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이 6월 24일 공개한 두번째 정규 앨범 <수몰>의 앨범 커버
오소리웍스
댐이 지어져 호수 아래로 가라앉은 유령 도시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신작로, 드넓은 논두렁길을 따라 친구들을 만나러 가던 학교, 삶의 터전이 되어주던 논밭 모두가 거대한 댐이 물길을 가로막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는 이야기.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살아온 고향을 떠나게 된 수몰민들은 고향을 떠나며 뿔뿔이 흩어지고, 빈자리에는 기억의 파편을 붙잡는 망향비만이 우두커니 서있게 됐다는 이야기. 가끔 극심한 가뭄에 인공 호수가 마르게 되면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는, 그런 이야기다.
<수몰>은 그 유령 도시에 대한 노래다. 모두가 새로운 세계, 반짝거리는 추억, 잡히지 않는 식상한 사랑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요즘 <수몰> 같은 앨범은 메마른 호수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낯선 고향처럼 생경하다. 1980년대 후반 발라드, 1990년대 서정 가요와 포크, 2000년대 인디의 오래된 필름이 서보경의 색소폰, 정수민의 베이스, 최규민의 트럼펫, 황예지의 바이올린, 박기훈의 플루트와 클라리넷 연주로 현상된다.
어떤 날의 서정성, 하나음악의 구도자적 순례, 동물원의 포크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가 담담하게 익숙한 것들을 다시 가져온다. 모두가 장르를 고민하는 듯한 시기에 팝을 고민하는 작품이다. 아, 재즈 터치와 영화 <라 라 랜드> 속 한 넘버를 떠올리게 하는 한겨울의 '식물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