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스틸컷
넷플릭스
잘나가는 작가처럼 보이나 당장 일에 치여 사는 35세 세코 아키(우에노 주리)는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집안에서는 결혼 안 할 거냐는 잔소리만 한다. 그래서일까. 출산해 줄 수 있는 남성이 있다면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다. 그런데 상상 속의 그 말이 씨가 되어버렸다.
깊은 사이는 아니었다. 몇 번 관계를 가진 히야마 켄타로(사이토 타쿠미)가 임신했다며 찾아왔다. 대뜸 너의 아이라고 말하는데 묘한 쾌감이 든다. 필요할 때 가끔 만나는 파트너였는데 내 아이라니 책임을 져야 하나 혼란스럽다. 둘은 극심한 워커홀릭이었다. 부담스러운 사랑과 결혼보다 원하는 시간에 만나 원하는 걸 주고받는 게 편했다. 하지만 아이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어중간한 사이가 돼버렸다.
고심 끝에 임신중절을 택하겠다는 켄타로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인을 요구한다. 사실 임신중절도 출산과 똑같다. 수술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리스크는 모두 임산부의 몫이며 다시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키는 고민한다. 그의 몸에 있는 생명이지만 나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커진다. 결혼을 해야 할까, 진지하게 만나봐야 할까 생각이 많아졌다.
한편, 켄타로는 출산에 회의적이었다. 뉴스에 종종 보도되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임신은 징그럽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육아 파파가 회식 자리에서 일찍 빠지는 것을 보며 부정적인 시선을 취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자고 일어나니 덜컥 임신이 되어버린 거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일이 내 이야기가 되자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37살인 켄타로는 광고기획자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좋았고 승진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임신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속은 메스껍고 두통은 심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유가 흘러나와 셔츠를 적시기도 한다. 늘 깔끔하고 완벽한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했었지만 만사 귀찮고 무기력해 덥수룩한 수염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출근한다.
이런 일이 지속되자 상사에게 찍혀 중요 프로젝트에서도 제외된다. 호르몬 변화로 급격한 일상의 변화가 시작되지만 속앓이만 할 뿐 도움 청할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휴가를 쓰지도 못한다. 그때야 비로소 임신의 어려움을 역지사지로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여성 동료들이 슈퍼우먼처럼 느껴진다.
임신과 출산의 역지사지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