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인의 연인> 스틸
(주)시네마달
유진은 엄마인 영선보다 훨씬 이른 나이, 엄마가 자신을 낳기 전 단계에서 '어른'이 되는 관문을 통과한다. 영선이 여전히 남자에게 의지해 자신을 종속시키는 것으로 행복과 안락을 찾고자 하는 상태에 머무르는 데 비해 유진은 비록 아픈 성장통을 체험해야 했지만 순식간에 돌파해버린 셈이다.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이라지만 그저 청소년의 위태로운 일탈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식의 억지 봉합이 아니라 제대로 시련을 겪고 극복하며 얻어낸 성장이기에 더 값지다.
유진 역을 맡은 신예 황보운의 모델 같은 이미지는 복합적인 면모로 영화에서 활용된다. 우선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편견을 받아들이는 척 한다. 황보운 배우의 어려보이는 얼굴과 대비되는 성숙한 외모는 소녀의 성적 매력을 관음증적으로 바라보는 불건전한 시선을 도발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캐릭터 이미지는 이후 그녀가 보이는 행보를 통해 그런 통념을 뒤엎는 역습에 주요하게 활용된다. 청소년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이지만 15세 관람가를 감수한 만큼 영화는 제법 수위가 세다. 하지만 유진은 가스라이팅의 유혹도, 성적 대상이 되는 것도 결국 거부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는 성장형 캐릭터다.
유진의 마치 자매 같은 엄마 역할인 영선 역에는 서영희 배우가 소녀와 어른의 면모를 겸비한 연기를 선보인다. 딸 유진의 성장통을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과 함께 영선의 시련 가득한 터널 통과도 병행해 이뤄지는데 둘의 결말 역시 흔히 상상하는 화해라는 이름의 봉합과는 꽤 다른 형태로 마무리된다. 영선과 현실 '어른'의 사랑이 갖는 한계를 보여주는 창호 역 전석호 배우 역시 배우의 다양한 이미지 중 한 단면을 적절히 활용해 밉지 않은 우유부단남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유진에겐 어른이 되기 위한 관문 격으로 등장하는 두 남자, 강우오빠 역 김민철과 순정남이지만 파괴적 면모를 아울러 지닌 현욱 역 홍사빈, 두 배우의 대비되는 면모도 적절한 캐스팅이다. 여기에 유진에겐 한없이 고마운 은인이지만 어쩌면 그녀의 성장통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격인 진열 역의 우지현, 혜선 역의 박정연 배우도 제한된 역할 속에서도 튼실하게 극을 받쳐주고 있다. 가장 선한 이들이 운명적으로 당하고야 마는 수난은 어쩌면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특이점의 부수적 피해 혹은 대속처럼 느껴진다.
유진은 지금껏 불우한 10대 소녀 주인공이 보여주지 못했던 자기 욕망에 충실한 존재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나쁜 남자'에게 피해를 당하는 전형에서 벗어나는 대신, 자신의 일탈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다는 걸 평생 어깨에 짊어져야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을 테다. 진열과 혜선의 존재는 그런 징표로 (다소 도구적으로) 각인되어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 행동에 대한 주체성과 함께 시련과 상처를 안고서야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결말 아닐는지.
<작품정보>
만인의 연인 Nobody′s Lover
2021|한국|드라마
2022.12.01. 개봉|130분|15세 관람가
감독 한인미
주연 황보운(유진 역), 서영희(영선 역), 홍사빈(현욱 역), 김민철(강우 역)
출연 전석호(창호 역), 우지현(진열 역), 박정연(혜선 역), 이유지(샛별 역)
제작 (주)시네마달
공동제작 동산시네마
제작투자 KC벤처스(주)
배급 (주)시네마달
2021 26회 부산국제영화제
2021 47회 서울독립영화제
2022 10회 무주산골영화제
2022 10회 헬싱키시네아시아영화제
2022 37회 시네마호베국제영화제 CIMA심사위원언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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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