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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해적2', 오미크론 악재 시원하게 밀어버릴까

[리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아쉬운 이야기 속 공들인 CG와 액션

22.01.28 11:47최종업데이트22.01.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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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을 바라보며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다. 코로나 19로 위축될 대로 위축된 영화계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흥행은 큰 위안 혹은 희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해 근래 오미크론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미크론도 영화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흥행의 깃발을 나부낄 수 있을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고려 말부터 조선 건국 초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실제로 존재한 역사적 사건에 가상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전개된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고려 말,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감행하자 고려의 장수 주방은 왕실의 보물을 빼돌려 숨긴다. 고려가 망한 후, 고려 무관이었던 우무치(강하늘 분)와 수하 강섭(김성오 분) 등은 관군의 습격을 받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해적 단주 해랑(한효주 분)의 구출로 목숨을 건진다. 무치 등은 해랑의 해적 무리에 합류하고, 왜선을 습격한 해적들은 일본인들로부터 사라진 보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목숨을 건 보물찾기에 나선 무치와 단주는 이방원의 지원을 받는 잔혹한 부흥수(권상우 분)와 마주한다.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의 흔한 흥행 공식들을 충실히 따른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에 적당한 웃음과 감동을 곁들인다. 유명한 배우를 주인공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감초 조연으로 캐스팅한다. 스토리가 탄탄하다면 실패하지 않는 조합이지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설계는 살짝 아쉽다. 

영화는 욕심을 내야 할 부분을 덜어내고, 덜어내야 할 부분을 과하게 채운다. 은닉된 보물의 스토리, 무치의 과거, 무치와 흥수의 관계 등 좀 힘을 줘야 할 부분들이 너무 간략하게 지나간다. 해랑에 대한 서사도 전무해 해적 단주라는 설정뿐이다. 반면, 단주 자리에 대한 반복적인 다툼, 막이의 사연 등 자잘한 이야기들이 좀 길고 산만하다. 의식적으로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읽히지만, 영화의 재미를 앗아가지 않게 조합했다면 더욱 좋았을 듯하다.

CG와 액션이 상당히 훌륭하고, 간혹 나오는 묵직한 대사들이 의미하는 바가 상당해 코믹을 전반적으로 배치할 것이 아니라 포인트로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이 역을 맡은 이광수의 연기를 보노라면 왜 그가 오랜 시간 뛴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그만두었을까, 절로 이해하게 된다. 맡은 역할마다 런닝맨의 '기린 이광수'를 재연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면, 자신의 예능 캐릭터에 회의감이 들지 않았을까.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맥락이 자꾸 끊기는 이야기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CG와 액션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원한 화면이 전개가 늘어질 때마다 고삐를 죄듯 속도를 재촉한다. 광포한 바다, 그 거친 바다에서의 전투 등 스케일이 큰 장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특히, 해적선을 집어 삼킬 듯 몰아치는 큰 파도는 압권이다. 

액션은 칼싸움이 위주이나 12세 관람가인 만큼 한두 장면을 빼고는 많이 잔인하지 않다. 액션이 영화의 주가 되지는 않지만, 필요한 만큼 보여준다. 대역이 표시나는 순간들이 한 두번 보이지만, 강하늘이나 권상우, 한효주 등 주인공들의 액션 연기는 공과 노력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자꾸만 주제 의식을 드러내려 하는 것도 눈여결 볼 만하다. 영화가 대략 산만한 중에도 나름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힘은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주제에 있다. 단주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에 오고가는 대사들은 웃는 와중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에 맞물려 짧지만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이방원과 조선의 개국 공신들에 대한 묘사도 의미 깊다. 

다른 무엇보다 영화가 짚어내는 것은 '신의'이다. 제 욕심과 제 살 길만을 찾지 않는 우두머리, 그러한 우두머리를 믿고 따르는 수하들의 모습은 불의한 과거를 대한 합리화나 정당화를 단호하게 배제한다. 그럼에도, 과거에 붙잡히기 보다는 현실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메세지는 우울하지 않아 맘에 든다. 권상우가 맡은 부흥수의 캐릭터가 이러한 주제의 일관성에 좀 더 부합했더라면 좀더 탄탄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치 해적선처럼, 아찔할 정도로 속도감을 내며 오미크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만큼의 운은 따라주질 않았다. 지난 18일부터 영화관에 대한 백신패스가 해제되었다는 측면이 다소 위안이 되겠지만, 영화의 흥행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2시간 여의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괜한 기대감은 좀더 큰 재미를 위해 살짝 두고 오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 관람은 가슴 뚫리는 시원한 바다를 보여줄 것이다. 어쩌면, 연일 시끄러운 대선 정국 속, 정치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해적들이 물을 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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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한 귀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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