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스틸. 세르시 역의 배우 젬마 찬(왼쪽)과 클로이 자오 감독(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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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어본 <이터널스>의 스케일은 거대하다. '인피니티 사가'를 지휘한 악역 타노스는 1천 년을 살았다. 그러나 이터널스들은 7천 년 전 지구에 왔다. 마블의 영화가 지금까지 이만큼의 시간을 다룬 적은 없었다. '셀레스티얼'이라는 우주적 존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처음이다.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MCU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페이즈 4'의 실질적인 시발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사장은 클로이 자오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그 결과, 클로이 자오가 자신의 개성을 블록버스터에 녹여내고자 노력한 흔적이 느껴진다. 자연광을 활용한 영상미, 광각 렌즈를 통해 표현된 아름다움은 이터널스의 강점이다. 클로이 자오는 <노 매드랜드>를 촬영할 때와 동일한 방식의 카메라 워킹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차분하게 다운된 영상의 톤 역시 지금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본 적 없는 것이다. 한편 클로이 자오는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백인 남성 중심의 이야기였던 마블은 이제 성소수자 흑인, 정신질환자, 장애인, 그리고 어린이의 몫으로 뻗어 나갔다. 마카리를 연기한 배우 로던 리들로프는 극 중 역할과 마찬가지로 실제 청각장애인이다.
문명사 관통하는 서사시, 그러나 아쉬움 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