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멘> 스틸컷
판씨네마(주)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인 <멘>은 <엑스 마키나>,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연출자 알렉스 가랜드가 각본과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제에서도 이례적으로 개막식 행사 후 같은 장소에서 개막작을 관람하지 않고 상영관으로 옮겨 제한 상영을 했을 정도다. 그가 15년이나 시나리오에 공들였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비껴가는 참신함은 무엇을 상상하든 예측하기 힘들 지경이다. 엔딩크레디트 곡에 참여한 엘튼 존의 음악까지 듣는다면 이 영화를 완성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유럽의 그린맨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유전>, <미드소마> 등 호러 명가로 떠오르는 A24의 신작으로, 충격적인 마지막 10분의 시퀀스는 비주얼 쇼크다. 자연의 초록과 집안의 붉은 인테리어와 핏빛 향연은 보색대비의 강렬함을 풍기며 불안함을 고조시킨다. 이런 식의 양가적 감정은 죽음과 생명, 고대와 현대, 안정과 불안을 끊임없이 노출해 공포감을 준다. 흡사 <서스페리아>의 아름답지만 불편한 어떤 지점을 연상케 한다.
<멘>은 <곡성>을 떠오르게 한다. 무언가에 현혹되어 눈에 멀어버리는 일.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일들의 연속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말이다. 본 적 없는 비주얼과 이내 벌어지는 충격은 어떤 의미에서건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표현의 자유라고 해야 할지, 고어적 잔인함을 전시하는 태도로 봐야 할지, 바디호러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