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꽤 오래전부터 한국 배우와 협업을 원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6년 전부터 준비해왔음을 밝힌 바 있다. 상영 전날인 26일 한국 기자단과 티타임 자리에서 감독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곳을 비롯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사는 쉼터, 실제로 인신매매 및 판매 알선 브로커를 수사한 형사, 아이를 입양한 부모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등 여러 각도에서 취재했다"라며 "처음 제목은 '요람'이었고, 이후부턴 '베이비 박스 브로커'라는 제목을 오랫동안 가지고 갔다. 그만큼 세 측면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노고를 칸영화제 관객들도 느낀 걸까. 영화 상영 중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일이 있었다. 유사가족의 막내 해진(임응수)이 재치 있게 거래 실패를 놀리는 장면에서였다. 상영 직전 감독과 배우가 입장할 때, 영화의 리더필름(제작사와 배급사 등의 로고가 뜨는 장면), 그리고 상영이 끝난 후 의례 나오는 박수와 다른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여러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최근에 이같은 상영 중 박수가 나온 사례는 2016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던 <부산행>이 있었다. 따지면 6년 만인 셈이다.
이를 인지한 듯 기립박수 세레모니에서도 주최 측은 감독에게 최대한 마이크를 늦게 넘기면서 충분히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마이크를 전달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길게 박수를 유도하는 등) 서스펜스를 잘 만들어 식은땀이 막 났다"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영화를 찍느라 힘들었는데, 영화를 여러분과 함께 정상적으로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들 또한 감정적으로 복받치는 모습이었다. 특히 배우로서 칸영화제 참석이 처음인 이지은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상영 직후 해외 평단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유려한 편집과 <버닝> <기생충>을 경험한 홍경표 촬영 감독의 영상은 절망으로부터 구원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라며 "월드시네마의 걸출한 휴머니스트(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언제나 기대한 결과를 내놓는다"라고 평했다. <데드라인> 또한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다"라는 취지의 리뷰를 내놓았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별점 5개 만점을 줬던 <가디언>의 피터 브래드쇼 평론가는 "베이비박스라는 한국적 현상에서 영감받은 기분 좋은 로드 무비지만, 범죄 드라마를 다소 천박하게 그렸다"라며 별점 2개를 줬다.
한편 이날 시사엔 배우 뱅상 랭동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그가 조용히 영화를 음미할 수 있는 시사가 아닌 관객들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프리미어 상영에 왔다는 건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브로커>는 31일 국내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진 후 6월 8일 개봉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