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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포기하지 않고 역전 드라마 만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일본 2-1 독일

22.11.24 09:44최종업데이트22.11.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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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독일과 일본의 경기. 일본 도안 리츠가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2.11.23 ⓒ 연합뉴스

 
버티는 힘도 좋았지만 후반전 대반전 드라마를 실제로 이루기 위해 들여보낸 교체 선수들이 무서운 집념을 보여주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일본도 믿기 힘든 월드컵 첫 게임 역전승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반전에 페널티킥으로 먼저 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 놀라운 뒷심이 무엇인지를 세계 축구 팬들에게 또 한 번 각인시켰다. 운이 좋아서 이룬 이변이 아니라 그들이 잘 하는 축구를 갈고 닦은 덕분에 이루어낸 당당한 승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남자축구대표팀이 33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독일과의 첫 게임에서 2-1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사우디 아라비아와 나란히 이번 대회를 통해 돌풍의 팀 목록에 일본도 이름을 올린 것이다.

'미토마-아사노-도안-미나미노' 교체 선수들이 이룬 놀라운 결과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0-2로 패하는 바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에 휩싸였던 독일이 또 하나의 아시아 팀에게 덜미를 잡힐 줄은 정말 몰랐다. 한지 플릭 감독이 다듬어 내보낸 독일 선수들이 후반전 중반까지 일본 골문을 쉼없이 두들겼기 때문에 추가골이 충분히 나올 줄 알았다. 

독일의 공 점유율은 65%로 24%의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슛 기록도 25개, 그 중 유효 슛도 32%에 해당하는 8개나 되었다. 하지만 독일의 골은 33분에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이 오른발로 차 넣은 페널티킥 골이 전부였다. 하루 전 아르헨티나가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무너진 스토리와 거짓말처럼 닮아 있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에 카이 하베르츠가 추가골을 넣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반자동 오프 사이드 판독 시스템에 걸렸다. 60분에는 귄도안이 오른발로 찬 회심의 정면 슛이 일본 골문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리고 나오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70분에는 정말로 독일의 추가골이 쉽게 들어가는 줄 알았다. 왼쪽 로빙 크로스를 받은 세르주 그나브리의 헤더 슛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골키퍼 곤다 슈이치는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쳐냈고 곧바로 이어진 그나브리의 세컨드 볼 슛까지 침착하게 막아냈다. 전반전 독일 왼쪽 풀백 다비드 라움을 막기 위해 어설프게 따라붙었다가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내준 페널티킥 악몽을 충분히 지워버릴 수 있는 슈퍼 세이브였던 것이다. 

곤다 슈이치의 활약 덕분에 추가 실점 위기를 넘긴 일본은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를 73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반전 여러 차례 빠른 역습 드리블 실력을 뽐냈던 이토 준야가 오른발로 찬 슛이 동점골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역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마누엘 노이어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걷어낸 것이다. 

독일은 노이어 덕분에 한숨을 돌렸다 싶었지만 75분에 끝내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 교체 선수들의 합작품이었기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미토마 카오루가 공을 잡고 가운데 쪽으로 방향을 잡다가 기습 스루패스를 찔러주었다. 이 공을 받은 미나미노 다쿠미가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날카로운 왼발 얼리 크로스를 보냈는데 그 방향을 바꿔놓기 위해 독일 골키퍼 노이어가 몸을 날렸다. 여기서 흐른 세컨드 볼을 도안 리츠가 왼발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미토마 카오루(57분), 미나미노 다쿠미(75분), 도안 리츠(71분)' 세 선수 모두 이 동점골을 위해 바꿔 들어온 선수들인 것처럼 멋진 합작품을 완성한 셈이다.

이렇게 흐름을 뒤집어버린 일본은 83분에 또 하나의 놀라운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수비수 코 이타쿠라의 롱 킥을 받은 아사노 다쿠마가 완벽한 라인 브레이킹을 해냈고 독일 수비수 니코 슐로터베크가 방심한 틈을 타 과감하게 몰고 들어가 각도 거의 없는 곳에서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각도를 잡고 서 있었지만 공 한 개만 빠져나갈 수 있는 바로 그 공간을 꿰뚫어낸 것이다. 아사노도 57분에 마에다 다이젠 대신 들어간 교체 선수이기에 더 놀라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 벤치에서는 90분에 세르주 그나브리 대신 18살 어린 공격수 유수파 무코코까지 들여보내고 추가 시간 7분이 다 끝날 때까지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일본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4만2608명의 많은 관중들 대부분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또 하나의 멋진 축구 게임이 끝났다.

일본 선수들은 마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처럼 펄펄 뛰며 좋아했고 독일 선수들은 4년 전 카잔에서 한국 팀에게 패한 것처럼 넋이 나간 듯 보였다. 독일은 다음 주 월요일(28일) 오전 4시 E조 1위가 유력한 강팀 스페인을 만나야 한다. 거기서도 패할 경우 16강 진출 희망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일요일(27일) 오후 7시 E조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를 상대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죽음의 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결과(23일 오후 10시, 칼리파 스타디움-알 라얀)

일본 2-1 독일 [득점 : 도안 리츠(75분), 아사노 다쿠마(83분,도움-코 이타쿠라) / 일카이 귄도안(33분,PK)]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일본 24%, 독일 65% (경합 11%)
슛 : 일본 11개, 독일 25개
유효 슛(비율) : 일본 3개(27.2%), 독일 8개(32%)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일본 79/136개(58.1%), 독일 192/256개(75%)
패스(성공률) : 일본 214/279개(76.7%), 독일 751/825개(91%)
크로스(적중률) : 일본 7/15개(46.6%), 독일 9/31개(29%)
코너킥 : 일본 6개, 독일 6개
프리킥 : 일본 10개, 독일 17개
오프 사이드 : 일본 4개, 독일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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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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