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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군 소화하는 GS 유서연, 이제 진짜 '에이유'

[여자배구] 15일 기업은행전 공격 48.28%-리시브62.50% 맹활약, GS칼텍스 3-0 승리

22.08.16 09:44최종업데이트22.08.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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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기업은행을 완파하며 컵대회 5번째 우승을 향한 상쾌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5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18, 25-17)으로 승리했다. 대회 첫 경기에서 셧아웃 승리를 따낸 GS칼텍스는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한 채 오는 17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조 1위 자리를 놓고 맞붙을 예정이고 2연패를 당한 기업은행은 가장 먼저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GS칼텍스는 이번 대회부터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한 권민지가 35.48%의 점유율과 54.55%의 성공률로 19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었고 최은지가 6점, 한수지가 5점, 문명화가 4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컵대회에서는 대표팀에 추가멤버로 발탁된 4명의 선수 중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제외한 3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있다. 이날 15득점을 기록한 GS칼텍스의 '에이유' 유서연이 이번 대회 코트를 누비고 있는 이유다.

GS 이적 후 기회 얻기 시작한 유서연
 

유서연은 2020년 5월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후 본격적으로 코트에서 많은 기회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 한국배구연맹

 
대부분의 스포츠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특히 배구는 신체조건에 매우 민감한 종목 중 하나다. 실제로 현재 프로배구 여자부를 기준으로 170cm가 채 안 되는 선수가 공격수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과거에는 '작은 새' 조혜정이나 '짱돌' 장윤희처럼 단신 아웃사이드 히터가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대부분의 좌우 공격수들은 180cm 내외의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V리그에 단신 공격수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75cm의 크지 않은 신장을 가진 현대건설의 '밍키' 황민경은 어린 시절엔 뛰어난 운동능력을, 어깨와 무릎 등에 부상을 당한 후에는 안정된 수비와 노련한 공격을 앞세워 V리그를 대표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성장했다. 특히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리더십이 뛰어나 현재 현대건설에서도 주장을 역임하고 있다.

'수비형 아포짓 스파이커'라는 새로운 길을 구축한 '문가든' 문정원(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은 단신의 왼손잡이 공격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외국인 선수에 가려 프로 데뷔 후 세 시즌 동안 단 17경기(V리그 기준) 밖에 나서지 못한 문정원은 서브와 수비를 갈고 닦아 '수비형 아포짓'으로 변신, 도로공사의 주전 선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문정원은 이예솔(KGC인삼공사)과 박현주(흥국생명) 등 신장이 작은 왼손잡이 공격수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유서연 역시 선명여고 시절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청소년 대표팀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린 유망주였다. 하지만 174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루키 시즌 원포인트 서버 역할에 만족했고 시즌이 끝난 후 보상선수와 트레이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도로공사에 둥지를 틀었다. 프로 입단 1년도 안된 어린 선수가 벌써 3개의 유니폼을 수집(?)하게 된 것이다.

유서연은 이적 첫 시즌부터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지만 공격에서는 박정아, 수비에서는 문정원에 밀려 많은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8-2019 시즌 외국인 선수의 부상을 틈 타 조금씩 도로공사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유서연은 2020년 5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이원정 세터와 함께 다시 GS칼텍스로 자리를 옮겼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세 번째 이적이었지만 유서연에게 GS칼텍스 이적은 결과적으로 선수생활의 좋은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제는 당당한 단신선수들의 희망
 

총액 2억5000만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유서연은 이제 에이유(에이스+유서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20-2021 시즌 '쌍소자매' 이소영(인삼공사)과 강소휘의 백업으로 활약한 유서연은 정규리그에서 135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그리고 유서연에게 결정적인 기회는 시즌이 끝난 후에 찾아왔다. 2021년 챔프전 공동 MVP이자 GS칼텍스 부동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이소영이 FA자격을 얻어 인삼공사로 이적한 것이다.

딩초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최은지와 치열한 주전경쟁이 예상됐지만 강소휘와 짝을 이룬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유서연이 차지했다. 2021-2022 시즌 프로 데뷔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유서연은 31경기에 출전해 38.92%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294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36.13%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56개의 디그를 기록하면서 수비에서도 진일보한 기량을 뽐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FA자격을 얻은 유서연은 총액 2억 5000만 원(연봉 1억 5000만 원+옵션 1억 원)에 GS칼텍스와 계약하며 잔류를 선택했다. 지난 8일에는 황민경, 하혜진(페퍼저축은행), 박혜민(인삼공사)과 함께 대체선수로 대표팀 추가멤버로 선발됐다. 이날 선발된 박혜민, 하혜진, 유서연은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소속팀에서 컵대회 일정을 소화한 후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다(8일 곧바로 선수촌에 합류한 황민경은 제외).

15일 기업은행전에서 권민지와 함께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 출전한 유서연은 권민지와 팀 공격의 2/3를 책임지며 34득점을 합작했다. '커리어 하이'를 작성한 권민지(19득점, 54.55%)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48.28%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15득점을 올린 유서연은 이날 수비에서도 62.50%의 리시브 효율을 자랑했다. 기업은행 선수들이 일부러 유서연 쪽으로 향하는 서브를 피했을 정도로 유서연의 수비가 견고했다는 뜻이다.

유서연은 컵대회를 끝내면 곧바로 진천 선수촌에 합류해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세계선수권대회의 일정을 마치면 오는 10월 22일 개막하는 V리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아무리 유서연이 1999년생, 만 23세의 젊은 선수라 해도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는 그만큼 유서연이 한국 여자배구, 그리고 GS칼텍스에서 중요한 선수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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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GS칼텍스 KIXX 유서연 에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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