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래완료> 스틸 이미지.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초등학생 재하는 LG 트윈스의 열렬한 팬이다. 쌍둥이 군단이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02년, 한정판으로 만들어진 자켓을 중고로 구입하고자 잠실로 향한다. 판매자 아저씨가 하는 말, '따따블로 주지 않으면 자켓을 팔지 않겠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지 마라' '자기가 2002년 LG 트윈스 막대였다' 등. 이 거래, 괜찮은 걸까?
'2002년 베이스볼 자켓'은 야구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는 단편이다. 야구데이터베이스 운영 개발 회사에서 꽤 오래 일했다는 조경호 감독의 개인사와 연이 닿아 있다.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한국 야구의 거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재하의 팬심과 수상한 전직 야구선수 아저씨의 숨겨진 사연이 울림을 준다. 완연히 다르지만 같아 보이는 그들의 간절함은 서로에게 그리고 어딘가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어느덧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스위치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며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재수생 민혁은 수능을 30일 앞두고 전력으로 공부하고자 고3 수험생 예지에게 수면유도기 '스위치'를 구입한다. 하지만 스위치는 몇 시간이 지나야 새로운 대상자에게서 제대로 구현될 때가 있는데, 민혁도 그랬다. 그들은 몇 시간 동안 같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껏 차려 입고 술집에 간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것일까?
'스위치'는 공부는 웬만큼 잘하지만 부담감으로 힘든 수험생의 마음을 위로한다. 잠을 적게 자는 만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불면증에 빠져 아예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는커녕 수능도 잘 볼 수 없을 것이고, 제대로 살 수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간절하고 또 힘들었으면, 강제로 잠을 재워준 뒤 깨워주는 기계가 필요했겠는가.
붉은 방패와 세 개의 별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사형집행 공무원 수정은 일을 때려치우고 로커가 되고 싶어 한다. 그는 공무원 책으로 꽉꽉 채운 캐리어를 끙끙 대며 끌고 교형의 연습실로 향한다. 그가 얻으려 한 건 교형의 심장과도 같은 기타다. 교형과 밴드 멤버들은 로커과 되고자 하는 공무원 수정을 이해할 수 없고, 수정은 대선배 같은 밴드 멤버들을 우러러 본다.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서로가 서로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느새 100%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붉은 방패와 세계의 별'의 공무원 수정과 밴드 멤버들이 그렇다. 도대체 왜, 로커가 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밴드를 그만두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은 곧 서로를 100% 이해한다. 꿈, 한없이 멋있는 밴드라지만 당장 생활비가 없어 살 수가 없다. 현실, 팍팍한 요즘 누구나 바라는 공무원이라지만 교도소에서 사형을 담당하니 죽음이 언제 코앞으로 다가올 지 알 수 없다. 현실이라는 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꿈은? 꿈도 마찬가지다.
사형장으로의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