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고려대 정문앞 골목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2년째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가 늘어나며 캠퍼스가 비어버린 대학가가 활기를 잃으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진 인근 상권도 고통을 받고 있었다.
첫 가게는 치즈돌솥밥집이었다. 20대에 설계사무사로 근무하다가 틈틈이 공부하여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요식업으로 이직했다는 석은열 사장님은 고대 앞 골목에서만 무려 22년째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사장님은 세대가 바뀌면서 누나에서 이모로, 다시 엄마로 호칭이 바뀌었다고 밝히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했다.
사장님은 오래된 단골 학생들이 찾아오자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는가 하면, 학생들의 이야기에 자기 일처럼 공감하고 기뻐하는 모습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장님은 장사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나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지만, (손님들이) '사장님이 밥 많이 챙겨주셔서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고마웠다"고 고백했다.
사장님의 넉넉하고 따뜻한 인심은 곳곳에서 돋보였다. 사이드 메뉴로 떡볶이와 마카로니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셀프바를 운영했다. 사장님은 학생들에게는 인원 수대로 미리 만들어둔 계란프라이까지 제공했으며, 메뉴에는 곱빼기 개념이 없어서 양이 많다고 돈을 더 받지도 않았다.
가게에 첫 방문한 백종원은 달달갈비 제육치즈밥을 주문했다. 사장님은 갑작스러운 백종원의 등장에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허둥지둥하다가 귀여운 실수를 연발했다. 상황실로 내려온 사장님은 22년의 세월 동안 장사를 하며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사장님은 "가게의 메뉴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온 것"이라고 고백하며 치즈돌솥밥은 원래 친한 학생들에게만 만들어주다가 학생들의 권유로 정식 메뉴에 포함시키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장님이 만들어주는 콩나물국을 좋아했다는 멕시코 학생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어 편지와 선물로 감사를 전했던 일화, 미국으로 시집갔다가 8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는 여학생의 일화 등은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사장님 가게의 단골이었던 고대 학생이 세월이 흘러 딸의 학교 담임선생님으로 재회하게 되었다는 놀라운 사연도 밝혔다. 손님인 학생들을 친근하게 '아이들'로 부르던 사장님은 "마음은 항상 잘해주고 싶다. 외국학생들은 집밥처럼, 지방학생들은 엄마처럼 먹이고 싶다"는 따뜻한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