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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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댄서들로 채워진 훅 팀은 다른 팀에 비해 개인적 기량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퍼포먼스에서 보여주는 팀 웍은 언제나 단단했고, 관객의 흥미와 공감을 끌어내는 기발함 또한 탁월했다. 훅의 리더인 아이키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댄서에게 출산과 육아는 상당한 몸의 공백을 동반시켰을 테지만, 그럼에도 우뚝한 댄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춤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선보인 마지막 무대는 언뜻 뜻밖이었지만, 그의 춤 인생을 돌이켜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엄마가 되고서야 엄마라는 삶의 무게와 노고를 깊이 깨달을 수밖에 없는 건 여자들의 지독한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지켜준 엄마를 위해 그리고 코로나로 아이들과 씨름하며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을 위해, 그들의 엄마 됨에 공감하고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 무대가 눈물바다가 된 건, 엄마의 헌신 없이 단 하나의 인간도 완성될 수 없다는 보편적 깨달음에 바탕 할 것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 당사자성을 지닌 아이키가 선택한 마지막 미션은 자신의 삶에 근거한 매우 현실적이고 영리한 선택이면서 관객의 감동까지 끌어낸 완벽히 성공한 퍼포먼스였다. 돌아선 훅 댄서들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작에서 관객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을 체험했을 테니 말이다.
훅이 마지막 미션에 선택한 곡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서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란 노랫말은 얼마 전 돌아가신 내 엄마가 하시던 말씀과 놀라우리만치 똑같다. 한평생이 잠깐 졸고 일어난 시공감이란 어떤 허무와 고독을 담고 있는 걸까.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고,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아무 일 없이 매일 해가 뜨고 진다는 데 너무 어이없지만, 나는 나의 엄마를 복구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돌아가셨다고 해서 엄마의 엄마 됨을 모두 긍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엄마 됨의 결핍과 부재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삶으로의 출구를 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여자에게만 지워지는 엄마라는 책무에 대해 "내가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달라거나,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다. 엄마의 자리란 어떻게 해도 부족함을 다그침 받는 자리이기에 오히려, 자신을 갉아 먹히도록 너무 애쓰지 말라고 모든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 딸이 어느 날 엄마가 된다고 해도 꼭 이렇게 당부할 것이다. 다만 몹시 쓰라린 건 엄마 생전에 이 말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아이키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강한 파이터는 엄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세상과 겨루는 양육의 책임을 온통 엄마에게 지웠기 때문이다. 해서 강한 파이터가 되느라 너덜너덜해지는 자신을 속상해하는 대신, 다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돌봄 노동에 지친 모든 엄마들에게 파이팅을, 그리고 다시 한 번 한국 '스트릿 우먼 파이터'들에게 파이팅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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