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D.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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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영 문화의 전근대성을 은폐하는 데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다.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진짜 사나이>는 상징적인 순간이다. 이 프로그램은 비합리적으로 낮은 군 월급을 '나라에서 주는 금일봉'이라 부르며 현실을 왜곡했다. 지난해 유튜브를 강타했던 '가짜 사나이'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마초이즘과 결합하면서, 군대 문화의 낭만화에 공헌했다.
현실의 군대는 오히려 윤종빈의 <용서받지 못한 자>, 김보통의 < D.P. >와 가깝다. 여기에는 장병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지휘관이 있고, 조직과 맞지 않는 이를 '폐급'이나 '고문관'으로 취급하는 폭력 문화, 주먹구구 식의 체계의 민낯 역시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다.
이야기의 최후반부를 끌고 가는 '선량한 피해자' 조석봉(조현철 분)에게도 '폐급'이라는 낙인이 붙었다. 사회에서 나름의 꿈을 품고 성실하게 살았던 그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울부짖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방관자들'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석봉의 물음은 준호와 호열 뿐 아니라, 병영 문화를 겪은 모든 이들을 향한다. 많은 군필 남성들은 < D.P. >를 보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올 것 같다'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 D.P. >의 의의는 과거를 이야기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한국 남성의 생애 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병영 문화를 가져온 후, '과업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모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병영 문화가 개인을 억압하는 폭력성은 개인이 개인을 억압하는 구조로 전이된다.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후임을 관리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청년들은 '폐급'과 '에이스'라는 기준 사이에서 재단된다. 많은 이들이 가해의 경험을 하지만, '군대 자체가 이런 곳'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그리고 이 악의 평범성은 "뺑이 쳐라('고생해라'라는 뜻의 은어)"라는 전역 소감과 함께 잊히기 마련이다.
'수통이 1953년부터 바뀌지 않았는데, 군대가 바뀌겠느냐?'는 석봉의 물음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몇년 전,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구식 수통이 신식 수통으로 바뀌었다. 전군에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 병사의 자살과 탈영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역사가 조금씩 진전하는 가운데, 여전히 묻혀 있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조명받을 수 있길 바란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외면하지 않고자 하는 시도일 것이다. < D.P. >는 그 출발점에 설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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