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위키드>에서 박예음, 오연준 어린이가 꾸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무대.
엠넷
시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지난 2002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1주기 추도식 때 낭송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3년 11월에 일본 유명 작곡가인 아라이 만이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서 싱글앨범을 발매했는데, 이 일본 곡이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원곡이다. 임형주는 저작권 문제로 한국어 버전을 허락하지 않는 원작곡자에게 진심 어린 요청을 해 4년 만에 한국어 버전을 허락받아, 2009년 자신의 미니앨범 <마이 히어로>에 이 노래를 수록했다.
임형주는 고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곡으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해 5월에 '2014 리마스터링 버전'을 발매하면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우리나라에서 보다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게 된 것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세상을 떠난 이가 살아 있는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가사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상황을 슬퍼하기 보다는 늘 너와 함께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다. '나는 자유롭게 잘 지내고 있으니 나 때문에 울지 말라'는 노랫말은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가 자신으로 인해 슬픔에 그만 잠겨 있기를 바라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노래를 2016년 방송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키드>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참가자 오연준, 박예음 어린이가 맑은 목소리로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더해져 당시 많은 이들을 울렸다.
<뜨거운 씽어즈>에서 김영옥이 부른 버전과 <위키드>에서 아이들이 부른 버전은 상반된 나잇대에서 주는 각기 다른 울림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 이후 2021년 2월에는 임영웅과 정동원이 듀엣으로 이 곡을 선보였고 <사랑의 콜센터> 음원으로 발매되며 사랑받고 있다.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노래를 끝내고 김영옥은 "내세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되어서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건 부산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람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가족을 먼저 보낸 그에게 이 노래가 위로가 되어주었듯,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하며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곡은 따뜻한 손길로 앞으로도 다가갈 것이다. 90년 전 외국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한 편의 시가 주는 위로가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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