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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의 출처는 무엇일까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돈 룩 업>

21.12.29 17:54최종업데이트21.12.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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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룩 업> 포스터
<돈 룩 업> 포스터넷플릭스코리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의 출처는 무엇일까. 과학은 데이터일 것이고, 종교는 구원일 것이며, 정치는 이익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원하는 것을 향해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함께 움직인다. 우리는 의식주에 얽매인 구체적인 존재이지만, 현실적 제약은 대부분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장력 때문이다.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정돈되었다가 흐트러지며 다툼과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때로는 진실과 멀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생존을 담보로 한 욕망

영화 <돈 룩 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한 과학자들에서 출발한다. 박사과정의 학생이 거대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사건은 진행된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은 지구 파괴만을 일삼는 것은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핵 미사일과 드론 전투기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대통령이었다. 혜성 궤도 변경 프로젝트 판단 결정 주체에게 있어 우선 순위는 종말이 아닌 선거라는 것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정치인에게 보이지 않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피어싱을 한 박사과정 학생과 그 지도 교수가 "6개월 뒤에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라고 살 떨리게 말해보지만 대통령과 보좌진은 학벌을 따지며 의심을 품고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후에 고스펙 연구자들의 검증을 거치고 선거에 유리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은 뒤에야 대통령은 종말을 막을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를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정치적 이유로 파기된다. IT기술로 자본의 정점에 선 개발자 출신의 기업 대표는 혜성을 부의 가능성으로 취급한다. 혜성을 제대로 다루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광물을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하지만, 기업가의 거대 자본을 후원받는 정치인에게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결국 종말을 막기 위한 적기는 놓치게 되고 날아오는 혜성을 잘 쪼개 자원화시킨다는 허황된 계획은 진행된다.

긴 꼬리를 단 혜성이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며 하늘에 드러나면서 '룩 업'과 '돈 룩 업'의 진영은 싸우기 시작한다. 프레임을 짜고 편을 나눠 진영 간 다툼을 통해 지지층을 공고히 다지는 방식은 오래된 관습이었다. '안전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라.'와 '우리의 기술력으로 더 좋은 방법을 마련했으니 불안에 떨지 말고 믿어라.'의 다툼. 생존을 담보로 욕망을 부르짖는 세상은 어쩌면 지옥과 다름이 없었다.

뼈 때리는 웃음 뒤에 남은 씁쓸함

감독 애덤 맥케이는 이전 작 <빅쇼트>에서 보여 주었던 것과 같이 블랙 코미디로써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 등 호화 출연진들의 탄탄한 연기가 풍자의 묘미를 더욱 살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티브이쇼에서 격렬하게 "모두 다 죽는다고!" 외치는 모습은 소름 돋을 정도로 몰입되었지만,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 그 모습을 보면 진지충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씁쓸함이 찾아왔다.

영화는 이 모든 장면들을 통해 탐구조사보다는 이슈 몰이용으로 소비되는 언론의 행태, 무능력한 자들의 이미지 싸움에만 몰두되어 있는 정치판, 자연을 거스르며 기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기업가들을 신랄하게 조롱한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의구심과 드러난 것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훌륭히 풀어냈다.
넷플릭스 돈룩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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