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헤넨 감독과 김진희 불어 통역사인터뷰 내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다.
BIAF
- 감독님은 애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인가?
"아니다(웃음). 이런 것도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애정 주는 스타일 아니었는데 제 아내는 정반대 성격이다. 항상 저한테 '포옹하러 오라'고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한다. 그래서 나도 배우게 됐고, 하다보니까 익숙하게 됐다. 제 작업에 보면 항상 포옹하는 신이 나온다. 저한테는 강한 장면이다. 타인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
-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프랑스어 표현으로 '주뗌'은 '나는 너를 사랑해'인데 아내는 '쥬쉬아무흐 드 뚜와'라고 한다. '나는 너에게 반했어'라는 뜻인데 나는 그 표현이 별로다. 우린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지만 '반했다'는 것은 그냥 예쁜 꽃이나 지나가는 여자한테도 스칠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사랑은 굉장히 큰 감정이다. 딸에게도 단순히 '반했어'라고 하진 않고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다. 아내에게 매번 설명하지만 잘 안 된다.(웃음)
다음 작품 준비 때문에 청소년들 10여 명의 인터뷰를 해보니 공통적으로 '사랑'에 대한 얘기를 했다. 부모에게서 사랑 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어른의 삶 준비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사랑이란 아이와 부모, 나와 아내의 관계에서 육체를 뛰어넘는 '둘을 투영하는 것'이다."
- 사랑 표현에 서툰 어머니와 관심받고 싶고, 부모를 사랑하고 싶은 아이의 이상 행동. 그리고 몸은 성장했지만 내 안에 채 성장하지 못한, 어린시절의 나를 아우르는 영화였다.
"양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상상 속 친엄마에 대한 사랑을 갈구했다. 삶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왜 여기 있지? 우린 왜 함께 있지?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분리해보면 결국 남는 건 사랑이었다. 실존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아닐까."
- 영화가 만들어진 2013년으로부터 세월이 좀 흘렀다. 그 사이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없다. 어릴 때와 청소년기 때의 내 그림을 보면 항상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픽 노블과 영화 작업을 했어도 이 주제가 고갈되지 않는다. <피부색깔=꿀색>은 9년 전에 나온 영화다. 그 이후 많은 문들이 열렸다. '버림'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진솔함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시간과 함께 예술가로서 갖게된 아이디어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2015년에 저한테 연락을 했던 싱글맘이 있었다. 당시 아이를 입양 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 영화를 본 후에 한국에서 아빠 없이 혼자 키우기로 어렵게 결심한 엄마였다. 제 영화가 누군가의 결정에 도움을 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감동적인 에피소드였다.
영화를 보고 한국 해외입양자들이 감동했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나 혼자 겪은 게 아니구나' 하며 삶의 균형을 찾았다는 분들이 많았다. 한국 감독들도 많이 만났다. 한국인들에게 질문도 많이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해주더라. 한국의 어두운 면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 입양에 관한 내용이지만 누군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도 만났는데 1970~1980년대 입양자들을 해외로 많이 보낸 걸 모르고 있더라. 한국 전쟁뿐만 아니라 입양도 한국 역사의 일부분인데 외국 이주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입양자들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안다는 게 중요하다."
- 해외교포들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더라. 친부모 밑에서 자라도 (친부모와) 국적이 다르니까. 하지만 입양자들은 부모도 다르고 국가도 다르니까 이중 고민에 빠질 것 같다.
"한국에서도, 입양국가 가정에서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입양인들이 많다. 장애를 갖고도 일어날 수 있고, 삶의 균형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스스로 불행에 빠지지말고 고통을 인정하자. 버려져서 불행하다고, 불평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신체는 건강하지 않나. '삶의 탄성(회복 탄력성)', 다시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
- 영화를 보면서 곪고 있던 상처에 소독약을 한번 뿌리고 연고를 바르고 다시 붙인 기분이 들었다. 고통스러웠지만 좀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이 영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게 너무 좋다. 보기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 안에 숨어있는 상처들을 끄집어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이유도 같다. 예술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고 저 역시도 그렇다. 좋은 예술을 접하면 감동을 받는다. 예술은 인간의 삶에서 필수이자 인생을 진보하게 해준다. 사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제 스스로 만화가라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실사와 그림을 합친 '하이브리드'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제를 다루는 영화는 칸국제영화제같은 유명한 영화제에 나가야 관심 받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면 어린 관객들을 위한 픽사나 디즈니의 영화밖에 없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내 영화에 대해 얘기할 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심사위원도 맡았다. 본인이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그동안 심사도 많이 했었는데 저한테는 테크닉과 이야기의 균형이 중요하다. 테크닉이 지나치게 좋으면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된다. 서로 잘 만나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 BIAF에서 명예공로상을 받게 됐다. 선정된 소감은?
"제 뿌리가 어딜까 항상 생각했는데 이 상을 받음으로서 다시 한국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너는 한국인이다 우리 일원이다'라고 해준 것 같아서 감동적이고 좋았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 본 <피부색깔=꿀색>인 5살 어린 융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얘기에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묻혀있던 어린 시절의 파편들이 떠올랐다. 마음이 저릿하기도 따뜻하기도 했다. 혼자 또는 친구와 가족, 연인과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고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함께 본 후 내 아픔을 전할 수도 있고 상대의 아픈 추억을 들을 준비도 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표현하는 것에 서툰 엄마와 사랑받고 싶지만 어떻게 사랑 받을지는 모르는 아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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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