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넷플릭스
대세가 되어가는 새진리회, 종교적 해석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한다. 형사 진경훈과 그의 딸 희정은 5년 전 아내와 엄마를 잃었다. 딸이 깜빡 잊은 남편에게 줄 옷가지를 전해주러 간 아내이자, 엄마는 살인범에게 목숨을 잃었다. 심판의 시대, 희정은 그 심판의 과정에 자신의 묵은 '원한'을 얹어 편승한다. 희정은 새로운 '메시아'와 '공범'이 된다. 그리고 희정의 아버지 진경훈은 예수를 부인한 제자처럼 정진수의 죽음에서 드러난 진실에 입다문다.
너무도 그럴듯해 보였던 '고지', 그리고 정말 '심판'과도 같았던 괴물들의 등장과 린치와 잔혹한 화형. 정말 그대로 지옥행 같아 보인다. 정진수의 자조적이며 시니컬한 내레이션은 그런 종교적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죽어간 사람들의 드러난 '범죄' 사실이 더욱 '처벌'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21세기의 신은 그렇게 오는 걸까? 그러기에 화살촉이 선동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저 미혼모라는 박정자를 의심한다. 아마도 지켜본 시청자들 역시 괴물에 의해 죽어간 사람들이 '희생자'가 아니라, '지옥에 갈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가공할 해프닝을 배경으로 한 사회의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지옥 속으로 빠져드는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종말론적 흐름은 새진리회를 '창시'한 정진수 본인이 왜 '심판'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죽어가며 역설을 선사한다. 즉 시청자들조차 어쩌면 심판이라 믿었던 과정들이 그저 천둥이나 번개와 같은 불가해한 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리즈의 후반부, 약장수같은 새진리회의 새 교주와 그럼에도 보다 체계화되어가는 종교, 그런 종교의 횡포 아래서 '소도'처럼 세상의 낙인으로부터 교지받은 이들과 그들의 가족을 '구원'하려는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 등의 활동이 구체화되며 종교적 미망은 흔들린다. 두려움과 공포로 구한 믿음이 그저 도그마에 불과하며 새로운 '지옥'이 열리고 있음을 드라마는 보여준다.
심판의 화형식에서도 생명을 구한 영재와 소현의 아이, 그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도피한 민혜진을 태운 택시 운전사는 말한다. 그저 자신은 '인간의 일'을 할 뿐이라고. 천사라며 교지를 내리고, 괴물들이 포악하게 한 생명을 거두어 간다 해도, 설사 그것이 진정 신의 심판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 불가지한 현상, 앞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인간의 몫이라고 드라마는 말을 맺는다.
신의 이름으로, 신에게 의탁한다며 자신들의 권리를 새진리회에 내준 시민들은 사기꾼과 협잡한 목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자신들의 모든 걸 내맡긴 <사이비> 속 마을 사람들과 다를까. 인간이라는 종족의 경계를 넘어선 현상과 존재들을 내세워 종교적이거나 초월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연상호 감독이 묻는 건, 인간의 의지이다. 설사 신이 강림한다 해도, 이 세상은 인간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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