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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신기록, 일본 열도 집어삼킨 이 장면

[리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21.01.25 15:08최종업데이트21.01.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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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귀멸의 칼날> 포스터 ⓒ 워터홀 컴퍼니(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일본 내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지닌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20년 만에 갈아치웠다.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강세를 보이는 일본이라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점, TV애니메이션과 이어지는 내용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성과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일본 내에서 <귀멸의 칼날>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볼 만큼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극장판인 '무한열차편'은 코믹스가 큰 인기를 얻게 된 핵심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했다. 1기 TV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2기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필수 관람해야 할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왜 에피소드를 극장판으로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그 핵심은 귀살대의 기둥인 주, 염주 렌고쿠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시리즈를 모르는 분들이라면 기사를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기에 <귀멸의 칼날>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귀멸의 칼날>은 칼을 활용한 액션이 주를 이루는 소년만화다. 주인공 탄지로는 인간을 잡아먹는 혈귀에 의해 가족을 모두 잃고, 혈귀로 변한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에 지원한다. 귀살대는 혈귀를 무찌르기 위해 구성된 결사대로 혹독한 훈련을 마친 탄지로와 젠이츠, 이노스케, 혈귀지만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네즈코는 팀을 이뤄 혈귀 사냥에 나선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워터홀 컴퍼니(주)

   
이들은 수십 명의 사람이 단기간 내 행방불명이 된 무한열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한다. 이곳에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출동한 귀살대의 최강 대원을 뜻하는 주(柱) 중에 한 명인 렌고쿠가 있다. 렌고쿠와 합세한 탄지로 일행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혈귀의 공격을 막고자 하지만, 오히려 혈귀의 음모에 의해 깊은 잠에 빠지는 위기에 처한다.
 
이 극장판은 왜 일본 열도가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는지 잘 보여준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코믹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경우다. 원작자 고토케 코요하루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높은 퀄리티에 있다. 만화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강렬한 액션을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담아내며 포인트를 준다. 이 포인트는 각 캐릭터의 능력과 필살기를 극대화시킨다.
      
탄지로는 물, 젠이츠는 번개, 이노스케는 자연 등 귀살대 각 대원에게는 자연을 닮은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강해진다. 부드러운 물과 빠른 번개, 야성적인 힘을 지닌 자연을 각각의 느낌으로 담아내는 건 물론, 적이 강할수록 더 강한 능력을 보여주며 시각적인 화려함을 더한다. 이번 작품은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이란 점에서 한정된 공간을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구성을 선보인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워터홀 컴퍼니(주)

 
여기에 원작이 지닌 드라마적인 깊이가 감정을 자극한다. <귀멸의 칼날> 속 혈귀는 원래 사람이었으나 혈귀의 대장, 키부츠지 무잔의 피를 받고 인간을 공격하는 혈귀가 된 이들이다. 이들이 괴물이 된 이유는 그 슬픈 인생사 때문이다. 내면의 고통을 이겨낼 자신이 없기에 강한 힘을 얻어 타인을 공격하는 괴물이 되고자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초반 혈귀의 함정에 빠져 꿈속으로 들어간 주인공들을 통해 이런 드라마를 보여준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아픈 기억을 지닌 탄지로는 꿈속에서 가족을 만나 행복을 느끼나, 현실에 남겨진 여동생 네즈코를 위해 꿈에서 빠져나오려 고군분투한다. 꿈이란 영원한 행복에서 빠져나와 지옥 같은 현실을 향하는 그의 모습은 슬픔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강하게 태어났기에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렌고쿠는 꿈속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위기를 탈출한다. 내면에는 나약함을 지녔지만 타인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야 했던 그의 모습은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혈귀와는 다른 강인한 정신력으로 감정을 자극한다.
 
작품은 액션의 하이라이트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서 최고의 팬서비스를 선보인다. 전반부는 탄지로 일행이 중심이 된 무한열차에서 승객들을 구하는 장면이 핵심이다. 물, 번개, 바람의 능력을 번갈아 가며 무한열차를 멈추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TV애니메이션 1기에서 성장한 모습과 연결되며 팬무비의 진가를 보여준다. 특히 물에 이어 불의 속성까지 장착한 탄지로의 액션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워터홀 컴퍼니(주)

 
후반부는 렌고쿠의 원맨쇼다. 렌고쿠는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최강 혈귀 아카자를 상대로 탄지로 일행과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맞서 싸운다. 이 액션 장면은 후반부 전체를 통으로 책임질 만큼 뛰어난 속도감과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불의 속성으로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하는 렌고쿠와 계속되는 공격에도 몸이 재생되며 지치지 않는 혈귀 아카자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 액션 장면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감정을 최대한으로 끄집어낸다는 점이다. 앞서 전반부에서 보여줬던 렌고쿠의 꿈 장면은 그가 느끼는 내면의 두려움과 이를 이겨내는 강한 용기와 정의감을 보여주며 후반부 렌고쿠의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위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내면의 힘을 끄집어내며 아카자를 궁지로 몰아넣는 렌고쿠의 열혈과 기백은 관객을 압도하는 위력을 선보인다.
 
이 극장판은 한 편의 절반을 온전히 렌고쿠에게 할애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해내는데 성공한다. 귀살대 최강대원인 '주'가 지닌 외적 강인함은 물론 내적인 결의를 선보이며 앞으로 주인공들이 더 큰 성장을 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빈틈없는 드라마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을 더하며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일본 열도를 집어삼키고 국내에 상륙한 이 애니메이션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혈(熱血)과 기백(氣魄)으로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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