암투와 위기를 딛고 마침내 순양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는 듯했던 진도준이 사망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윤현우가 순양을 응징하는 것으로 과거를 참회하고 속죄한다는 결말은, 얼핏 '도덕적인 면'에서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공들여 쌓아놓은 캐릭터와 세계관을 한번에 무너뜨린 반전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역시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용두사미 결말로 혹평을 받았던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재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현우가 자신을 버린 순양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복수를 결심하여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과정은 고작 마지막 한 회에 몰아치기로 전개됐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태생이 아닌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자본과 권력보다도 정의를 선택하게 된 윤현우의 감정 변화가 단순히 궁지 끝에 몰려서 저지른 복수가 아닌, 스스로의 깨우침을 통한 '속죄와 참회'라는 설득력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또한 15회에 걸쳐 저마다 나름의 개성과 독자적인 서사를 구축해왔던 진성준, 오세현, 모현민, 서민영, 진화영 등 대다수의 주조연 캐릭터들은 갑자기 존재감이 줄어들거나 평면적인 인물로 전락하여 별다른 설명없이 허무하게 퇴장하면서 맥빠진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권선징악적 결말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이야기의 개연성과 매력포인트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된 마무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라리 진도준이 그대로 살아남아 '제2의 진양철'이 된 모습을 보여주며, 또다른 재벌도 타락해가거나 혹은 가진 자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 사이에서 '열린 결말'을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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