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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한국 시리즈 우승, 마법이 현실이 되다

[KBO리그 한국 시리즈] 리그의 강인한 10번째 심장... 창단 첫 통합 우승

21.11.19 09:46최종업데이트21.11.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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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KBO리그의 막내 구단도 당당하게 우승 이력을 추가했다. KBO리그의 10번째 심장 KT 위즈가 2013년 창단하여 1군 리그 참가 7시즌 만에 정규 시즌 우승과 더불어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통합 우승에 성공한 것이다.

KT는 11월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2021 KBO리그 한국 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8-4 승리를 거뒀다. 7전 4선승제의 시리즈 전적 4전 전승으로 스윕에 성공하면서 한국 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상대 팀 두산은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온 최초의 팀이 되었으나, 이로 인하여 누적된 피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준우승을 거둔 것에 만족해야 했다.

KBO리그의 마법사 KT, 조금씩 성장한 10번째 심장

KT는 2013년 1월 17일 창단을 선언했고, 4월 1일에 구단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공모전을 통해 5월 7일 위즈(wiz)의 팀 이름을 선정했다. 마법 같은 야구를 보이겠다는 취지에서 선정된 팀 이름이었다.

6월 17일에는 신생 팀 우선지명권으로 2명의 선수를 선발했으며, 7월 8일 드래프트 1차 지명에도 참가했다. 8월 2일에는 초대 감독으로 조범현 전 감독을 선임했으며, 8월 20일에 미지명 전역 예정 선수들도 받았다. 그리고 8월 26일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15명을 선발하고 기타 코칭 스태프들을 모집하여 선수단을 구성했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 처음 참가했는데, 수원 장안구에 있던 기존의 야구장 리모델링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때문에 2014년 퓨처스리그는 수원에 있던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을 빌려 사용해야 했다. 시즌을 마친 뒤 다른 팀에서 보호선수 20인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 중 특별 지명과 FA 영입을 통하여 선수 자원을 보강했다.

그렇게 2015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했지만 KT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2015년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승리하며 한화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저지하는 고춧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2016년에도 나름 분전했으나 다른 팀들과의 전력 차를 느끼며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조범현 전 감독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다.

이후 2013년 두산 베어스의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진욱 전 감독을 영입했다. 1군 참가 2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NC 다이노스보다는 느렸지만, KT는 분명 조금씩 성장했다. 그 결과 4번째 1군 시즌이었던 2018년에는 최하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1군 참가 6시즌 만에 PS 진출, 7시즌 만에 우승 달성

그리고 2019년 KT의 3번째 감독으로 이강철 감독이 부임했다. 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출신으로 수많은 우승을 달성했고, 1996년에는 자신도 한국 시리즈 MVP에 선정된 적이 있었다. 이후 이강철 감독은 여러 팀에서 투수코치로 지도 능력을 검증하며 KT의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2019년 KT는 5시즌 만에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달성했다(71승 2무 71패). 비록 아쉽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드디어 KT가 상위권 순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6주 가량 늦게 시작했던 2020년에 KT는 7월에만 15승 1무 6패(0.714)를 기록하며 8위에서 6위까지 급상승했다. 이후 9월에는 19승 7패(0.731)의 기록으로 팀 역대 월간 최다승 및 최고 승률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 2위로 올라섰다.

결국 2020년 KT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감(81승 1무 62패 0.566)하며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던 두산을 상대로 플레이오프에서 분전했으나 결국 1승 3패로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최종 3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2021년 KT는 4월부터 13승 10패(0.565)를 기록하며 2위로 고공 비행을 시작했다. 6월에 16승 7패(0.696)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선 KT는 이후 9월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달렸다. 10월 성적에서는 8승 4무 13패(0.381)로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고, 한때 삼성 라이온즈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래도 KT는 위기를 잘 버티며 76승 9무 59패(0.563)로 삼성과 공동1위를 기록하며 정규 시즌 144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10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렸던 타이 브레이커 게임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거두며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정규 시즌 우승으로 한국 시리즈에 직행한 KT는 휴식을 취하며 상대 팀을 기다렸다. 정규 시즌 4위였던 두산은 키움 히어로즈(와일드 카드 결정전)와 LG 트윈스(준플레이오프) 그리고 삼성(플레이오프)을 차례로 격파하며 한국 시리즈까지 진출한 최초의 와일드 카드 팀이 됐다.

한국 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던 KT는 윌리엄 쿠에바스(1차전), 소형준(2차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차전) 그리고 배제성(4차전)까지 4명이 모두 선발승을 올리며 스윕하는 역대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KT가 처음 1군에 참가할 때부터 매년 한국 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을 상대로 그것도 첫 한국 시리즈에서 스윕으로 우승에 성공한 최초의 팀이 됐다.

너무 지쳤던 와일드 카드 두산, 아쉬웠던 준우승

두산은 2021년의 한국 시리즈 진출로 의미있는 기록들을 세웠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매년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 시리즈 진출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신설된 이래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온 최초의 와일드 카드 팀이 됐다. 다만 단일리그 기준으로 정규 시즌 4위 팀이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징크스는 아쉽게 깨뜨리지 못했다.

사실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한 두산이었다. 한때 리그 8위까지 하락했던 두산은 후반기 분전으로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뚫으며 정규 시즌을 4위로 마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을 앞두고 두산은 외국인 투수 2명 없이 국내 투수 자원만으로 포스트 시즌 7경기를 치렀다. 워커 로켓은 팔꿈치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수술을 받기 위해 아예 미국으로 떠났다.

아리엘 미란다는 정규 시즌 225탈삼진의 놀라운 활약으로 고(故) 최동원이 보유했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1984년 223탈삼진)을 경신하며 최동원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어깨 피로를 호소하며 정규 시즌을 조금 일찍 마쳤고 플레이오프까지 출전하지 못했다.

곽빈과 최원준, 김민규 3명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6이닝 이상의 긴 이닝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영하와 홍건희가 롱 릴리프로 뒤를 받쳤지만, 5명의 투수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7경기를 책임지면서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미란다가 한국 시리즈 3차전에 합류하여 분전했지만, 단 하나의 실투 때문에 패배를 막지 못했다.

두산이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와일드 카드 결정전 1차전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고 상대 투수들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타선의 힘이 있었다. 그러나 KT의 강력한 선발진을 공략할 수 없었던 타선이 무력화되면서 두산은 한국 시리즈에서 4경기 도합 8득점에 그쳤다(KT 4경기 21득점).

무기력하게 스윕을 당했지만 두산 선수단은 준우승 팀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품격을 보였다. 두산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바로 퇴장하지 않고 상대 팀인 KT 선수단이 우승의 기쁨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관계자가 신호를 줄 때까지 그라운드에 서서 박수를 보냈다.

역대 최초 한국 시리즈 선수 MVP & 감독 우승 모두 달성한 이강철

1982년부터 2021년까지 KBO리그에는 총 39차례의 한국 시리즈가 있었다(1985년은 삼성 라이온즈가 전반기, 후반기 통합 우승으로 한국 시리즈 미실시). 40년의 리그 역사를 거치면서 선수를 거쳐 감독까지 커리어를 거친 인물들도 여럿 있었다.

선수로서 한국 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감독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인물들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 MVP 출신의 감독이 한국 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 시리즈 MVP를 수상한 적이 있었다. 1996년 한국 시리즈에서 이강철 감독은 2차전 구원 등판(연장전), 3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1구), 6차전 승리투수까지 4경기 2승 무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0.56의 활약으로 MVP에 선정됐다.

한국 시리즈 MVP를 수상한 1996년 이외의 다른 시즌까지 합하면 이강철 감독은 타이거즈 시절 도합 5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고향 팀 타이거즈의 투수코치로 시작하여 히어로즈(수석코치)를 거쳐 두산에서는 투수코치와 수석코치 그리고 퓨처스 감독까지 여러 지도자 역할을 두루 수행했다.

2018년 가을에 KT 감독에 선임되었다는 소식을 받은 뒤, 이강철 감독은 한국 시리즈까지 두산의 투수코치 겸 수석코치로 시즌을 마친 뒤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KT의 투수 자원들을 키워내며 다소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고도 남는 투수 전력을 구축했다.

또한 선수들을 최대한 믿고 선수들로 하여금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배려했다. 아직 야수 자원에 있어서는 좀 더 전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이번 한국 시리즈 우승을 통해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국 시리즈 선수 MVP와 감독 우승까지 동시에 달성한 인물이 되었다.

몸을 아끼지 않았던 박경수, 감동의 한국 시리즈 MVP 수상

이번 한국 시리즈의 MVP는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선정됐다. 사실 박경수의 한국 시리즈 타격 성적은 타율 0.250으로 특출난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의 데일리 MVP가 모두 선발투수였고, 4차전의 데일리 MVP 제러드 호잉이나 팀내 수위 타자 강백호 등에 비해 지표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박경수가 없었다면 한국 시리즈의 분위기를 KT가 주도할 수 없었을 것은 분명했다. 특히 2차전에서 2년차 투수 소형준이 1회부터 2타자 연속 볼넷으로 고전했을 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내야 땅볼을 잡아내어 바로 병살 처리한 박경수의 수비는 소형준에게 큰 힘이 됐다.

또한 박경수는 2차전 5회말 선두타자 안타로 타자일순 5득점의 물꼬를 튼 역할도 했다. 조용호의 안타가 나왔을 때 최만호 3루 주루코치가 정지하라고 했으나 박경수는 빠른 판단으로 홈까지 질주했고 득점에 성공했다.

박경수는 3차전에서도 5회말 미란다의 실투 하나를 놓치지 않고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결승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8회말 수비에서 타구를 처리하던 박경수는 종아리 부상으로 인하여 신본기와 교체되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대 구로병원에서 바로 검사를 받았으나 종아리 근육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아 최소 6주 이상의 휴식 소견이 나왔다.

비록 4차전에 출전할 수 없었으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박경수를 대신하여 2루수로 출전했던 신본기는 5회초 김명신을 상대로 홈런을 날리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박경수의 이번 포스트 시즌 성적은 3경기 8타수 2안타 1볼넷 5삼진 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타율 0.250에 불과했다. 그러나 2차전과 3차전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는 투표인단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실제로 90표 중 67표를 얻으며 MVP에 선정됐다.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시상대에 올라 팀 동료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KT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이제 KBO리그에 있는 10팀 중 키움을 제외한 나머지 9팀이 팀 역사에서 한국 시리즈 우승 기록을 갖게 됐다. 키움은 한국 시리즈 준우승이 최고 기록이며, 롯데 자이언츠는 한국 시리즈 우승은 있으나 단일리그 정규 시즌 우승 기록은 없다(1984년은 후반기 우승).

또한 40년 역사 중 처음으로 최근 5년 동안 매년 다른 팀이 한국 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2017 KIA 타이거즈, 2018 SK 와이번스, 2019 두산, 2020 NC, 2021 KT). 특정 구단이 우승을 독식하는 시대가 아니라 여러 팀들이 골고루 우승에 도전하는 전국시대로 평준화가 된 것이다.

특히 8구단 체제에서 10구단 체제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KBO리그에 참가한 NC와 KT가 최근 2년 동안 우승에 성공하면서 신생 구단들이 리그에 안착했음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리그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고 창단 첫 우승에 성공한 KT 선수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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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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