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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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는 영국식 촌철살인급 대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냉소적인 유머 등이 종종 베어나면서 할리우드산 대작 블록버스터와는 차별화를 도모한다. 동시에 최첨단 무기, 호쾌한 액션, 쾌감 넘치는 자동차 질주 등 흔히 첩보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조직 내에서 '무능'하다고 낙인찍힌 인물들로만 구성된 '루저'(Looser)가 <슬로 호시스>의 주요 인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낡고 평범한 가옥 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서류, 모니터 등으로 채워진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는 MI5 내에선 버림받다시피한 부서이다. 작전 중 큰 사고를 냈거나 알코올 중독, 불륜, 기타 성격 문제 등 정상적인 조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요원들만 이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본부로 불러들여진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스스로 그만두거나 비밀 업무에 차출된 후 영영 사라진다.
이 곳의 책임자는 잭슨 램(게리 올드먼 분). MI5 내의 전설적인 요원이었지만 어떤 일로 인해 이 곳에 온 후 그저 출근 후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시간만 때우는 믿기지 않는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른 요원들도 본부에서 맡기 꺼려 하는, 감시 대상자의 쓰레기통을 뒤진다거나 극우 성향 기자의 노트북 내 자료를 USB로 빼오는 업무를 맡는 게 기본이었다.
납치극 속 숨겨진 MI5의 더러운 행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