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다영님(왼쪽)과 장혜수님. 홍다영님이 장혜수님을 보러 경기 안성에 찾아왔을 당시 찍은 사진이다.
장혜수
-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나요.
"초등학교 땐 혼자 상상하면서 노는 걸 좋아했고, 본격적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였어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단 생각도 이때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감독이나 배우 같은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해본 건 아니에요. 당시 어머니는 제가 영화 대신 미술의 길을 가길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뜻에 따라 미술학원 예고 입시반에 다녔어요. 저는 그리기를 좋아는 했지만, 잘 하진 못했습니다. 조각상의 코도 삐뚤게 그리기 일쑤였고,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채 텅빈 학원 교실에서 홀로 운 적도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듣는 음악은 어떤 작품에 OST로 쓸지 고민하거나, 학원 선생님이 등장하는 드라마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지루한 미술시간을 때웠어요. 앗, 이런 점에서 저와 수혁이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수혁이도 엄마 몰래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는 인물로 나오거든요."
- 하지만 결국 예술고가 아닌 미디어고 진학에 성공했어요.
"예고 입시를 두 달 정도 앞두고 엄마 앞에서 이젤을 엎으며 울었어요. 무조건 영화과에 가고 싶다고요. 그런데 영화과에 가려면 중학교 내신 성적이 전부 1등급이어야 한단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과 입시를 준비했는데 결국 합격을 못했어요. 면접에서 '연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면접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 정말 우연히 서울의 한 미디어고등학교 영상미디어과 홍보 영상을 보게 됐어요. 지원 기간이 아직 남아있더라고요. 부모님이 엄청 말렸지만, '이번엔 정말 지원만 해보겠다'며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저도 제가 붙을 줄 몰랐어요."
-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요. 존경하는 연기자가 있다면.
"외모 변신이 아닌 내면 연기만으로 작품마다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배우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한지민님, 손예진님처럼요. 여리고 착한 역할을 맡았다가 다음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 역할, 성숙한 역할을 모두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좋은 배우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무대에 옮기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요. 이런 점에서 한지민님을 존경해요. 한지민님은 평소 기부와 봉사도 많이 하고,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배우인 것 같아요."
- 지금까지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이 있다면.
"대학 워크숍 때 뮤직드라마 <당신만이>의 주인공 노년 부부 중 아내 이필례 역을 맡았어요. 노년 여성을 연기하기 위해, 버스에서도 할머니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친할머니도 떠올려보고, 스스로 '나는 할머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다녔죠. 하도 몰입을 해서 저도 모르게 평상시 움직임이 느려지고, 다른 할머니들을 마주치면 동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때 부산 사투리도 처음 배웠는데, 제 사투리가 어설퍼서 팀에서 혼도 많이 났습니다. 공연은 총 두 번을 했는데요. 첫 무대에선 긴장을 너무 많이 했어요.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한 무대였죠. 이런 제게 후배 하나가 조언을 해줬어요. 관객을 '놀이터에서 마주친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라고요. 후배 말대로 다음 무대에서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연기했더니, 제 자신이 진짜 이필례 할머니의 감정에 제대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를 '진짜 내가 내 삶의 마지막에 남기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는데, 이 순간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 <비밀의 화원>을 꼭 봤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학생 시절 <공부의 신>, <학교 2013>, <정글피쉬>, <반올림> 같은 청소년 드라마들을 인상 깊게 봤는데요. 지금도 이 작품들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함께 떠오르거든요. <비밀의 화원>도 그런 영화가 되길 바라요. 10대 관객 여러분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영화와 함께 학창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또 극중 수혁이처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비밀의 화원>의 온기가 모든 관객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 <비밀의 화원> 이후 제작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코로나19 이후, 영화와 연극을 쉬게 된 대신 전공 수업에 몰두하고, 다양한 장르의 책도 많이 읽었는데요.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은 소설과 희곡이 정말 많아요. 요즘 읽고 있는 청소년 문학 <위저드베이커리>가 그 중 하나입니다. 재혼 가정에서 새엄마에게 큰 오해를 받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주인공이 베이커리 오븐 안으로 숨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또 기회가 되면 MBTI 관련 작품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MBTI는 고등학교 종교 수업시간에 성격 검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요. MBTI를 알기 전엔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심지어 저 자신도요. 그런데 사람들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이론으로 디테일하게 정리해놓은 표를 보면서, 다른 사람과 저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MBTI 유형이 16개잖아요. 각각 다른 성격의 캐릭터 16명이 등장해서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작품도 만들어보고 싶네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저도 2019년 11월에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비밀의 화원> 상영회를 하고, 이후 2021년 배급계약을 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어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고, 마음의 병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시는 분들도 있단 뉴스를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주변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진 않은지 돌아보고, 스스로도 더 아끼고 칭찬해줘야할 것 같아요. 얼마전 산책을 하면서 저처럼 마스크를 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데, 우리가 자유롭게 만나서 대화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 번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곧 백신도 들어온다고 하니,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고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따뜻한 장혜수님의 따뜻한 영화 <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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