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아내> 스틸컷
엠앤엠인터내셔널(주)
<스파이의 아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감춰진 진실을 마지막까지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작품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일본 고베를 배경으로 무역업을 하는 사업가 유사쿠(타카이시 핫세이 분)와 그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 그리고 헌병대장 타이지(히가시데 마시히로 분)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켰다. 이 세 인물이 엮어가는 서사는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숭고한 가치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제국주의 일본은 자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과 의무를 강요했고, 대다수 국민은 그 뜻에 따른다. 국가는 전쟁이라는 큰 과업을 수행 중이며, 국민은 전선과 본토에서 각자 나름대로 승리에 기여하고자 한다. '일체단결하여 싸우자'와 같은 구호는 공포를 자극해 두려움을 먹고 멀리 퍼진다. 공포에 질린 국민이 거리에서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부르는 장면은 마치 화를 막아달라며 신에게 제를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고베를 담당하는 헌병대장 타이지란 인물에 대해선 영화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지낸 사토코가 어린시절과 달리 정하고 차갑게 변한 그의 모습에 많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타이지는 '국가의 발전이 곧 나의 미래'라는 투철한 군국주의 교육을 받고 세뇌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 타이지는 헌병대의 임무인 조사, 협박, 고문을 스스럼없이 수행한다. 국가에 대한 의심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국가가 부여한 자신의 업을 신성시하고 그에 대해 어떠한 질문도 의심도 하지 않는다. 보국은 잡초를 속아 내는 것과 같았다. 아무런 감정 없이 확실하게 뿌리까지 뽑는 것. 다만, 자신이 연모하는 사토코가 자신의 날카로운 칼을 벗어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남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