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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아픔' 정찬성 위로한 추성훈의 한 마디

[TV 리뷰] SBS <집사부일체>

22.05.16 15:20최종업데이트22.05.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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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강철같은 파이터들도 링 밖에서는 고민도 걱정도 많은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대한민국 최강의 파이터들이 링 위에서는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진솔한 속마음을 고백했다. 5월 15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는 추성훈, 정찬성, 김동현이 한자리에 모여서 파이터들의 애환을 주제로 하는 '쌈사부일체' 2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세 사람은 모두 <집사부일체>에 역대 사부로 출연한 경력이 있었다. 파이터 3인이 같은 방송에 함께 동반출연한 것은 물론이고 사적으로도 모인 것이 최초라고. 세 파이터는 녹화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형들인 김동현과 추성훈은 최근 어려운 경기를 치렀던 막내 정찬성을 위로하며 챔피언에 한 번 더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
 
정찬성은 "우리 세 사람의 전성기가 각자 모두 다르다"면서 "대한민국 격투기 역사 20년이 한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찬성은 <집사부일체> 섭외에 다시 응한 이유도 김동현-추성훈과의 동반 출연 때문이었음을 밝히며 "형님들과 같이 방송에 나온 적이 없더라. 내가 어떤 시합을 했는지 이해해줄 만한 사람은 이 두 분이 제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했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어떤 시합을 했는지 이해해줄 두 사람"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토크의 주제는 자연히 정찬성의 최근 경기 이야기로 넘어갔다. 정찬성은 2022년 4월에는 무패의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와의 생애 2번째 타이틀 매치를 치렀으나 고전 끝에 아쉽게 패배했다. 경기를 지켜봤던 추성훈은 "잘싸웠는데 아쉬운 것도 많았다"면서 격투가의 심정을 너무 잘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과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경기 중 부상을 당했던 정찬성은 "(몸보다는) 마음이 많이 다쳤다"고 고백했다. "평생을 이것(타이틀)만 보고 운동했는데 그 꿈이 멈춰버린 순간, 다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에 동료들은 숙연해졌다. 경기 패배 이후 은퇴를 암시했던 정찬성은 "현재로서는 (은퇴와 재도전 사이)는 5대 5 정도"라며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정찬성이 싸운 상대는 9년간 패배가 없이 20연승 중이다. 격투기에서도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볼카노프스키는 167cm로 단신이지만 럭비와 레슬링 등으로 다져진 단단한 파워와, 지능적인 경기운영능력, 신장 대비 우월한 리치(팔 길이) 등을 앞세워 대적할 상대가 없는 최강자로 꼽힌다.
 
경기 당시 정찬성이 볼카노프스키에게 압도당하는 모양새가 된 것을 두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동현은 "정찬성이니까 그렇게 싸우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며 후배를 감쌌다. 김동현은 "보통 경기는 승자 중심의 분위기인데 패한 정찬성에게 더 이목이 집중됐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졌잘싸'를 선보인 정찬성의 투지를 극찬했다.
 
정찬성은 "컨디션은 좋았다. 그런데 멘탈에서 무너졌다. 잘못 생각한 것 같다. 평소와 다름 없었어야 했는데 특별하게 생각하다 보니까"라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소 들떴던 마음을 자책했다. "연습할 때 잽을 맞은 적이 없었는데 경기 때 잽을 연이어 맞으면서 당황했다. 챔피언을 과소평가한 거다. 본인만의 특별함과 노하우가 있었는데 그것을 간과했다"며 마음이 들떠서 자만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타이틀전을 패배로 마친 후 정찬성은 허탈한 마음에 몇시간 만에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고. UFC대표가 정찬성의 부상 상태를 우려하여 치료를 받고 가라고 말렸지만, 정찬성은 아이들이 보고싶다며 병원 응급실에서 간단한 검사만 받고 귀국했다.
 
정찬성의 패배 후 인터뷰는 많은 화제가 됐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 나는 더 이상 챔피언이 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가 격투기를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백하며 은퇴를 암시했다.
 
아직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정찬성에게 은퇴시와, 계속 도전할 때 각각 마음에 걸리는 것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고민하던 정찬성은 "은퇴하기엔 격투기를 아직 너무 좋아한다. 내 실력을 그때 아직 제대로 못 보여줬다는 마음이 있다"라면서도 "이러다가도 지난 9년간 노력했던 시간들이 다시 생각나고, 패배를 당했을 때 힘든 감정을 다시 느껴야 한다는 공포가 있다. 그런 생각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두 번이나 타이틀에 도전했던 정찬성에게는 3번째 타이틀전까지 다시 도달하는 과정부터가 만만치 않다. 김동현은 "격투기는 순위별로 실력이 크게 내려가는 게 아니다. 최상위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찬성이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려면 수많은 챔피언급 선수들을 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찬성이 도전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정찬성이 도전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김동현 역시 콜비 코빙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공식적으로 아직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링 위에서 멀어진 상태였다. 정찬성은 동병상련의 심경으로 선배에게 "그때 어떻게 결정을 하신 건지 궁금하다. 저한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막막함을 드러냈다.
 
김동현은 당시 무명의 신인급이었던 코빙턴에게 완패하면서 가장 자신있었던 링 위에서 압도적인 실력차를 느끼고 "이게 내 한계구나, 그만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나만 보여줄 수 있는 내 영역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그 나만의 영역이 사라진 느낌을 받았다. 물건으로 치면 매력이 없는 선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링위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결국 본인의 결정이었다고.
 
정찬성은 노장인 추성훈에게는 "몸이 너무 아픈데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어깨, 코, 무릎, 손목 등 수술하지 않은 데가 없다는 정찬성은 "원래 다치는 게 무섭지 않았는데 요즘은 무섭더라"고 고백했다. 40대 후반까지 파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추성훈 역시 수술만 10번 이상 받았을 만큼 몸이 성치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추성훈은 담담하게 "안 다치고 하면 운동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니까. 할 수 있고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도 은퇴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생을 보면 매 순간이 그냥 한 페이지다. 시합을 져도 한 페이지, 다쳐도 한 페이지다. 길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니까 너무 많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있을 만큼 격투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렇게까지 힘들고 괴로운 격투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레전드 파이터 세 사람 모두 서로의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만 갸우뚱할 뿐, 누구도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세 사람 모두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이유 없이도 자연스러운 끌림에 따라 격투기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정찬성은 "사람을 만날 때도 별다른 이유없이 그냥 좋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격투기도 '그냥' 좋았다"고 고백했다.
 
한편으로 추성훈은 "나도 김동현도 타이틀 매치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정찬성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거다. 은퇴를 하든 도전을 계속하든 정찬성의 마음을 100% 믿어줘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다 멋있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며 정찬성의 선택을 응원했다.
 
추성훈은 정찬성의 나이가 36세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곧바로 "(아직) 할 수 있네"라고 격려했다. 추성훈이 UFC에 처음 도전했을 때가 현재의 정찬성과 같은 나이였다고. 그만큼 '도전하기에 늦었다'라는 이야기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정찬성은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찬성은 어릴 때 추성훈의 모습을 보고 격투기의 꿈을 키웠다고 밝히며 "추성훈이 출연한 방송을 한 시간 동안 무릎꿇고 봤을 만큼 존경했다. 항상 역전승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김동현에 대해서는 "UFC 10위권 선수들 정도는 현역과 맞붙어도 모두 이길 수 있다"며 여전한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김동현 vs 추성훈 vs 정찬성, 세 파이터가 붙는다면 누가 최강자일까. 전성기에 같은 체급이라는 전제하에 정찬성을 압도적인 최강자로 꼽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그럼 정찬성이 1등이라면 2등은 누구냐는 짓궂은 질문이 나오자, 당황한 김동현과 추성훈은 서로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눈치를 보다가 피차 강점이 다른 '박빙'이라는 데 타협했다.
 

SBS <집사부일체>의 한 장면. ⓒ SBS

 
의외로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던 것은 외모 순위였다. 세 사람은 각자 본인이 1위라고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추성훈은 오히려 "이유?"라고 반문하며 보면 모르겠냐는 반응을 보였고, 김동현은 "패션을 제외하고 얼굴만 따져야한다"고 추성훈을 간접적으로 디스했다. 정찬성은 "(내가) 여기 세 명 중에서면..."이라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하여 형들을 당황하게 했다.
 
결국 자체적으로 정한 순위에서 정찬성과 추성훈은 사이좋게 김동현을 외모 꼴찌로 꼽았다. 김동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추성훈과 정찬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참 골고루 못생겼다"고 복수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고심하던 김동현은 그나마 추성훈을 2위로 선택하며 정찬성에게서는 "자꾸 좀비 얼굴이 보인다"고 놀렸다.
 
'아내 사랑은 내가 챔피언'이라는 질문에 대하여 셋 중 정찬성만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아내가 같은 자리에 와서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정찬성은 "저희는 우정인 것 같다"는 폭탄발언으로 좌중을 잠시 정적에 빠뜨렸다. 정찬성은 "친구처럼 재미있게 잘산다는 의미"라고 수습했다. 김동현은 "찬성이는 가족밖에 없다. 그만큼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라고 덧붙였다. 추성훈과 김동현은 아내 이야기에는 외모 주제 때와 달리 유난히 소극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집사부 멤버들과 파이터 사부들이 함께하는 서바이벌 참호격투 경기가 펼쳐졌다. 6명이 링위에 올라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상대들을 밀어내는 개인전이었다. 정찬성은 부상 때문에 해설을 맡았다. 연약한 초식동물같은 집사부 멤버들이 하나둘씩 탈락하면서 결국 예상대로 추성훈과 김동현의 마지막 1대 1 대결로 압축됐다.
 
두 파이터는 예능에서의 유쾌하고 허당스러운 모습을 잠시 걷어내고 진지하게 진짜 실전을 방불시키는 팽팽한 명승부를 펼쳤다. 추성훈이 거칠게 몰아붙이던 상황에서 벼랑끝에 몰린 김동현이 순간적으로 몸을 맞춰서 자세를 돌리는 기지를 발휘하여 본인 힘에 넘어가 균형을 잃은 추성훈을 떨어뜨리고 승리했다.

추성훈은 깔끔히 패배를 인정하며 "김동현이 다시 격투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선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정찬성은 "경기장을 보자마자 옥타곤에 오르던 그 기분이 생각나더라. 오늘 보니 내가 격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열정이 되살아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최후의 승자가 된 김동현도 "진심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며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소감을 밝혔다. "형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이 공간과 조명 아래 있다보니 진짜 케이지에 있는 듯한 느낌이 왔다. 몇 년 동안 살면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추성훈은 "다음에 또 이기고 다시 돌아오겠다"며 새로운 도전과 명예로운 귀환을 약속했다. 나이, 패배, 트라우마 등 자신의 한계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을 추구하는 상남자 파이터들의 이야기가 웃음속에서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집사부일체 추성훈 김동현 정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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