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4강 진출팀이 모두 확정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이어 덴마크와 잉글랜드가 준결승에 합류했다. 프랑스-독일-벨기에-포르투갈-네덜란드 등 전통의 강호들이 줄줄이 조기탈락하면서 유로2020의 우승 경쟁이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덴마크는 4일 오전 1시(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위치한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UEFA 유로 2020 8강전에서 전반에 터진 델라니와 돌베르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같은날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해리 케인의 멀티골 해리 매과이어-조던 헨더슨의 추가골에 힘입어 4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덴마크와 잉글랜드는 덴마크와 8일 오전 4시에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결승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두 팀 모두 유럽선수권 무대에서 상위권에 올라온 것이 오랜만이다. 잉글랜드는 유로1996 이후 25년, 덴마크는 유로1992 이후 무려 29년만의 4강진출이다. '축구종가'로 불리우는 잉글랜드지만 유럽선수권에서는 무관에 그치며 4강만 2차례(1968, 1996년) 기록한 것이 종전 최고성적이었다. 덴마크는 유로1992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안데르센의 나라'답게 덴마크는 이번 대회에서 동화같은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덴마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주목받았던 팀은 아니다. 대회 초반에는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간판스타였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경기도중 심정지로 쓰러지는 아찔한 사고로 발생하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고 팀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덴마크는 초반 두 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치며 2연패를 당했다.
간신히 분위기를 수습한 덴마크는 홈인 코펜하겐에서 열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두며 기적적인 16강 진출에 올랐다. 16강전에서는 웨일스에 4-0 대승을 거뒀다. 유럽선수권 역사상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기록한 팀이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것과, 2경기 연속 4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모두 덴마크가 최초였다.
비록 세계적인 슈퍼스타는 없지만 끈끈한 조직력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무장한 데다, 지금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모두 피한 대진운까지 더해지며, 덴마크는 이번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 팀으로 등극했다.
잉글랜드는 유럽선수권 무관의 한을 풀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잉글랜드는 그동안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을 제외하고 유로와 월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잉글랜드는 각급 대표팀에서 모두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령대별 대표팀은 2017년 U-17 월드컵, U-20 월드컵을 모두 제패했다. 2016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부임한 이후 A대표팀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4강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서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4강에 이어 유로 대회에서도 준결승에 올라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연이어 호성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4강전도사'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4강전도사'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전폭적인 체질개선에 나서며 잉글랜드 특유의 팀 컬러인 킥 앤 러시를 벗어나, 후방 빌드업과 속공,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로 대표되는 새로운 스타일을 적립하며 잉글랜드 축구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마침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은 해리 케인을 비롯하여 라힘 스털링, 필 포든, 마커스 래쉬포드, 도미닉 칼버트 르윈, 잭 그릴리시, 메이슨 마운트, 데클런 라이스 등 잉글랜드 선수단은 20대가 주축이고 이번 유로대회에서도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에 가장 젊은 팀에 속한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부터 8강전에서 5경기에서 지금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크로아티아, 스코틀랜드, 체코를 상대로 2승 1무를 거뒀고, 16강에선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2-0 승리해 55년 묵은 징크스마저 깼다. 조별리그에서 무득점을 부진하던 케인이 토너먼트에서만 3골을 추가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것도 호재다.
한편 반대편 4강조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결승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스페인은 8강에서 스위스와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제압했다. 이탈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 벨기에를 2-1로 물리치고 4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지만 최근에는 나란히 다소 부침을 겪었다. 스페인은 지난 유로2016과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모두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탈리아는 유로2016 8강에 이어 러시아월드컵에서는 60년만에 본선진출조차 실패하는 희대의 굴욕을 겪었다.
이탈리아는 2018년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뒤 환골탈태했다. 지난 2018년 10월 11일 우크라이나와 친선전 1-1 무승부를 기점으로 지난 벨기에와 유로2020 8강전까지 A매치 32경기 연속(27승 5무) 무패 행진이라는 신기록을 경신해나가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도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마지막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유로 2012 이후 9년만에 4강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 축구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로 꼽히는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의 전력보다는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크로아티아-스위스 등을 상대로 전통의 강호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몇차례의 고비를 극복하고 살아 남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무대에서 지겨울 정도로 자주 만난 상대다. 특히 유럽선수권에서만 유로2008 이후 벌써 4연속 격돌이다. 유로2008 8강(승부차기 4-2)과 유로2012 결승전(4-0)에서는 스페인이 이겼지만, 지난 유로 2016 16강전에서는 이탈리아가 2-0으로 완승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이탈리아가 최근 경기력과 분위기에서 앞서지만 그동안 좌측면에서 공수에 걸쳐 활약했던 윙백 스피나촐라가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며 대회를 마감한 것이 뼈아픈 공백이다. 스페인은 압도적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알바로 모라타-제라르 모레노 등 원톱 스트라이커들의 부진으로 골결정력에 기복이 심하다는게 고민거리다. 조별리그 3차전 슬로바키아(5-0)과 16강 크로아티아(5-3)전에서 2경기 연속 5골을 기록할만큼 터질때는 무섭지만 공격수들은 부진했고 이탈리아같이 수비가 강한 팀을 만나서도 화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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