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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손석희와 2021년 김어준의 공통점

[하성태의 사이드뷰] 도 넘은 '김어준 때리기', 편향성 논란 위한 제도 보완 우선돼야

21.05.03 17:58최종업데이트21.05.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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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 외에 200만 원을 받는 출연자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년 한 달 치 월급이 하루 만에 김씨를 위해 혈세로 나간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씨의 출연료를 안전하게 올리고자 규정을 개정한 것 아니냐." - 5월 2일 연합뉴스 "TBS, 김어준 위해 '하루 출연료 110만→200만 원' 규정 바꿨다" 보도 중.

'혈세' 운운부터 '출연료 규정' 개정 의혹까지, 보수야당의 '김어준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2일 TBS로부터 제출받은 '제작비 지급 규정'을 공개하며 TBS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씨의 출연료 인상을 위해 지난해 4월 '일 200만 원'의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날 허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이런 주장을 이어나갔다.

"세금 먹는 하마 김어준씨도 문제이지만, 그에게 세금을 떠먹여준 '떠준이 (TBS) 이강택 사장'도 문제입니다. '어준이', '떠준이' 같은 부류가 이렇게 공영 주파수로 문비어천가를 부르며, 시민 혈세를 마음대로 쓰는 데는 역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어준을 보호하기 위해 손흥민 선수와 유재석씨를 소환한 건 너무 무리수 아닌가요? 우리의 세금이 손흥민 선수의 주급으로 들어가고, 유재석씨의 광고비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이 김어준씨의 출연료에 분노하는 이유는 '사적 영역에서 자본의 논리'를 안 지켜서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공정성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입니다."


4.7 보궐선거를 전후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며 연일 TBS와 '김어준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민의힘이 재차 김씨의 출연료를 빌미로 하차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계속되는 '김어준 때리기'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의 출연료 논란에 대해 “TBS 예산이 적정하게 규정대로 집행됐는지 감사원의 감사 요구안을 의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 유성호


이에 대해 TBS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통해 "2020년 2월 17일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이사회 신설 등 재단 조직 신설과 운영 전반에 대한 정관을 제정했고 해당 정관에 따라 꾸려진 이사회는 같은 해 3월 19일, 4월 2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직제 및 정원규정> 등 13개 규정을 제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허은아 의원이 언급한 <제작비 지급 규정> 또한 재단 출범 후 두 달 간 TBS 이사회가 제정한 규정집의 일부로 당시 이사회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 시절 제정된 원고료, 출연료, 음원료 등이 방송업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제작부서의 의견을 반영해 <제작비 지급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TBS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한 연합뉴스와 이를 그대로 받아 쓴 31개 언론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해당 기사에 TBS의 입장을 즉각적으로 수정 반영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속적으로 김어준 때리기에 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법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도 난무했고, 그 과정에서 언론 및 방송 단체들은 이를 '외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종편 생기고도 없었던 걸...국민의힘이 벌이는 일에 허탈>).

또 이 같은 국민의힘 측 주장은 사실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일도 다반사다. '혈세' 운운한 허 의원의 주장처럼, 이중 가장 빈번하게 포털 뉴스란을 뒤덮어 온 뉴스가 바로 김씨의 출연료 관련 비판이었다. 과연 김씨의 출연료는 과한 것일까. 보수야당의 주관적인 잣대로 '공정성'의 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 '손석희 때리기'의 귀환

"<뉴스공장>은 2018년 1분기부터 3년 넘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연간 70억 원 가까운 수익을 낸다."

TBS가 지난달 15일 팩트체크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내놓은 김씨의 출연료 관련 해명 중 일부다. 야권에서 김씨의 '회당 200만 원' 출연료를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를 근거로 보수야권은 TBS가 2016년 9월 이후 2021년 현재까지 김씨에게 22억이 넘는 출연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하며 '구두 계약'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TBS는 "TBS뿐만 아니라 방송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진행자가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 2016년 9월 방송을 시작한 <뉴스공장>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SBS <컬투쇼> 등 여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치고 3년 넘게 청취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 내년 대선 전까지 보수야당의 '김어준 때리기'가 지속되리란 관측을 제기하는 이유기도 하다.
 

MBC <100분 토론>를 7년 11개월 동안 진행을 맡아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2009년 11월 19일 밤 서울 여의도 MBC본사 스튜디오에서 '100분 토론 10년 그리고 오늘'을 주제로 자신의 마지막 방송을 진행했다. ⓒ 유성호

 
시계를 MB 정부 초반이던 2009년으로 되돌려 볼까. 국정원이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란 공영방송 사찰 문건을 작성했던 당시, MBC < 100분 토론 >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였던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그해 가을 MBC <100분 토론>에서 하차했다. 

당시엔 보수여당 등이 압박을 가했고, 결국 진행자 손석희는 "출연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MBC 간판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손석희의 출연료는 3년째 동결된 금액인 회당 200만 원이었다. 12년 전, <미디어워치> 변희재 기자는 <손석희 3억, 김미화 1억, MBC 고액 출연료>란 기사를 남겼다.  


"MBC 라디오 진행자 중 최고의 대우를 받는 이는 오랜 기간 '싱글벙글쇼'를 진행해온 강석으로 연간 1억 9천만원의 진행료를 받고 있다. 2위는 성신여대 손석희 교수로서 약 1억 8천만원을 받고 있다. 특히 손석희 교수는 '100분토론'의 진행도 맡고 있어 통상적으로 지상파 방송사 토론프로그램 MC들이 약 1억원 안팎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교수는 MBC로부터 무려 3억 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는 셈이 된다." 

'고액' 출연료 논란부터 정치권의 압박까지. '2009년의 손석희'와 '2021년의 김어준'을 향한 논란을 동등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총대를 매고 일부 언론이 지원 사격에 나선 TBS 및'김어준 때리기나 과거의 손석희 흔들기의 공통점은 자명해 보인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스피커를 향한 무차별적인 공세 말이다.  

상식적인 질문

"TBS에서 사실관계가 잘못했다면 지적이 되고, 방통심의위에 의해 통제되겠지만, 본인의 시각이나 견해는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꼭 TBS 김어준 문제가 아니라 보수언론에도 수많은 편향성과 잘못된 사실이 많기 때문에 균형 있게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송영길 민주당 신임 당 대표(3일 <미디어오늘>, <송영길, "TBS 진행자 서울시장이 바꾸라 할 문제 아냐"> 중에서)

보수야권의 김어준 하차 요구 및 TBS 편향성 비판에 대한 질문에 이날 송 신임대표가 "TBS 문제는 TBS 자체규정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오늘 (누가) 대통령 됐다고 (누구를) 당장 바꾸라고 하면 여러분들이 다 언론탄압이라고 할 것 아니겠느냐. 오세훈 서울시장 됐다고 TBS 바꾸라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내놓은 답변이다.

맞다. 방송 및 보도의 편향성이나 공정성은 이미 방송사 자체 규정을 넘어 방송통신심의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와 통제를 받는 영역이다. 이 같은 송 대표의 답변은 분명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의 의견 개진이라 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TBS의 자체 규정은 물론 방송 관련 기관들이 마련해 놓은 제도를 초월해 독립 미디어재단을 압박하고 일개 진행자의 하차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초법적 발상과 실천력이 아닐까. 3년 넘게 청취율 1위를 유지하게 만들어 준 그 '선택'을 부정하면서 말이다.

이와 관련, 3일 시의적절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 등 9개 방송사 중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 1위는 TV조선이었다. 무려 32%가 TV조선을 꼽았고, KBS(20%), MBC(12%), JTBC(9%), 채널A(5%), SBS(3%), MBN(3%), 연합뉴스TV(2%), YTN(2%)이 뒤를 이었다.

또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무려 80%에 달했고('반대한다' 13%, '무응답' 7%), '신뢰도 제고를 위한 언론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67%를 차지했다('비공감한다' 22%, 무응답은 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6%. 자세한 내용은 리서치뷰 블로그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풀이하자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찬성'은 '반대'보다 무려 6배가 높았고, 언론개혁에 '공감한다'는 의견 역시 '비공감'에 비해 3배나 높게 나왔다. 진영을 넘어 국민들 대다수가 작금의 언론 및 방송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동시에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TBS 및 <뉴스공장>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나 여론조사 결과도 없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들이 보수야당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중이다. 마치 2009년 회당 출연료 200만 원을 두고 논란을 부추겼던 '손석희 때리기'처럼.

핵심은 이거다. 편향성이 진짜 문제라면 이를 거를 수 있는 규제 및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시청률 1위를 만든 청취자들의 자정에 기대는 것이 우선이요, 그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끝으로, 이 모두를 무시하겠다는 듯 연일 공세를 이어가는 보수야권에게 되묻는다. 방통심위의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언론사가 어디인지, 도를 넘은 편향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온 언론사가 어디인지, 또 TBS 외에 여타 다른 방송 및 언론을 향해서도 공적 영역에서 공정성의 원칙을 같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는지 말이다. 
TBS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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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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