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제작진은 아동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김근식의 수법을 재현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실험 전날 아이에게 남자 대역배우의 사진을 보여주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미리 경고를 줬다. 남자는 다음날 마주친 아이에게 짐을 옮기거나 열쇠를 찾아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며 차량쪽으로 유인했다.
미리 교육받는 대로 의심스러운 남자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자리를 떠난 아이들이 있었던 반면, 어떤 아이들은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의심까지 했음에도 선한 마음에 끝내 거절하지못하고 부탁을 들어주고 만다. 몰래 지켜보던 한 실험 아동의 어머니는 "실제 상황에서 나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저렇게 했다면 너무 아찔할 것 같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아동전문가는 "아이들은 의심 가는 상황이 있어도 성인이 설명하거나 설득하면 그냥 수긍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취약성을 설명하며 "이러한 아이들의 순수한 심리를 악용하는 게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아동성범죄의 위험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최근 80대 노인이 12세 여아를 집으로 유인하여 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사건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줬다. 그는 과거에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전과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고,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도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도진기 변호사는 "핵심은 두 가지다. '80살이 넘었다는 것'과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는 것"이라며 재범의 위험이 높은데도 법원이 범인에 대하여 안이한 판결을 내린 것을 꼬집었다.
범인인 노인은 처음에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가 바뀌어 치매를 호소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가해자의 아내는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노인에게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부모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감당해야 할 상처를 걱정하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안이한 처분
성범죄는 아동과 성인을 떠나 재범의 위험이 높고 범행이 거듭될수록 강도가 세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어리면 어리다는 이유로' 각종 명분을 내세워 성범죄자들에 대한 안이한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사실상 추가로 또다른 성범죄를 저지르자고 법원이 기회를 주고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12월, 형기만료로 출소한 성범죄자 조두순의 사회 복귀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출소한 지 약 2년이 된 지금도 조두순은 24시간 감시대상이 되어 경찰의 꾸준한 관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지역에만 아동을 2회 이상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범죄자들의 숫자는 무려 34명에 이른다. 고령의 노인인 한 아동 성범죄자는 유죄를 인정받아 복역한 후에도 오히려 추행으로 몰렸다고 주장하며 성폭행 등 일부 혐의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었다.
현재 출소한 그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형식적인 세미나 정도 외에는 별다른 성교육을 받은 일이 없었고, 출소할 때 초등학교 접근금지 등 별다른 세부조치로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10월 17일이면 신상정보 의무고지기간인 5년이 지나, 그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사라지게 된다.
김근식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과 15년형을 선고받는데 그쳤고 아직 한창 활동할 수 있는 50대의 나이에 출소를 앞두고 있다. 2006년 누군가에게 성폭력를 당했다는 강명희(가명)씨는 너무 어릴 때 피해를 당하여 성폭력인지도 사춘기가 되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고백했다.
명희씨는 "죗값을 치르게 하면 마음정리가 되는데, 애초에 그럴 기회를 엄마, 아빠가 박탈했다고 생각하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여전히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명희씨는 "살인사건 피해자는 세상에 없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 느끼는 고통을 피해자 본인이 느끼는 게 성폭행인 것 같다. 평생 계속 상처를 가지고 가야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김근식의 재범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김근식같은 소아성범죄자들에게 출소후에도 무기한 치료감호기간을 확대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미국이나 스위스에서는 전문가의 완치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슷한 제도를 시행중이다.
김근식의 출소는 얼마 남지않아 우리앞에 다가올 현실이다. 안타까운 피해자들과 우리의 아이들을, 끔찍한 범죄와 가해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준비는 과연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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