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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미아 위기' 하혜진, 신생팀에서 새 출발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1일 미계약 FA 하혜진과 양산시청 구솔 영입

21.06.01 18:12최종업데이트21.06.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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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이 본격적인 전력보강을 시작했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이적시장의 미계약 FA 하혜진과 실업팀 양산시청에서 활약하던 세터 구솔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28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헝가리 출신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지명하며 선수단 구성을 시작한 페퍼저축은행은 5월 14일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 5명(이한비, 지민경, 이현, 최민지, 최가은)에 이어 하혜진과 구솔을 추가하며 선수단 규모를 8명으로 늘렸다.

FA 자격을 가지고 있던 하혜진을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그의 원소속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하혜진의 지난 시즌 연봉 200%와 보상선수로 신인 드래프트 4순위 지명권을 내줘야 한다. FA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새 팀을 찾은 하혜진은 "신생팀의 새로운 동료선수들과 좋은 팀워크와 호흡을 통해 더욱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 드리도록 하겠다"고 입단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는 '아시아의 거포'-입단 동기들은 'V리그 스타'
 

하혜진은 고교시절부터 프로 입단 후까지 '하종화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끊임없이 따라 다녔다. ⓒ 한국배구연맹

 
하혜진은 어린 시절부터 두 가지 면에서 주변의 편견에 시달리며 선수 생활을 해나갔다. 먼저 너무나 유명한 아버지의 존재. 그의 아버지는 90년대 초·중반 한국배구를 대표하는 거포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이다. 이미 한양대 시절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하 감독은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에서 알아주던 거포였다. 하혜진은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늘 아버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편견은 바로 하혜진의 출신 학교와 동료들이다. 그는 진주 경해여중과 선명여고를 나와 2014년부터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다. 하혜진은 경해여중에 입학하면서 국가대표 세터 출신 어머니를 둔 쌍둥이 친구들을 만나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녔다. 비록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배구계를 떠나 있지만 고교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국가대표 쌍둥이'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다.

청소년 대표였던 이재영과 이다영, 하혜진이 함께 뛰던 시절, 선명여고는 여고 배구 최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이 프로 입단 후 배구팬들에게 먼저 알려지면서 고교 시절 하혜진의 기량과 활약이 평가절하되고 말았다. 국가대표 쌍둥이의 활약에 하혜진은 숟가락(?)만 얹었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하혜진이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을 때도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하혜진 스스로 실력으로 편견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고등학생 티를 채 벗지 못한 하혜진이 첫 시즌부터 문정원, 고예림, 황민경(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선영 같은 언니들을 제치고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기란 쉽지 았았다. 결국 하혜진은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V리그에서 단 1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그 사이 선명여고 동기 이재영과 이다영은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도로공사에 부임한 김종민 감독은 좋은 신장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하혜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하혜진은 2016-2017 시즌 20경기에서 66득점, 도로공사가 우승을 차지한 2017-2018 시즌에는 단 11경기에 출전해 12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2017년 비 시즌에 당한 손가락과 발등 부상이 유망주였던 그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에서 하혜진의 적정 포지션은?
 

대표팀에서도 주목하던 하혜진의 공격력은 페퍼저축은행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동기 이재영은 말할 것도 없고 1년 후배 강소휘(GS칼텍스KIXX)마저 팀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하혜진은 프로 입단 후 4~5년이 지날 때까지도 프로무대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혜진의 주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는 이바나 네소비치, 파토우 듀크, 다야미 산체스 같은 외국인 선수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혜진이 윙스파이커를 무리 없이 소화할 만큼 리시브 효율이 좋은 선수도 아니었다.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음에도 하혜진은 2018년부터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을 제외하면 토종 오른쪽 공격수 자원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그만큼 지도자들이 공격수로서 하혜진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특히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과 양효진(현대건설) 등 주력 멤버들이 제외된 작은 대회에서는 하혜진이 대표팀의 주공격수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지만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 어느 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혜진은 FA미계약 선수로 해당 시즌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FA미아' 신세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마침 페퍼저축은행이 적기에 팀을 창단했고 프로 경험이 많은 선수가 턱없이 부족했던 페퍼저축은행은 프로에서 7시즌을 보낸 하혜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실 하혜진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는 오른쪽 공격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오른쪽은 이미 외국인 선수 바르가가 주전 자리를 예약해둔 자리다. 그렇다고 데뷔 후 한 번도 리시브 효율 35%를 넘기지 못했던 하혜진이 윙스파이커로 활약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오히려 경험이 부족한 최민지와 최가은이 버틴 중앙 한 자리를 하혜진이 차지할 확률이 적지 않다(하혜진은 도로공사 시절 배유나 부상 결장시 이미 센터를 소화했던 경험이 있다).

한편 181cm의 장신세터로 기대를 모았다가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KGC인삼공사에서 한 시즌 만에 방출됐던 구솔은 실업팀 양산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다시 프로팀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페퍼저축은행이 특별지명으로 선택한 세터 이현 역시 세터로서는 경험이 부족한 만큼 김형실 감독은 작고 빠른 이현과 신장이 좋은 구솔을 경쟁시켜 팀 전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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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 하혜진 구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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