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어느날 '천사'가 특정 인물 앞에 나타나 죽음을 '고지(告知)'한다. 천사가 고지한 날짜와 시간이 되었을 때, 갑자기 지옥의 사자들이 등장해 인간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불태운다. 이 죽음을 극 중에서는 '시연(試演)'이라고 부른다. 이 시연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대한민국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소재는 비현실적이지만, 이것을 소화하는 방식은 현실적이다. 초자연적인 사건을 두고 해석을 독점한 종교 집단 '새진리회'가 등장한다. 이들은 죽음을 고지받은 이는 죄인이라고 부르고, 이 죽음을 시연(試演)이라고 부르며, 이해하기 쉬운 교리를 만든다.
그리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숭배하는 집단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의탁한 채 믿음을 재생산하며, 죄인과 죄인의 가족, 반대자에 대한 낙인 찍기를 서슴지 않는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며, 2021년 포털 사이트, 유튜브에서 보았던 여러 순간들이 소환된다. <지옥>에는 잘 짜여진 불쾌함과 기시감이 있다.
"선택권이란 이름만 근사한 형벌일 뿐입니다." - <지옥> 중 정진수(유아인 분)
'지옥'은 믿음, 종교의 존재, 자유 의지 등 다양한 키워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0년 전부터 이 사태를 '신의 경고'라고 주장해 온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유아인 분)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믿지 않으며, 공포를 통해 무결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다수의 시민들은 공포를 내세우는 새진리회의 가르침에 동의하며, 감시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김현주가 연기한 민혜진 변호사처럼 신에 맞서고자 하는 인간들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큰 의의다. 한편 주연 배우 유아인은 극 초중반부의 흐름을 주도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고지를 받은 죄인의 공포를 연기하는 김신록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동시에 김현주, 원진아의 재발견이라고 보아도 좋다. 높은 연기력이 극에 설득력을 더한다.
많은 시청자가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신을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인 '화살촉'이다. 대중을 선동하는 인터넷 BJ와 광신도 집단에 대한 묘사는 과잉에 가까워 부담스럽고, 이들의 대사와 행동 양식 역시 작위적이다. 연상호 감독이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는 능했으나, 미시적인 개인의 모습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는 부족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것은 <반도>의 631 부대 대원들을 그리는 데에 있어 나타났던 단점과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이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세계관의 구축 때문일 것이다. 사자를 구현한 컴퓨터 그래픽(CG)의 완성도가 몰입을 깬다는 의견도 이해되지만, 이것을 크리쳐물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환멸과 염세주의로 가득한 디스토피아. 그러나 말미에 인간성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남겨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옥>은 연상호의 화려한 반등이다. 그는 다시 한번 불쾌한 신세계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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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