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는 동석과 짧지만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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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없이 살 수 없다'는 선아의 마음
이런 선아에게 아이는 조건 없이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을 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였을 것이다. 6회 가사조정관이 선아에게 "왜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하냐요?" 라고 물었을 때 선아는 "저는 열이 없으면 못 살아요. 열이가 있어야 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는 선아가 살아가는 힘은 바로 열이의 조건없는 사랑이었음을, 동시에 선아가 이런 조건 없는 사랑과 존중을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때문에 선아는 우울의 늪에서 헤매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활짝 미소 짓고, 아이의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던 것이다. 선아가 결혼 전, 우연히 재회한 동석과 훌쩍 바다로 여행을 떠났던 것도 아무런 역할이나 기대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석이 뺨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하자 선아는 동석을 떠나버린다. 이는 로맨틱한 관계로의 발전이 선아가 갈구하던 '순수한 만남'을 변질시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런 선아에게 가사조정관이 찍어 온 화면 속 아이의 말은 무척이나 잔인한 말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아파. 그래서 나랑 못 놀아."(6회)
선아는 이 말에 크게 휘청인다. 사실 아이에게는 자신을 도구적으로 대하는 아빠뿐 아니라, 자신이 삶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 역시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선아는 아프기 때문에 아이가 필요한 엄마이고 이는 아이가 엄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되고 만다. 아이의 이 말은 그토록 도구화되기를 거부했던 자신이 아이를 도구로 삼고 있음을 깨닫게 했을 것이고, 이는 선아를 더 깊은 우울로 끌고 간다.
선아의 우울이 의미하는 것
선아는 충격받고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제주로 간다. 그리곤 바다에 빠지는데 선아는 이를 '실족'이라 한다. 하지만, 빠지는 순간 구조신호를 보내지도 않고 살아 나오려는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족을 가장한 자살시도로 보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선아는 다시 동석을 만난다(7회). 동석은 선아의 속 마음을 알아차리고 선아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매몰차게 떠나버린 선아에 대해 미운 감정을 느끼면서도, 동석은 선아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걱정해준다.
자신의 존재를 걱정해주는 동석의 이 같은 마음은 아마도 선아가 그토록 남편에게 갈구했던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자하는 바로 그것이었을 것이다. 8회 동석은 선아에게 '살아 있냐' 라고 문자를 보낸다. '어' 라는 신아의 답문에 동석은 '됐어, 그럼' 이라고 답한다. '당신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 날 동석의 메시지는 아마도 선아의 텅 빈 마음을 조금은 채워줬을 것이다.
그 후 선아는 임신하고 집을 나온 뒤 아파하는 영주와 스치는데 먼저 나서 "도와줄까요?"라고 묻는다. 그리곤 영주가 원하는 만큼 도움을 주고, 영주의 임신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자신의 내면에 갇혀 있던 선아가 영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우울한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있다는 신호라 볼 수 있다.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동석의 메시지는 선아에게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느낌을 갖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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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의 남편은 선아가 우울을 극복할 의지가 없다며 나무란다. 현실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아처럼 우울에 빠져 지내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선아의 남편과 비슷한 충고들을 한다. 노력을 하라고, 스스로를 존중해야 남도 존중해주는 법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가치를 알아가는 존재다. 어릴 적 아기가 양육자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가 사랑받는 존재인지를 알아차리듯이 말이다. 선아에게 혹은 선아처럼 우울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는 존재에 대한 존중이다.
이런 존중의 눈빛 속에서 나를 볼 수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존중도, 삶에 대한 의지도 생기는 법이다. 드라마 속 제주 푸릉마을 사람들이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아웅다웅 싸워도 서로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선아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걱정해주는 동석과,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는 푸릉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울한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지 않을까? 앞으로 펼쳐질 선아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 속 우리에게 필요한 존중이 어떤 것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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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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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걸린 아내, 남편의 이 행동이 대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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