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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토트넘과 손흥민이 수상하다

강등권 팀에 경기력과 결과 모두 밀려... 손흥민, 5경기 연속 득점 실패

21.02.01 10:16최종업데이트21.02.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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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흔들리고 있다. 덩달아 손흥민도 무기력하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최근 팀 내부의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과 맞물려 더 큰 위기를 앞두고 나타나는 징후는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토트넘은 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아멕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브라이튼전에서 0-1로 패했다. 지난 리버풀전에 이어 2연패에 빠진 토트넘은 승점 33점으로 6위를 유지했다.

우승을 다투는 강팀이었던 리버풀전 패배에 비해 리그 17위에 그치고 있는 브라이튼전 패배는 토트넘에게 더 큰 충격이다. 더구나 브라이튼은 최근 홈 1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지독한 부진에 시다리고 있었다. 리그 우승과 탑4 경쟁에서 한발 밀려난 토트넘 입장에서 브라이튼은 반드시 이겨야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정작 토트넘은 리버풀전에 이어 또 한 번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고 전반 이른 시간(16분 레안드르 트로사르)에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주포 해리 케인이 리버풀전에서 당한 발목부상으로 결장했다고 하지만, 이날 패배는 단순히 케인의 부재만이 아닌 토트넘 팀 자체의 문제를 드러낸 경기였다. 바로 조제 모리뉴 감독 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있는 '창의성의 부재'다.

모리뉴 감독은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고 난 뒤의 첫 경기인 브라이튼전에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고 가레스 베일과 스티븐 베르흐베인을 좌우에 배치하여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이날 토트넘의 스리톱은 브라이튼을 제대로 위협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날 슈팅 2개를 때리는 데 그쳤고, 베일-베르흐베인과의 호흡도 그리 좋지 않았다. 브라이튼이 슈팅 16개를 기록한 반면 토트넘은 절반에 그치며 강등권 팀에 경기력과 결과 모두 밀리는 모양새였다.

모리뉴 감독은 후반 들어 비니시우스, 모우라, 라멜라를 연달아 투입하며 변화를 줬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전반보다는 후반에 찬스가 좀 더 나왔지만, 여전히 결정적인 기회는 브라이튼이 더 많았다. 토트넘은 브라이튼에 활동량, 스피드, 몸싸움에서 모두 밀렸고 브라이튼과 달리 토트넘의 공격시도는 대부분 수비에 밀려나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이루어졌다는 게 차이였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내용상 오히려 더 큰 점수차로 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케인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확실히 케인이 빠지지 않았다면 손흥민을 살리는 호흡이나 상대의 집중견제를 분산시키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에도 그가 뛰었던 최근 8경기 중 리그 2승에 그쳤다.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을 앞세운 역습의 의존도가 높은데다, 점유율이나 중원싸움에서는 강팀과 약팀을 가리지 않고 밀리는 모습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케인의 부재가 현재 토트넘 부진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시즌 초반 손흥민과 케인의 폭발적인 활약에 가려졌던 토트넘과 모리뉴 축구의 불안요소들이 이제 슬슬 드러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모리뉴 감독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실리축구'에 능하지만, 공격전술의 다양성이나 플랜B를 찾아내는 유연성이 약점으로 꼽힌다. 시즌 초반 거침없는 상승세를 펼쳤던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에게만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루트가 상대팀들에 분석을 당하면서 하락세에 빠져들었다. 주전 수비수들이 줄부상을 당하여 미드필더와 2진급 선수를 수비라인에 기용한 리버풀, 강등권팀인 브라이튼의 밀집수비도 제대로 뚫어내지 못하는 것이 토트넘 공격의 현 주소다.

토트넘은 모리뉴 감독 부임 2년차를 맞이하여 최근 몇 년간 보기 드물었던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탕귀 은돔벨레의 부활과 수비형 미드필더 호이비에르의 영입은 그나마 성공적이었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물음표가 붙는다. 레알에서 임대영입한 가레스 베일은 실패작으로 굳어져가고있으며, 델레 알리는 모리뉴 감독의 눈밖에 나며 출전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베르흐베인-라멜라-모우라-비니시우스의 활용도와 득점력도 저조하다.

모리뉴의 장기였던 수비 역시 갈수록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취약했던 풀백 포지션에 영입한 레길론과 도허티는 초반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오래 가지 않아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고 오리에는 리버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문책성 교체를 당한 이후 브라이튼전에 결장하며 불화설에 휘말렸다. 중앙수비수 에릭 다이어와 다빈손 산체스, 조 로든 등은 후반 집중력 저하로 실수로 인한 실점을 내주는 빈도가 너무 잦다. 주장이자 베테랑 골키퍼 요리스도 경기마다 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모리뉴 감독과 선수단의 관계를 둘러싼 이상 징후들이다. 모리뉴 감독은 본래 선수장악력이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과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최근 첼시-레알 마드리드-맨유 등에서 여러 팀에서 주축 선수들과 불화를 겪으며 라커룸 통제력을 상실한 것이 모리뉴의 몰락에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유럽에서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항명하는 선수와 갈등을 빚는 감독은 흔하지만, 특히 모리뉴 감독은 선수를 포용하지 못하고 언론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아예 자신의 전력구상에서 배제하는 강성 대처로만 일관하여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토트넘에서도 벌써 은돔벨레-대니 로즈-알리-오리에 등과 계속해서 불화설이 터져나오고 있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관계가 끈끈했던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는 나오지 않았던 풍경들이다. 브라이튼전에서 토트넘 선수들의 집중력과 조직력이 눈에 띄게 엉성해보였던 것은 이런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 역시 재충전이 필요해보인다. 시즌 초반 리그 득점선두에 올랐고 생애 첫 피파 푸스카스상까지 수상했다. 영국 현지에서 월드클래스 논쟁의 중심에 서며 유럽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까지 받는 등 그야말로 최고의 페이스를 보였던 손흥민이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는 최근 벌써 5경기 연속 골맛을 보는데 실패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빡빡한 일정 속에 팀 사정상 비중이 낮은 컵대회 등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이어온 것도 무시할 수 없어보인다.

에이스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팀이 어려울 때도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케인이 부상으로 빨라도 2~3주 정도는 결장이 불가피해진 지금 토트넘을 이끌어야할 해결사는 결국 손흥민이다. 그동안 케인이 없을 때도 여러 차례 팀을 하드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의 부활이 절실하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올시즌 손흥민과 토트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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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 손흥민 무리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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