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8.9
연합뉴스
사회를 맡은 유애자 감독관은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인터뷰에 나선 주장 김연경에게 초반부터 무례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김연경의 입으로 이번에 여자배구 대표팀이 받게 될 포상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만들고, 포상금의 출처인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 그리고 후원사와 수장의 이름들을 한 명씩 열거하면서 김연경에게 감사인사를 요구했다.
김연경으로부터 협회와 연맹, 후원사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아내며 목적(?)을 달성한 유 감독관은 다음 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메달을 딸 때마다 축전을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여자배구가 지난 8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게 패해 4위가 결정된 후에도 축전을 보내 선수들을 격려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기록을 세운 황선우에게도 축전을 보낸 바 있다).
메달을 따내지 못했음에도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라는 뜻이었을까. 유애자 감독관은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라고 했고 김연경은 여자배구에 관심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유애자 감독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대통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고 강요(?)했고 김연경은 "했잖아요 지금"이라며 상황을 유쾌하게 넘겼다.
물론 유 감독관이 개인의 지나친 충성심으로 후배 선수인 김연경에게 감사인사를 강요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귀국 인터뷰는 높으신 분들을 향한 인사 강요로 점철되며 피곤한 선수들의 아까운 시간만 빼앗고 말았다.
여자배구 선수들은 리그 도중 많은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생각보다 인터뷰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비 시즌 기간 동안 지상파 예능에 자주 출연하며 대중들과 충분한 교류를 하고 있는 김연경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배구계 선배를 앞세워 인사나 강요하는 비생산적인 인터뷰를 진행하느니 차라리 사회자 없이 짧은 인사로 올림픽 기간 동안 성원해준 배구 팬들과 국민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게 훨씬 나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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