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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거라는 확신, 작품 놓치고 싶지 않아 회사에 졸랐죠"

[인터뷰] 창작 뮤지컬 <브론테>에서 '샬럿 브론테' 맡은 배우 이봄소리

22.10.20 11:41최종업데이트22.10.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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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럿과 태양 “샬럿은 ‘그 태양이 좋은 건 알겠어. 그러면 그 볕을 쬐면서 누리면 되는 거지 뭘 굳이 가까이 가서 꼭 안으려고 해? 그렇게 타죽어야 돼?’ 이런 스타일인 거죠. 저도 그렇거든요. 먹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맨날 먹고, 가는 곳도 내가 좋아하는 곳만 맨날 가는 걸 선호하지 굳이 모험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 면이 샬럿한테도 조금 보이는 것도 같지만, 샬럿이 사실 모험을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죠. 그 시대에 소설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대신 똑똑한 사람이었던 거죠. 좀 더 안정을 추구하면서 모험을 하는 사람,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요.” ⓒ 곽우신


 
"브론테의 피가 시키는 대로."
 
아일랜드 해를 건너 요크셔에 정착한 그 피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핏속에는 뭐가 들어 있었길래, 이 자매들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을까. 여성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는 시대에, 샬럿·에밀리·앤 브론테 세 자매는 그들의 피가 시키는 대로 펜대를 집어 들었다. <제인 에어>의 샬럿,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그리고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까지. 삭막한 황야 위에 히스 꽃이 피어나듯, 거칠었던 요크셔의 목사관에서 그들은 각자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낸다.
 
"브론테의 피가 흐른다는 건, '우리한테는 작가의 피가 흐른다, 작가의 DNA가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작가들이야'라는 프라이드가 강한 여자들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내 피에 글자가 흐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로 글에 미친 자매들이었어요. 모이면 무조건 쓰는 거예요. 집안에 글자를 쓸 수 있는 온갖 곳에 수많은 단어들로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었죠. 그러니까 '이야기를 만드는 게 우리의 소명이고, 우리의 삶이다'라고 생각한 거죠. 브론테의 피가 시키는 대로."
 

그러나 꽃의 색깔이 저마다 다르듯, 같은 브론테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이들이 창조해 낸 세계는 모두 달랐다. 샬럿이 보기에 에밀리의 세계는 뜨거운 태양에 한없이 다가가 결국 불타 죽어버리는 곳이다. 샬럿은 조금 달랐다. 그의 세계는 따뜻한 햇살을 품어, 메마른 땅이더라도 결국 꽃을 피우고야 마는 곳이다. 그 햇살을 주변과 공유하며, 나의 존재를 알리고, 자매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곳. 그 행복에는 세상으로부터의 인정과 성공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 원래도 <제인 에어>였어요. 사실 <폭풍의 언덕>은…. 제 스타일은 아니었거든요. (웃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제인 에어>가 좀 심심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재밌는 책이거든요. 특히 그 시대에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고, 더 나아가서 그 시대의 고아의 삶, 부모가 없고 뒷 배경이 없는 사람의 삶, 가장 최약자였던 이들의 삶을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잘 모르던 초등학생 때도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을 했었단 말이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그 시대 때 그렇게 당당하게 썼을 수가 있나' 그러니까 이 사람도 너무 멋진 거죠. 사실 에밀리 입장에서는 샬럿이 늘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샬럿의 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어요. 샬럿도 굉장히 한 성격 하는 여자라는 걸."
 

브론테 세 자매의 이야기를 노래한 창작 뮤지컬 <브론테>에서 '샬럿 브론테'로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이봄소리. "다른 사람이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질투가 날 것 같아서", 본래는 드라마 촬영 이후 쉬려고 했던 연말 계획이 급하게 바뀌게 됐다. "회사에 졸라서 '저, 이 작품은 너무 하고 싶다' 그래서 하게 됐어요"라고 웃는 그에게서, 여자 배우로서, 여성 작가를 연기하고 노래하며,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데서 오는 어떤 자부심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선택지 없이 샬럿으로 제안이 들어와 "나는 누가 봐도 살럿인가 보다"라는 그. 간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배우 이봄소리를 공연이 한창이던 지난달, 오랜만에 공연장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그리고 샬롯 브론테가 될 거야"  
 

▲ 여성 3인극의 의미 "여배우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목마름이 아직도 있어요. 물론 이전보다 굉장히 많이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목마른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잠깐 나왔다가 예쁘게 웃기만 하고 들어가는 역할이 아니라, 우리도 치열하게 싸우고, 울고, 바닥에서 기고! 우리도 야망이 있는데! 우리도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곽우신

 

"저희 작품에서는 처음에 샬럿이 굉장히 독선적이고 오만해서 결국에는 좀 후회하기도 하는 인물로 비쳐져요. 그게 맞기도 하지만, 저는 샬럿을 연기하면서 그의 장점이 되게 많이 보였어요. 책임감이 강하고 그리고 또 굉장히 자신의 일에 있어서 엄청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그 시대에 여성 작가들이 받았던 어떤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쓰겠다? 그런데 그게 다만 에밀리랑은 조금 방향이 다른 것뿐이죠.
 
샬럿은 어떻게 보면 통찰력이 있어요. 또, 대중들의 반응까지도 다 수긍하고, 자매들끼리 서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래 맞아, 너의 의견과 내 의견이 이런 점은 비슷해' 하죠. 지금으로 따지면 굉장히 쿨한 느낌의 성향이 저한테 잘 다가왔어요. 평전을 보거나 하면서 이 샬럿 브론테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되게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 중심이 단단하다 보니까 자기 작품에 대한 비판도 수긍하고, 그에 걸맞게 또 작품을 수정해서 내기도 하는 면이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드라마로 보폭을 넓히면서 조금씩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그이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배우이다.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그가 거쳐 온 작품들을 돌아보면, 대체로 주체적이고, 활달하고, 강인한 여성들을 연기해 왔다. 개인적으로 처음 무대에서 보았던 <무한동력>도 그랬고,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마리 퀴리> <차미> <광주>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하게 빛났다.
 
그래서 처음 캐스팅 발표와 함께 작품 시놉시스를 보았을 때,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이미지가 있었다. 분명히 그 옷이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리라 생각했고, 동시에 그가 원래 잘 표현하던 결의 캐릭터일 거라 상상했다. 그런데 대학로 자유극장 객석에서 만난 그는, 분명히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봄소리의 캐릭터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묘한 차이점이 있었다. 그가 샬럿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재해석해서 표현하는 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열쇳말로 잡은 것은 '후회' '오만' '독선'이었다.
 
"여태까지 캐릭터가 후회하는 장면을 제대로 연기해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제가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진짜 악역처럼 비친 적도 없었고요. 물론, 굳이 따지자면 <차미>라든가 몇 작품 꼽아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샬럿처럼 대놓고 악역을 자처한 적은 없죠. 막 성질내고, 서로 무릎 꿇고 싸우고, 그러다가 후회하고….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을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드물었죠. 그래서 연습할 때 더 욕심이 났어요. 내가 여기서 왜 이런 감정으로 왜 이렇게 얘기하는지가 관객에게 전달되어야만 샬럿의 캐릭터가 완성이 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앞부분을 더 독선적으로 오만하게 보이도록 했죠.
 
그래야 그 뒤에서 '결국에는 나 혼자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하고 후회하고 깨닫죠. 그런 나 자신한테 화도 났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체념하고 절망도 했다가, 이런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 겪는 모습을 연기하니까 공연을 딱 끝내고 나면 속이 후련해요. 원 없이 다 쏟아내요. 기술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우리는 서로를 지지한다"
  

▲ 첫 무대의 떨림 ”첫 공연 전에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너무 떨리는 거예요. 그 떨림의 이유 중에 하나도, 우리가 첫 공연을 진짜 잘해서, 이 공연이 진짜 좋았다는 소문이 나야 ‘거봐, 여자들만 나오니까 또 조금 되다 안 되잖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듣기 싫었거든요. 여자 남자를 떠나서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너무 간절했죠. 아니 어떤 극이 여자 3명 나오는데 그게 다 트리플 캐스팅이라 9명의 여배우 일자리를 창출합니까? (웃음)“ ⓒ 곽우신


 
극 중 샬럿 브론테는 동생들과 자주 갈등한다. 에밀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쏘아붙이기도 하고, 작품의 마지막을 매듭짓지 못하는 앤에게 마감을 지키지 않는다며 다그치기도 한다. 동생들을 독려해서 함께 책을 출판하는 맏이이기도 하지만, 이 목사관 안에서 자꾸만 낡아가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 하기도 한다. 샬럿에게 출판은 자아실현의 수단만이 아니라,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에서 자신을 해방시켜 줄 수단이기도 했다. 강요되는 결혼을 피하고, 자매들과 함께 걱정 없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살 수 있는 수단.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이 작품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샬럿은 그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책임감이 갑자기 생기면서 굉장히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해요. 어쨌든 그 시대의 장녀, 집안의 맏이로서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었고, 밖에 나가서 가정교사 같은 생활들을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좁은 곳에 갇혀 있는 사람인가'를 깨달은 사람이기도 했죠. 그래서 더 야망도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낡아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언니들이 다 폐병으로 죽었잖아요. 샬럿도 사실은 은연중에 자기 몸 상태를 알고 있던 것 같아요. 샬럿이 브론테 자매들 중 제일 오래 살기는 했지만, 그래도 30대에 죽었잖아요. 그 당시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병으로 죽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겠죠.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내 꿈을 한 번도 못 펼쳐보고 이런 곳에서 내 삶이 점점 소모되고 있는 기분…."

 
작품 속에서 자매들은 갑작스레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발신인 불명의 이 편지는 각 자매들에게 다른 이유로 글을 쓸 동기를 제공한다. 동생들과의 갈등 끝에 결국 목사관을 뛰쳐나간 그는 <제인 에어>를 무사히 출간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성공을 거두고 그가 자매들 곁으로 돌아왔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뒤였다. 큰 슬픔이 찾아오고, 그 슬픔은 어떤 계기를 거쳐 거대한 환희가 된다.
 
"저는 우리 극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결국에는 마지막에 휘몰아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이 제일 슬프죠. 그때는 전부터 참아왔던 눈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요. 그 전까지는 참거든요.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안 돼. 너희들 몫까지 내가 해낼게' 이런 생각으로 버텨요. 그렇게 꾹꾹 참다가, 앤이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완성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완성한 소설을 보았을 때랑 그리고 앤의 편지를 발견했을 때, 온갖 마음이 다 들어요.
 
그 장면을 위해서는, 앞에서 제가 조금 더 엄격하고, 조금 더 독선적이고 오만한 게 더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생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사랑하니까 더 잘 되라고 엄격하게 행동하는 느낌을 투영했죠. 그래야 샬럿이 집을 나갈 수가 있고, 그래야 샬럿이 자매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이유가 보이거든요. 제 연기를 본 팬들도 '너무 무서워서 내가 다 상처 받는다'라고 말해주세요. (웃음) 그래서 저의 샬럿은 후회가 더 커요. 제가 보는 샬럿은 되게 성공에 집착하고, 너무나 큰 야망이 있죠. '우리 다 같이 잘 돼야지' 같은 장녀의 책임감도 있지만, 동시에 '장녀고 나발이고 이렇게 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니까?' 같은 감정도 커요."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닿길 바라며"  
 

▲ 작품이 주는 용기 “저는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용기를 얻는 것 같아요. <차미>를 할 때는 ‘나를 좀 더 사랑해야지. 나 자신이 나를 가장 사랑해야 모든 일이 더 수월할 거야’ 그런 생각을 했고요. <마리 퀴리>를 할 때는 ‘나에게도 안느 같은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마리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하나도 없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돼 줘야지’ 이렇게 생각해요. <브론테>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공연에서 제가 각성하고, 위안을 얻는 것처럼 관객 분들도 그러시면 좋겠어요.” ⓒ 곽우신

 
"잘 될 거라는 100% 확신이 있었어요. 저희 배우들 전부 다요. 왜냐하면 정말 누구 하나 설렁설렁한 사람이 없었어요. 배우와 스태프 전부 다 정말 치열하게 했어요. 저희끼리 맨날 '야, 우리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어' 이럴 정도로요. 대본도 함께 고쳐보고, 가사도 우리끼리 막 이 단어 저 단어 넣어보고, 각자가 다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일을 열정적으로 했죠.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못 알아주면 바보야' 이런 생각까지도 했었다니까요. (웃음) 극장에 들어가서 리허설을 처음으로 하는데, 이제 밴드 분들이 다 들어와서 사운드가 합쳐지니까 '말도 안 돼, 거짓말' 이랬어요. 어디서 이렇게 세련된 음악이 나올 수가 있지? 그러면서 진짜 너무너무 좋아서 다들 약간 눈물 날 것 같다고 그랬거든요."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당초 쉬려고 했던 계획까지 바꿔서 참여했다. 이 좋은 작품의 초연을 성공적으로 띄우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있었고, 관객들은 그 노력을 정확히 알아보고 매진 회차로 호응하고 있다.
 
"저도 제 얼굴 너무 보름달 같고 못생기게 나올까봐 걱정할 때 많거든요. 어우, 얼굴은 터질 것 같고, 눈은 요만하고, 코랑 입은 이만하고…. (웃음) 제가 배우를 하면서 '누가 내 연기 이상하다고 하면 어떡하지? 누가 나 노래 못한다고 하면 어떡하지?'하면 어떻게 무대에 설 수 있겠어요. 누군가 나를 비평할 수도 있고, 이유 없이 싫어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길에서 제가 해야 하는 것을 해내야죠. 그게 제 일이니까요. 작품 속의 브론테 자매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브론테>는 시대의 억압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꿈을 저버리지 않았던 여자들의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이렇게 힘들었고,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우리의 것을 보여줬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의 것을 해냈어요'라고 이야기해요. 저희가 무대 위에서 마지막에 '또 어느 곳,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닿길 바라며'라고 하거든요. 자신들만의 인생의 목표를 결국에는 이루는 모습이,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극이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 작품을 보시는 관객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니까요."

 
그는 2012년에 데뷔해서 올해로 만 10년을 채웠다. 어쩌다보니 19일로써 나이도 정확히 만 30세가 되었다. 20대 때는 30대가 되는 게 너무 싫었다는 그는, 이제 배우로서의 한 페이지를 조금은 덤덤하게 넘기려고 노력 중이다. 중요한 시점에 뮤지컬 <브론테>에 참여하게 되고, 샬럿 브론테를 맡아 노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단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봄소리의 샬럿을 관객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뮤지컬 <브론테>는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오는 11월 13일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샬럿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욕심과 부담감이 있었던 것처럼, 첫 공연을 올린 멤버들의 부담감도 솔직히 있었죠. ‘잘 돼야 되는데…’ 했는데, 딱 마지막 커튼콜 때 불 켜지고 관객들이 다 기립박수를 쳐 주시는데, 앞에 계신 관객들의 얼굴이 너무 행복한 표정인 거예요. 저희에게 ‘이렇게 좋은 공연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는 것 같아서, 저도 눈물이 ‘빵’ 터져 버렸어요. 무대 위에서는 안 울고, 무대 내려와서 우리 식구들끼리 대성통곡했어요. 공연 한 사람도, 본 사람도 같이 울며 수고했다는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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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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