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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 12블로킹' 김수지, 30대 중반에 찾아온 전성기

[여자배구] 6일 인삼공사전-11일 GS칼텍스전에서 12블로킹으로 기업은행 연승 견인

22.12.13 09:22최종업데이트22.12.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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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는 전성기가 일찍 찾아오는 선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는 선수도 있는데 이는 배구 역시 마찬가지다. 배구는 수 많은 점프를 하고 몸을 날려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부상부위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와 운동능력을 발휘하며 선수로서 전성기를 보낼 때가 많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컨디션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경험'인데 자고로 경험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경기를 치러야만 쌓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은 경험들을 코트에서 제대로 발휘하는 선수들은 조금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하곤 한다.

최근 2경기에서 무려 12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블로킹 부문 단독 2위(세트당0.78개)로 뛰어오른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맏언니 김수지는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대표적 선수다. 

경험 쌓일수록 기량도 느는 '성장형 미들블로커'
 

어느덧 기업은행 이적 6년 차가 된 김수지는 현재 기업은행 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함께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단짝으로 지낸 김수지는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지명됐다. 마침 당시 현대건설은 장소연(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이른 은퇴로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고 김수지는 프로 2년 차 시즌부터 현대건설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하지만 현대건설 시절의 김수지는 지금처럼 완성형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다. 특히 188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음에도 블로킹타이밍을 맞추는 데 약점을 가지고 있어 입단 초기엔 정대영, 2007-2008 시즌부터는 양효진에 밀려 블로킹 부문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심지어 현대건설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2010-2011 시즌에도 김수지의 블로킹은 세트당 0.29개(11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들블로커로서 김수지의 기량은 2014년 흥국생명 이적 후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수지는 현역 시절 174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양날개와 중앙을 자유자재로 오가던 박미희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지도를 받으며 블로킹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현대건설 시절이던 21013-2014 시즌 세트당 0.37개였던 김수지의 블로킹은 흥국생명 이적 세 번째 시즌이었던 2016-2017 시즌에는 세트당 0.64개로 대폭 늘었다.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 역시 김수지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양효진과 함께 대표팀의 중앙을 지키던 정대영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후 대표팀에서 은퇴를 하자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신장을 가진 김수지가 양효진의 새 파트너로 낙점됐다. 그렇게 대표팀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한 김수지는 장신공격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블로킹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지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김수지는 2016-2017 시즌 42.54%의 공격성공률로 데뷔 후 가장 많은 300득점을 올렸고 블로킹 4위(세트당0.64개)와 속공 1위(56.03%), 이동공격 3위(51.03)를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김수지는 시즌이 끝난 후 명실상부한 V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함께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김수지에게는 프로 데뷔 12년 만에 얻은 첫 번째 영예였다.

최근 2경기 12블로킹 폭발, 기업은행 연승 견인
 

김수지는 작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경,양효진과 함께 대표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V리그에서는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은 김수지는 연봉 2억7000만 원을 받고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토종거포 박정아(도로공사)가 팀을 떠난 기업은행은 창단 후 6번의 시즌 동안 3번이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을 때 만큼 전력이 강하지 못했고 김수지 역시 흥국생명 시절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김수지가 중앙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김희진이 조금 더 자유롭게 중앙과 오른쪽을 오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업은행은 2017-2018 시즌부터 팀의 주전세터가 염혜선(KGC인삼공사)과 이고은(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이나연(현대건설), 조송화, 김하경으로 대단히 자주 바뀐 편이다. 적당한 높이와 스피드의 토스가 날아오면 공격이 가능한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와 달리 미들블로커들은 세터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공격력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김수지의 기복에는 기업은행의 잦은 세터교체도 원인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중반 김호철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하경 세터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고 이번 시즌에도 김하경 세터 체제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세터의 안정은 김수지를 비롯한 기업은행 미들블로커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미들블로커 한 자리에 김현정과 최정민을 경쟁시키고 있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팀 내 맏언니 김수지를 붙박이로 기용하고 있다.

그리고 김수지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물이 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기업은행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일 인삼공사와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블로킹 6개를 포함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5득점을 올린 김수지는 11일 GS칼텍스 KIXX와의 3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역시 6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기업은행의 풀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2경기에서 12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김수지는 블로킹 부문 단독 2위(세트당 0.78개)로 뛰어 올랐다.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2승6패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기업은행은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챙기는 가파른 상승세로 4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5위 GS칼텍스와의 승점 차이가 1점에 불과하지만 3위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도 3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중·상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김수지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기업은행의 상승세도 더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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