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이야기> 스틸 컷
전승일
'방송사의 사정으로 8월 28일 일요일 22:50 방송 예정이었던 <금정굴 이야기>는 <#체인지더네임>으로 변동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18일 EIDF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지다. 1950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주제로 한 전승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금정굴 이야기>는 올 EIDF '단편화첩' 섹션 상영작으로, 오는 26일 극장 상영과 28일 EBS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EBS의 방송 불가 판정이 알려진 것은 전 감독이 23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판정을 알리면서다. 전 감독은 "황당한 일 발생"이라며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금정굴 이야기> 극장 상영은 아무 문제 없는데, 방송은 심위위원회에서 '방송불가' 결정이랍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전 감독이 공개한 EBS 심의실의 '방송 불가' 사유는 단 한 장면의 자막이었다. 영화 전반부 "한국의 군대와 경찰은 1950년 7월부터 10월까지 최소 10만 명의 민간인을 아무런 재판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학살했으며 미군은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자막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전 감독에 따르면, EBS 심의실은 이 영화 속 해당 자막의 사실 여부를 영화제 코디네이터에게 확인했고, 이후 '방송 불가' 판정을 EIDF 조직위에 문서로 하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24일 항의 성명을 준비 중인 전 감독은 "시중에 출간되어 있는 서적과, 위키백과 보도연맹사건 내용을 참고했다"며 "이승만 정부 시기의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은 이미 널리 밝혀진 역사적인 '팩트'"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금정굴 이야기>는 1950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주제로 삼았으며, 해당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금정굴인권평화재단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또 지난 2007년 7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혹은 과거사위)도 '진실규명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시 과거사위는 금정굴 사건에 대해 "고산돌 외 75명을 포함한 153명 이상의 고양지역 주민들이 한국전쟁 중인 1950년 10월 9일부터 10월 31일 사이에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양경찰서 경찰관에 의해 고양시 소재 금정굴에서 집단총살 당하였다"며, '경찰에 의한 불법적인 집단학살 사건'이며,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으므로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골자로 하는 결정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진실, 국가범죄를 말하다>(신기철 지음, 자리출판사), <국민은 적이 아니다>(신기철 지음, 헤르츠나인),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신기철 지음, 인권평화연구소), <전쟁의 그늘>(인권평화연구소), <황금무덤 금정굴 거짓에 맞서다>(신기철 지음, 인권평화연구소), <골령골의 기억전쟁>(박만순 지음, 고두미), <전쟁 속의 또 다른 전쟁>(서중석 외 지음, 도서출판선인), <한국전쟁과 집단학살>(김기진 지음, 푸른역사), <끝나지 않은 전쟁 국민보도연맹>(김기진 지음, 역사비평사).'
전 감독이 공개한 참고 서적 목록들이다. EBS 심의실 측이 영화제 측에 문의했다는 사실 여부의 참고 자료라 할 수 있다. 24일 성명서 연명을 위한 개인과 단체를 조직 중인 전 감독은 "영화제 측은 해당 판정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영화관 상영은 문제 없고 EBS 방영만 불가 처리한 EBS 심의실과 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