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물 밖으로 나와 사람과 함께 살려면 고래는 왈츠를 출 수 있어야 한다. 물 밖으로 나온 하얀 향고래인 우영우 변호사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자폐증을 가진 그녀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에게는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해하는 아버지 광호(전배수 분)와 친구 동그라미(주현영 분)가 있다.
변호사 사무실로 출근한 첫날, 어려운 형법은 술술 외우지만 건물의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이 영우에게는 너무 어렵다. 게다가 자신의 직속 상사인 시니어 변호사 명석(강기영 분)은 자신을 영 마뜩지 않아한다. 업무 중에는 '반향어'와 '고래 이야기'도 자제해야 한다. 퇴근길 다시 회전문 앞에서 쩔쩔매는 우영에게 같은 회사 직원인 준호(강태오 분)가 다가와 왈츠의 리듬을 떠올리며 회전문을 통과하라고 조언해준다. 곧이어 두 사람은 함께 왈츠를 추며 회전문을 통과한다.
베테랑 변호사인 자신에게 "변호사님은 그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셨는데 그것도 잘 모르십니까?"라고 돌직구를 날리고, 자신이 한 말을 따라 하는 이 이상한 신입 변호사가 못내 불편했지만 명석은 자신의 이름처럼 명석하게도 영우가 가진 힘,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참된 지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처음에는 불편했던 자폐를 가진 사람을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온전하게 이해하려는 모습을 점차 보여준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영우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극 중 캐릭터들의 성숙한 모습이 유독 따듯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결국은 판타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다 한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변호사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폐를 극복하고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교수가 된 템플 그란딘의 사례처럼 이 판타지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순진한 이상주의일 수 있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반드시 우영우가 생겨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순수한 희망 덕분에 휴머니즘 가득한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힐링'을 느낀다. 영혼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연주에서 오는 감동,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자작나무 숲 속에서의 산책, 팍팍한 삶 속에서 숨은 진주처럼 고귀함을 가진 휴머니즘 등...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보면 볼수록 힐링이 되는 드라마다. 영우 주위에는 다행히도 따듯하고 건실하며 상식적인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왈츠를 출 준비가 되어 있다. 세상의 리듬과 조금 다른 리듬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함께 걷고 뛰기보다 즐거이 춤을 추자고 권하는 작가의 제안에는 청량한 페퍼민트 향기도 함께 담겨 있다.
아름답지만 생존력이 떨어지는 알비노증을 가진 향고래처럼 대단한 재능을 가졌으나 동시에 자폐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생존해 나가야 할지, 어떻게 이 세상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포용되어야 하는지 시청자로서 능히 배워 볼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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