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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한화 이글스의 은밀하고 내밀한 이야기

[현장]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 제작발표회

22.03.23 17:41최종업데이트22.03.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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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 제작발표회에서 박경원 감독, 이우리 PD, 한경수 PD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왓챠

 
"수베로 감독이 선수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마치 제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도 할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된다. 촬영하면서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 보시는 분들도 그러셨으면 좋겠다."(이우리 PD)

리빌딩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도모했지만 결국 리그 꼴찌를 면하지 못했던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2021년 한 해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우리를 찾아온다. 승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잔혹한 스포츠 세계에서 실패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오는 24일, 31일에 걸쳐 ott 서비스 왓챠에서 단독 공개되는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23일 오후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박경원 감독과 한경수, 이우리 PD가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고 촬영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했다. 

총 6회로 구성된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리빌딩' 첫 해를 맞은 2021년 한화이글스 프론트와 선수단의 성장을 담았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종료까지 전 경기를 모두 충실하게 기록했으며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총 240회, 3845시간의 분량으로 촬영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없는 새로운 시도이자 기획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우리 PD는 한화 이글스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많은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야구를 잘 모르는 채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이 PD는 "야구는 몰라도 한화 이글스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저 역시 그랬다. 2021년 한화 이글스는 리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고 결과랑 상관 없이 의미가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도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드디어 (제작이) 끝나서 행복하다"는 말로 입을 연 한경수 PD는 "처음부터 144경기 전부를 촬영하겠다고 계획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당초 스프링 캠프, 마무리 캠프를 포함해 약 150회 가량 촬영이 예정돼 있었지만 전 경기를 찍기로 결정하면서 250회까지 늘어났단다. 한 PD는 "야구 경기는 예측이 불가능하더라. 어느 하나를 찍고 어느 하나를 버린다는 선택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전 경기를 다 찍어야겠다고 결정했다. 무모한 선택이었고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단의 한 시즌 전부를 촬영하다 보니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내밀하고 민감한 이야기들도 카메라에 담길 수밖에 없었다. 연출을 맡은 박경원 감독은 "연패를 할 때면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도 무거워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제작진도 덩달아 감정소모가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변화를 시각화 해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리빌딩의 과정을 담으려고 하는데, 리빌딩은 무형의 변화이지 않나. 그걸 시각화 해서 보여줘야 했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속에서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건지, 진짜 변화하고 있는 건 맞는지, 우리가 촬영하는 게 진짜 변화의 흔적이 맞는 건지 많이 고민했다.

저희가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내밀하게 관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론트에서 어떤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의사결정이 클럽하우스나 경기장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장에서의 어떤 사건이 클럽하우스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프로 구단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박경원 감독)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한화 이글스: 클럽하우스>의 한 장면 ⓒ 왓챠

 
이날 행사에서는 1부 '리빌딩' 편의 일부가 공개되었다. 지난해 은퇴를 결정한 김태균 선수의 모습부터, 수베로 감독이 부임하고 선수들을 만나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에서 수베로 감독은 "실패할 자유를 가져라"라며 선수들을 북돋운다. 한경수 PD는 실제로 수베로 감독이 시즌 내내 지켰던 원칙이라고 전했다.

"1회에 수베로 감독이 대전구장에 도착해서 관계자들을 만난 그날이 우리의 첫 촬영이었다. 수베로 감독이 '실패할 자유'(Freedom to Fail)에 대해 계속 강조하는데 1년 내내 그 말씀을 정말 많이 했다. 듣는 선수들도 지겹고 본인도 지칠 법도 한데 정말 쉬지 않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 얘기를 하더라.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기회를 계속 부여했다. 처음에는 '과연 이 원칙이 끝까지 지켜질까' 선수들도, 프론트도 의심을 많이 했는데 (수베로 감독이) 끝까지 지켜냈던 게 기억에 남는다."(한경수 PD)

지난 2021년 한 시즌 동안 한화 이글스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구단 대표와 감독, 코치진이 모두 바뀌었고 젊은 선수들이 주전에 대거 기용되면서 선수단 세대 교체가 단행되었다. 그럼에도 팀 전력은 기대 만큼 따라주지 못했고 10위,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그럼에도 박경원 감독은 지난 시즌의 이글스를 지켜보면서 2022년 시즌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귀띔했다.

"특히 임종찬 선수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기대한다. 작년에 많은 기회를 받았는데 저도 처음엔 관찰하면서 (어려서) 기회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임종찬 선수랑 악수를 나누는데, 굳은살이 너덜거리는 촉감이 강렬하게 남았다. 이들도 굉장히 치열하게 야구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 흔적을 담았고 이들의 치열한 야구가 펼쳐지는 현장을 지켜봐 달라."(박경원 감독)

마지막으로 한경수 PD는 한화 이글스 팬, 야구 팬뿐만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시청을 당부했다.

"이 다큐멘터리 기획을 처음 접했을 때 무슨 이야기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한화 이글스라는 구단을 소재로 하고 있고 그들이 출연하니까 야구 다큐멘터리이고,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는 꼭 야구인이 아니더라도, 야구팬도 아니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도 공감할 만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한화 구단이 갖고 있는 조직의 목표가 분명히 존재한다. 리빌딩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 그 안에 선수들과 코치 개개인들은 또 본인들의 목표와 욕망이 있다. 팀이 잘 돼야 하지만 개인의 성적도 좋아야 한다. 개인들의 성적이 좋아야 팀 성적도 좋아지는 것이지만 두 욕망이 항상 일치하진 않는다. 어느 순간에는 개인의 욕망이 앞서고 어느 순간에는 팀 전체를 우선시 한다. 그 욕망들이 날마다 부딪히면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게 야구 경기장의 뒷모습인 것 같다. 꼭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삶의 자리에서 되돌아보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한화이글스 왓챠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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