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학교 폭력 폭로 이슈로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간 책임 소재까지 운운하는 분위기가 나오면서 일선 매니지먼트 관계자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 기획사에서 중견 신생 기획사까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배우의 인성, 과거 행적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배우 나인우의 경우, 소속사 쪽에서 과거 및 방영 이후에 문제가 일절 없음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서약서까지 쓰고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연예인 계약 관련, 해당 연예인의 품위와 인성 문제를 다루는 조항은 이미 존재한다. '매니지먼트 표준계약서' 제5조 3항엔 '을은 연예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되며, 갑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도 아니 된다'라는 문구가 있고, 제17조 1항엔 '갑 또는 을이 이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위반자에 대하여 14일간 유예기간을 정하여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먼저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상대방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근거로 소속 연예인에게 계약해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최근 몇 년간 있었던 다양한 사고 사례, 즉 '미투'와 현재 '학폭' 등을 연구해 계약서를 보충, 정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슈가 된) 사건들이 회사와의 전속계약 체결 이전에 일어난 경우가 많아 보이는데 이에 적합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개정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연예인 검증 시스템 마련 및 보완에 대해 이 관계자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전속계약을 맺고 일하는 게 업계 관행이다 보니, 특별히 생활기록부나 범죄기록 증명서 등을 요구하거나 확인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중견 기획사 출신으로 최근 신생 회사를 설립한 한 관계자는 "요즘 SNS 발달로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젠 스타성뿐만이 아니라 인성도 중요한 시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을 맺을 때 생활기록부를 요구하진 않지만 과거 일을 면밀하게 물어보고 있다. 계약서에도 2년 전부턴 품위 유지뿐만 아니라 학교 폭력, 성범죄 관련 내용을 분명하게 넣고 있다"며 "연예인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자신의 행동이 어느 날 갑자기 되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조심스럽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스템으론 제작사나 방송국이 매니지먼트사에, 혹은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의 일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기 때문. 법무법인 정세 김민기 변호사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출연 계약 이전의 부적절한 행위로 (연예인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없었다. 위약금을 청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계약서에 '과거 학교폭력 등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음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을 수는 있지만, 지금의 계약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아래 드제협)나 한국연예매니지먼트(아래 연매협) 차원에서의 공론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송병준 드제협 회장은 "최근 연매협, 연기자노조 측을 만나서 논의했고, 일련의 사태와 연관해 호소문을 준비 중이다. 호소문은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 알리면서 "계약서 조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만들진 않았다. 최대한 필터링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 밝혔다.
이어 그는 "1차적으론 제작사와 방송국 간 문제겠지만 매니지먼트사와 소속 연예인 모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라며 "만에 하나 피해자가 아닌 사람, 잘못된 소문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 정말 중대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언론의 검증과 사회적 각성이 절실"
▲에이프릴 멤버이자 배우인 이나은
이정민
이런 우려와 함께 현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폭로 방식만이 최선인지 여러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진실한 사과를 받고 싶고, 과거를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라면 1차적으로 폭로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해당 소속사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그는 "피해자 입장에선 작은 복수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일방적으로 올리는 폭로는 너무도 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뿐 근본적 해결이 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금의 폭로 양상은 이미 잠재돼 있는 것이며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검증 없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성도 촉구했다.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투 운동이라는 게 넘볼 수 없던 권력에 도전하는 형태로 벽을 깼다면 그 흐름이 스포츠 스타, 연예인으로 넘어온 건데 이제 폭로는 중요하지 않다. 이 시점에서 학교나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라며 "(언론의 보도 방식이 누가 먼저 보도하는지 경쟁하는) 경마식 저널리즘은 안된다. 학교 폭력은 더 이상 스토리가 필요하지 않다. 누가 폭로하고 누군가 인정하고 사라지는 것 이상으로 나올 얘기는 없다. 유명인 사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학교나 선생님들이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지 다루고, 일종의 캠페인을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종임 경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객원교수는 "성과주의, 무한경쟁이 신념화되고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이 잘 작동 안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의 부당 성공 사례에 대중 분노가 반영되는 것"이라 분석했다.
그는 "SNS 폭로의 파급력이 크다는 걸 학습한 상황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실망도 작용하면서 미투 운동, 여러 해시 태그 운동이 벌어진 것"이라면서도 "폭로에 의존하는 방식은 자극적이고 관계자를 대상화시키며 사실 판단을 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언론 보도가 이뤄지며 스타들을 무대 위에서 끌어내리는 것에만 집중하게 하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스타 육성 과정에서의 인성교육, 대중의 역할까지 다각적 차원에서 토론과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언론은 폭로 글을 그대로 옮겨 보도할 게 아니라, 대중의 공정성 요구를 응징 및 사회에서 해당 스타를 격리하는 식으로 이끌어가지 않게 현실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모든 것엔 빈틈이 있다. 그 빈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공유하기
"대체 다음은 누구냐", 연예계 풍경 바꿔 놓은 '학폭쓰나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